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소고산제일루’ 훠궈 요리

‘담백칼칼’ 국물이 매력적인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산뜻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소고산제일루’ 훠궈 요리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5) 광화문 ‘소고산제일루’ 뜨는 해처럼 붉은 국물이 끓어올랐다. 익숙지 않은 매운 기운도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쌓아 놓은 고기로 젓가락을 옮겼다. 국물 속에 고기를 넣고 잠시 기다렸다. 얼려서 얇게 저민 고기는 금세 익어 떠올랐다. 고기는 입 안에서 쉽게 풀어졌지만 매운 기운은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산뜻한 매운맛이었다. 완만한 커브로 나뉜 훠궈(火鍋) 냄비 끝에는 용머리 장식이 달려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 신축 건물에 자리 잡은 ‘소고산제일루’에는 용머리를 단 냄비를 앞에 둔 10여 명의 사람들이 빨간 기운을 몸으로 받아냈다. 온화한 날씨와 잦은 비 덕에 옛 피맛골 자리 가로수들은 입이 무성했고 그 이파리 사이를 상쾌한 바람이 지나 다녔다. 앞 테라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소고산제일루에 들어가자 널찍한 테이블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 동네에서 식사를 하자면 좁은 테이블에 옆 사람과 엉덩이를 부딪치며 앉아 바쁘게 숟가락질을 해야 했는데, 옛 왕족이라도 된 양 넉넉하게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메뉴판을 둘러봤다.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부추지짐이 근래 중국집에서 만두 먹기가 쉽지 않다. 만두는 국과 찌개처럼 많은 양을 만든다고 해서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김밥을 싸듯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는 만두이고 그래서 손 많이 가고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얼려놓아도 품질 저하가 적다는 이유와 함께 공장제 만두가 대부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부추지짐이, 즉 천진포자는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만두 위에 있었다. 도톰한 피는 숙성이 되어 향긋한 발효내음이 났고,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쫀득한 식감이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는 따뜻한 육즙이 입 속으로 스며들었다. 부추만 넣고 지져냈을 뿐인데 복합적인 맛이 났다. 대표메뉴 훠궈 또 다른 대표메뉴 훠궈는 일단 그 크기에서 좌중을 압도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냄비...
평양냉면

맛은 물론 가성비까지 좋은 갈비탕과 냉면

배꼽집 불고기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3) 영동시장 ‘배꼽집’ 영동시장은 강남의 정글이다. 서울의 중심인 강남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작은 골목은 주차도 쉽지 않아 그 흔한 발렛파킹도 드물다. 하지만 이 작은 정글은 그만큼 작은 음식점들이 모인 하나의 생태계다. 신논현과 논현역 사이, 인근 높은 오피스타운에서 먹을 곳을 찾지 못한 직장인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곳이 영동시장이고, 저녁이 되면 낮의 치욕과 굴욕을 잊어버리려 다시 찾는 곳이 또 영동시장이다. 하지만 정글 같은 영동시장에서 음식 장사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하루 걸러 한 집이 문을 닫고 하루 걸러 한 집이 다시 문을 연다. 그래서 영동시장은 정글이자 해병대 훈련소다. 이곳에서 이름을 날린 집은 다른 곳에 가서 더 크게 문을 열고 반드시 손님 줄을 길게 세운다. 몇 년 전 남들보다 오래 서 있고 오래 고민하는 야심만만한 어떤 이가 영동시장 골목 지하에 가게를 열었다. 그 이름은 ‘배꼽집’. 이름만 보면 뭐하는 곳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하로 내려가면 알게 된다. 왜 이곳의 먹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들고 여름이면 냉면 하나에 긴 줄이 세워지는지. 배꼽집의 정문은 그럴듯하지만 문을 열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벽에 빼곡한 메뉴판과 어두운 실내를 보면 영동시장에 있는 집답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잡으려는 절박한 의도다. 그러나 그런 집 치고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이 없다는 선입견은 여기서는 잠깐 잊어도 좋다. 배꼽집은 정글의 베테랑처럼 다재다능하고 능수능란하다. 이 집에서 가장 빨리 완판 되는 메뉴는 갈비탕이다. 이제 서울에서 1만 원 안쪽으로 갈비탕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 한 마리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 갈비는 구워 먹든 끓여 먹든 가장 고급품이다.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얼마 되지 않으니 그 값이 오르는 것은 굳이 자본주의 논리를 배우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삼겹살을 씹을 때 이에 감기는 탄성이 달랐다

