화목순대국 순대

[정동현·한끼서울] 광화문 순대국과 머리고기

◈ 순대국과 머리고기-지도에서 보기 ◈ 맛있는 한끼, 서울 ② 종로구 화목순대국 광화문 분점 누군가는 그랬다. 광화문에 화목순대국 분점이 생긴 것은 이곳 직장인들에게는 축복이라고. 사위에 장벽처럼 널린 빌딩, 그 사이에 초풀처럼 자라난 식당들은 주린 배를 채우는 사람들의 안식처다. 사람들은 작은 짐승이 풀숲 사이에 웅크리듯 저마다 안식처를 찾아 나선다. 긴 밤을 보내고 이글거리는 속과 지끈거리는 머리를 얻은 사람들은 상처를 다스리려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광화문에 산재한 해장국집이 여럿, 하지만 그 중에서 단연 손꼽히는 곳은 바로 화목순대국이다. 여의도 본점 역시 유명한 것은 마찬가지. 무엇보다 좁은 실내를 최대한 활용하려 주방을 다락방으로 올린 구조는 가히 문화재급이다. 광화문 분점은 하나의 식당을 복도를 사이에 두고 두 개로 나눈 여의도에 비하면 훨씬 크고 쾌적하다. 크다고 해봤자 단층에 30여 석 되는 공간이 전부지만 말이다. 본점은 밤 10시까지 영업인 반면에 분점은 일요일 밤 9시부터 월요일 오전 9시, 그리고 평일 오후 3시에서 5시 브레이크 타임을 빼놓고는 24시간 영업이라 시간에 쫓겨 방문할 필요도 없다. “순대 국밥 먹자.” 이 말이 나오면 주저 하지 않고 언제든 찾아가도 된다는 말이다. 화목순대국을 찾은 것이 몇 번인지 헤아릴 수는 없다. 비가 와도, 날이 추워도, 늦은 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불을 밝힌 이 곳 문을 열었다. 밖으로 선 줄에 ‘아니 순대국집에 웬 줄?’이라며 놀라는 것은 초행객 티를 내는 것. 그러나 그 안을 차지한 손님의 90% 이상이 남자인 것은 매번 새삼스럽다. 광화문에 서식 중인 모든 남자들이 다 이곳에 모여 있는 듯한 풍경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재질의 벽, 낮은 천장에 ‘국밥 한그릇 말아먹어야’ 하는 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숙명 같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순대국밥 하나만 먹고 간 것은 언제인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거의 무조건 시키는 메뉴는 모둠(2만2000원)이다. 모...
술잔

‘과음하셨나요?’ 동서양 해장음식

주당들에게 최고의 해장 음식은 술이다. 역사적으로 해장술을 즐긴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 으뜸을 꼽으라면 3세기 무렵의 진(晋)나라 사람 유령(劉伶)이 아닐까 싶다. 죽림칠현의 한 명인 유령은 삼국시대가 끝난 후 정권 교체기에 접어들자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평생을 보냈다.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술 다섯 말을 마시며 해장을 한다는 뜻인 ‘오두해정(五斗解酲)’이라는 고사를 만들어냈다. 술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유령이 부인에게 술을 달라고 조르자 부인이 술잔을 깨트리며 “당신은 술을 지나치게 마셔서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며 울면서 매달렸다. 그러자 유령이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는 단계는 지났으니 천지신명께 기도해 끊겠다는 맹세를 하겠다”며 먼저 하늘에 바칠 제물로 술과 고기를 차려달라고 했다. 부인이 그 말을 듣고 상을 차리자 무릎 꿇고 기도하기를 “하늘이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할 때 술로서 이름을 날리게 했으니 한 번 술을 마셨다 하면 열 말이요, 해장술로는 다섯 말을 마시도록 했다. 그러니 신명께서는 삼가 내 아내 말을 듣지 마소서”라고 기도하며 상 위에 차려놓은 술과 고기를 먹고는 취해 쓰러져 잠이 들었다고 전해진다. 동양의 술꾼들이 속 푼다고 해장술을 마시며 핑계로 삼던 고사지만 술에 취한 속은 술로써 풀어야 한다는 것은 비단 동양 주당들만의 논리는 아니었다. 서양 주당들 역시 술이 최고의 해장 음식이라고 생각했는지 영국 주당이 대표적으로 꼽은 해장술이 보드카에 토마토 주스를 넣어 만든 칵테일, 블러디 메리다. 그러나 해장술이 최고라는 주장은 주당들의 핑계일 뿐.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해장 음식은 의외로 설탕물이다. 지금도 술 마신 후 꿀물을 마시며 속을 푸는 것을 보면 인류는 먼 옛날부터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속 푸는 방법을 체득한 것 같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웠을 때부터 왕망에 의해 나라가 망할 때까지, 전한 시대 역사를 다룬 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