맛있돼지! 육즙 포텐 터지는 삼겹살

삼겹살을 씹을 때 이에 감기는 탄성이 달랐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2) 약수역 ‘금돼지식당’ 소고기가 비싸서 먹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남이 사준다고 하면 소고기를 외쳤다. 회식 때 소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그 전날부터 설랬다. 남이 한 점 먹을 때 두 점 먹으려고 노력했고 다 익히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를 대며 핏물 떨어지는 고기를 낚아채듯 집어 먹었다. 그러나 내 돈 주고 먹을 고기라면 돼지고기가 좋았다. 만약 나의 마지막 날이 되어 ‘너는 어떤 고기를 좋아하느냐’라고 간증해야 하는 자리가 생긴다면 나는 몇 번이고 말할 수 있다. 저는 돼지고기가 좋습니다. 돼지고기는 싼 고기다. 삼겹살이 금겹살이라고 호들갑을 떨어도 지갑 가벼울 때 먹을 수 있는 고급 단백질은 돼지고기가 으뜸이다. 서양에서는 싼 부위라고 취급받는 삼겹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국민 성향 덕에 세계 삼겹살 최대 수입국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벨기에, 프랑스, 칠레, 캐나다 등등 싸게 먹자면 수입 삼겹살을 먹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굳이 기분을 내고 싶을 때가 있다. 삼겹살 그까짓 고기가 무슨 차이가 난다고 줄을 서는 집에 가서 국산, 그것도 특별히 종을 선별해 길렀다는 그 고기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돼지고기 집이 떠올랐다.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약수역 금돼지식당이요.” 금돼지식당 업데이트 한 지 꽤 되어 보였던 네비게이션에 ‘금돼지식당’이란 이름은 검색되지 않았다. 적당히 약수역 근처에 내려 휴대폰 지도를 살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열 댓 명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집이 보였다. 느낌이 왔다. 금돼지식당이었다. 느낌 그대로 정문 앞에 가니 기다리는 사람들 이름이 가득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내 이름 앞에 11팀이 있었다. ‘되돌아갈까’ 생각이 들었지만 약수역까지 든 택시비가 아까웠다. 밤공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모기 하나 없는 봄 밤, 약수역 거리를 서성였다. 오래...
덕이네만두

[한끼서울] 꽃샘추위 날려줄 뜨끈한 만두전골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1) 합정 ‘덕이네만두’ 사정없이 바람이 몰아쳤다. 한강 변으로 향하는 합정 어귀에서 사람들은 영화 속 비극의 주인공처럼 옷깃을 세게 여미었다. 그 바람을 파고들고 있자니 세상의 괴로움과 슬픔이 모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감각에 온 신경이 집중 되어서, 정확히 이야기 하면 정신이 쏙 나가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들바들 떨 새도 없었다. 온 힘을 다해 걸었다. 요즘 뜬다는 합정이 아니었다. 강변북로로 빠지는 이면도로는 여전히 한산했다. 한산한 분위기를 타야 하는 모텔만 여럿 있었다. 추워서 만두가 먹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지도상으로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도보로 5분. 그 5분 동안 에베레스트 정상 인근의 수직 빙벽 구간인 힐러리 스텝을 오르는 듯한 극한의 기분을 느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하는가라고 입 밖으로 불평이 세어 나올 무렵 ‘덕이네만두’라는 큰 간판이 보였다. 그 간판은 세찬 바람에 소리를 내며 삐걱거렸다. 정면에서 바라본 ‘덕이네만두’는 가정집이었다. 현관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얕게 있고 그 옆으로 주인장이 기르는 듯한 화분이 몇 있었다. 친구 집에 가듯 익숙한 모양의 철문을 밀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따뜻한 온기. 사람이 사는 집의 낯익은 온기가 몸을 감싸 돌았다. 방 여기저기에는 방송에 출연했다는 액자가 붙어 있었는데 색이 너무 바래있어 오래된 소문 같았다. 그 액자의 주된 내용은 이곳이 만두 달인의 집이라는 것이었다. 만두 빚는 기술을 어머니에게 전수 받았으며, 그 기술이 어떤 것인지 등등.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 때문인지 여러 방으로 나뉜 가게 안에는 손님이 몇 없었고 종업원들도 오후 햇살에 느긋해진 모양새였다. 한참 메뉴와 액자를 보다가 주문을 넣었다. 멀리 있던 중년 여자는 ‘네에’하는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이 집의 자랑이라는 만두전골과 그것으로는 아쉬워 빈대떡 한 장을 시켰다.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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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한끼서울] 맛있‘소’!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0) 중구 다동 ‘낙동강’ 넘실대는 그 강을 보면 죽음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낙동강에 페놀 방류 사건이 일어나고, 부산 사람들은 한동안 수돗물 마시는 것도 꺼려했다. 가끔 서울에서 친척이 내려오면 ‘수돗물 냄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동네에 흐르는 하천에서는 썩은 내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때마침 완공된 낙동강 하구둑을 두고 여론이 나뉘었다. 밀물 때는 밀양까지 짠물이 밀고 올라와 김해평야에 댈 물이 없었다는 하구둑 건설 찬성논리와 하구둑 때문에 을숙도 철새 도래지가 파괴되고 갯벌이 사라졌다는 반대논리는 줄이 꼬인 두 개의 연처럼 서로를 엮고 또 엮었지만 어쨌든 지어진 둑을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민물과 짠물을 오고가던 물고기들의 길은 이미 막힌 뒤였다. 텔레비전에서는 기자가 강가에 가서 등 굽은 물고기를 들고 오염이 심각하다는 멘트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약수터에 줄을 서서 물 받는 것도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휴일이면 산 중턱의 약수터에 물통을 줄 세워놓고 배드민턴을 치는 중년 남녀 사이에서 친구들과 돌 위를 건너뛰며 놀았다. 그때부터 ‘먹는 샘물’을 팔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물도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며 수군거렸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물을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 하다못해 정수 필터라도 걸러야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등 굽은 물고기 이야기는 사라졌지만 매년 여름이 되면 낙동강은 길고 긴 푸른 잔디밭이 된다.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위로 물고기는 여전히 떼죽음을 당한다. 나는 그곳을 떠나 서울에 산 지 오래다. 낙동강 물이 아니라 한강 물을 마시며 사투리 대신 표준말을 쓴다. 갈매기는 보이지 않고 매연을 뒤집어 쓴 비둘기뿐이다. 태풍은 이 도시를 비껴나가고 바다는 멀리 있어 공기 중에 짠내를 찾을 수 없다. 나는 약수터에 올라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대신 건물과 건물 사이 바람이 세차게 드나드는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며 하루의 절반을 써버린다. 을지로 다동의 골목에서 ‘낙동...
1967년 창업한 이래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창성옥` 소뼈 선지 해장국

[정동현·한끼서울] 용문시장 해장국집

1967년 창업한 이래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창성옥` 소뼈 선지 해장국 ◈ `창성옥`-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9) 용산구 창성옥(서울미래유산) 새해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았다. 어느 동물도 해를 가르지 않고 그저 해의 움직임과 날씨 변화에 따라 삶을 영위할 뿐이다. 어차피 오고 가는 시간, 그 연속적인 흐름을 분절적으로 인식하여 해를 나눈 것은 인간의 자의적인 습관이다. 무엇보다 나이가 든다는 것, 육체가 쇠하고 그에 따라 정신도 기백이 떨어지며 보수적으로 변하는 그 감각이 싫었다. 느끼지 않으려고 해도, 거부하려 해도,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며, 무엇인가 변해 있기를 바라며 새해를 맞이하지 않는다. 나는 지킬 것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그 지킬 것에 파묻혀 하루하루 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가까스로 부전승 처리를 하며 지낼 뿐이다. 한 때 `부부해장국`으로 운영하다 지금은 옛 이름을 다시 찾았다 새 밑, 재개발이 채 되지 않은 용문전통시장에 가게 된 것은 굳이 해장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였다. 시장 근처에 들어서자 주차장이 모자란 탓에 좁은 2차선 도로 빽빽이 늘어서 있는 차들이 나타났다. 전통시장 주변에는 차변 주차를 해도 용인이 되는 때가 있다. 전통 시장에 넓은 주차장이 있을 리 만무하고, 사람들은 차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주차난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아 상인들이 민원을 넣으니 일종의 초법적인 구역이 형성된 셈이다. 앞에 마을버스가 한 번 정차 할 때마다 차가 밀렸고 신호가 떨어지면 꼬리를 문 차들이 움직이지 못해 더더욱 교통은 엉망이 되었다. 겨우 차를 세우고 시장 안에 들어서자 차를 대놓은 사람들이 다 여기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막을 쳐놓은 좁은 길 위로 사람들이 어깨를 치며 다녔다. 해장국 위에 신김치가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머리를 자르지 않은 생닭, 각종 전을 부치는 아낙네,...
테헤란로에 위치한 광교옥 곰탕

[정동현·한끼서울] 대치동 곰탕집

테헤란로에 위치한 광교옥 곰탕 ◈ 광교옥 곰탕-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8)강남구 광교옥 테헤란로는 황량하다. 신이 쌓아올린 것처럼 거대한 빌딩 사이로는 햇볕조차 들지 않고 음지에 머무는 골목길 위에는 얼음이 쉽게 언다. 꼬리를 물고 도로를 지나는 차들 때문에 늘 신호가 밀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은 몸을 비틀어 길을 건넌다. 나는 이곳에 매일 같이 머물며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제대된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본래 황량했던 이곳이 신화적인 개발을 통해 주목을 받은 것은 실제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이 식사를 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무방비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조건은 장소가 오래 되어 안정감을 주고 또 편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 모두 업력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러나 손님을 객단가라는 지표로 환산해 이익의 원천으로 여기는 이 시대에 그런 곳을 찾기는 쉽지 않고 테헤란로에서는 더더욱 힘들다. 나 역시 매일 같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똑같이 사람을 평가하고 환산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런 내가 바란 것은 크고 원대한 소망이 아니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나의 감각이 느끼는 맛에 대해 생각하며,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나는 그 곳을 찾아 테헤란로 언덕배기를 올랐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영하 10도를 우습게 넘기는 북극 바람을 헤쳤다. 언덕 위로 ‘광교옥’이란 이름이 쓰인 간판이 보였다. 세 음절의 단순한 이름, 하지만 수식이 많지 않은 그 이름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 이 식당의 명물처럼 느껴지는 광교옥 간판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 앞에 줄을 서서, 누군가 내 차례를 뺐지 않을까 의심하고, 또 식사를 하는 사람이 빨리 일어나지 않는다고 미워하며 딱 한 시간 밖에 되지 않는 점심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누구도 의심하고 싶지 않고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이른 점심 시간인지라 여유 있는 ...
다양한 풍미의 파스타를 맛보는 갈리나데이지 시그니처 파스타_지도보기

[정동현·한끼서울] 서촌 이탈리안 파스타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⑪ 종로구 갈리나데이지 다양한 풍미의 파스타를 맛보는 갈리나데이지 시그니처 파스타 ◈ 갈리나데이지-지도에서 보기 ◈ 통인시장에 기름 떡볶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촌에 해물라면에 소주를 파는 계단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왕산 아랫자락은 층수가 높지 않은 건물이 대부분이고, 골목이 모세혈관처럼 가늘고 넓게 깔려 있다. 그 가운데는 몇몇 유명하고 저렴한 곳들 외에도 작게 빛나는 집이 있다. 본래 양반들이 모여 살았다는 서촌 터줏대감 격인 삼계탕집 토속촌을 지나 조금 더 올라오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인 추어탕집 용금옥이 있고, 그 다음 마주하는 골목에서 좌편으로 방향을 바꾸면 낮게 달린 간판 하나가 있다. 식당 이름은 ‘갈리나데이지’. 암탉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갈리나’에, 셰프 예명을 붙여 지었다. 이름처럼 이곳을 책임지는 셰프는 여자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간판을 지나면 작은 정원과 나무 벤치가 있다. 비밀의 화원을 지나듯 타임과 같은 허브가 자라는 정원을 지나 나무문을 열면 작은 홀이 펼쳐진다. 반기는 것은 하얀 셔츠에 키가 훤칠한 직원들과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꽃이다. 갈리나는 이탈리어로 `암탉`, 데이지는 셰프 예명이다. 잰 걸음으로 걷는 직원들 모습을 보면 몇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맛이 수준 이하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시간이 불쾌해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춘 곳은 인구 천만 명이 모여 산다는 서울에서조차 꽤 드물다. 인력 운영 면에서 최저 임금이 낮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혹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급료를 많이 쳐줄 수도, 식재료 원가를 높게 쓸 수도 없어 자연히 서비스와 음식 질이 떨어지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아니면 오로지 싼 식사만을 원하는 일반 대중 때문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일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우리 모두의 수준이 낮기 때문으로 귀결해본다. 갈리나데이지 시저샐...
서울에서 된장찌개로 유명한 ‘또순이네’

[정동현·한끼서울] 양평동 된장찌개

◈ 된장찌개-지도에서 보기 ◈ 서울에서 된장찌개로 유명한 ‘또순이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⑩ 영등포구 또순이네 집에는 나와 된장찌개, 고양이만 있었다. 취업 준비를 하며 '자소서'를 쓰던 대학교 4학년 가을학기는 수업도 별로 없었다. 대신 나 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노트북 컴퓨터 한 대를 등산 배낭 같이 큰 가방-실제 등산 배낭이었는지도 모른다-에 넣고 늦게 학교로 출발하는 나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아르바이트는 경제 현실을 체험하고자 한 경영학도의 현장 실습으로 탈바꿈 했고, 우연히 참가한 봉사활동은 나의 희생정신과 높은 도덕률을 증명하는 기록이 되었다. 설익은 자괴감은 인터넷 사이트 위에 찍힌 ‘합격’과 ‘불합격’ 표시가 반복됨에 따라 희미해졌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나의 사소한 과거 하나 하나에 의미부여를 했다. 아르바이트도 끊고 이름만 지우면 위인전 같은 ‘자소설’을 쓰며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한 번 매식(買食)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된장찌개 뚝배기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속편했다. 어머니가 끓여놓은 된장찌개에 들은 내용물들, 감자, 양파, 파 등속은 모두 잘게 잘려 있었다. 출근길에 된장찌개를 끓이느라 1분이라도 빨리 익히기 위한 어머니 노하우였다. 그 된장찌개를 다시 끓이며 나는 계란프라이 두개를 부쳐 단백질을 보충했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만 더해지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야말로 밥 먹듯 된장찌개를 먹었다. 외관은 대중식당이지만 그 맛은 유일무이하다. ‘또순이네’만의 깊은 맛을 가진 된장찌개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때만큼 된장찌개 맛이 다르게 느껴진 때는 없었다. 된장과 감자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달달하면서도 짙은 흙 맛, 그 위에 올라탄 양파와 호박의 단맛과 청양고추 매운맛, 화장을 하듯 초록 기운을 품은 파가 녹아들어간 된장찌개. 보온밥솥에서 푼 밥에 비벼가며 하루를 시작하던 20대 후반이었다. 아무 것도 쌓인 것 ...
숯불에 초벌구이구워서 나오는 공평동꼼장어

[정동현·한끼서울] 공평동 꼼장어 구이

◈ 꼼장어 구이-지도에서 보기 ◈ 숯불에 초벌구이 해서 나오는 공평동꼼장어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⑨ 종로구 공평동꼼장어 중간이 없는 나라다. 뭐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전국에 폭염 경보가 떨어진 날, 멈출 줄 모르는 태양의 기세는 땅을 뜨겁게 달궜다.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은 본인 인격이란 가변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날 불판 앞에 앉겠다는 생각은 자학과 극기 둘 중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보다 더 필요했던 것은 뜨겁고 매콤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입 속에서 꿈틀댄다면 더욱 좋았다. 그리고 독주 한 잔을 목구멍으로 넘긴다면 더위 따위, 소리 한 번 크게 내지르면 끝나고 말 것 같았다. 종로로 향했다. 이제는 사라진 지번 주소인 공평동에 음식명이 붙으면 이곳 이름이 완성된다. ‘공평동 꼼장어’다. 오피스 빌딩들이 줄을 선 이 곳에 바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다. 날이 선선해지면 백이면 백 줄을 서야 간신히 드럼통 앞 낮은 의자에 엉덩이를 뉘일 수 있다. 그러나 날은 삼복더위, 숯불 앞에 앉아서 꼼장어를 굽겠다는 기백을 가진 이는 많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섰다. 여름에도 줄이 서 있는 공평동꼼장어 그 계산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퇴근 하자마자 간 ‘공평동 꼼장어’에는 우리를 위한 단 하나 자리가 있었다. 우리 뒤로 온 사람들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듯한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야 했다. 사실 이 집에서 꼼장어를 굽는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왜냐하면 모두 다 구워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메뉴는 안쪽 주방에서 계량이 되어 식당 밖으로 향한다. 그곳에 이 생물을 굽는 사내들이 있다. 얼굴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고 온 몸에서는 땀이 흘렀다. 이 식당 성공 비결이란 이 사내들 땀에서 비롯된다. 저 메뉴들을 일일이 불판 앞에서 굽다보면 시간은 오래 걸리고 수고는 수고대로 들기 마련이다. 술잔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집게를 들고 꼼장어를 뒤척이는 것도 일, 게다가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