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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우리 동네의 공원길이 불을 켠 듯 환하다. 기온이 내려가더니 그사이 느티나무에 물이 들었다. 문래공원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로 적적하지 않다. 자분자분 산책하는 어르신의 발걸음 소리에서 공놀이를 하다가 까르르 웃음이 터지는 꼬마들의 소리까지…. 이 공원에 가을이 화려하게 찾아왔다. 중앙통로 근처에 늘어선 느티나무와 단풍나무, 산수유의 빨간 열매가 가을이라고 속삭인다. 여물어가는 가을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가로이 걸어보라 한다. 볕이 좋은 날은 반짝거리는 공원이 좋다. 비가 내리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어 좋다. 다양한 나무들이 있으니 물드는 때가 제각각이다. 공원 가운데 키 큰 소나무가 사철 자리를 굳게 지키고 그 주위에 느티나무가 상냥하게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도심공원 같지 않게 나무에 물이 밝게 들었다. 늘 앞마당처럼 산책하고 지나는 곳인데도 요즘엔 이곳에 가을이 있어 더 좋다. 낙엽 지는 가을. 공원의 벤치는 다정하고 낭만적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그 벤치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박인환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원길을 걷는다. 그 벤치는 지난봄과 여름 많은 사람들이 쉬고 간 자리다. 젊은 연인들이 머리를 기대고 앉아 밀어를 속삭인 곳이고 할머니들이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앉았던 자리이다. 배고픈 아저씨가 막걸리에 빵을 먹던 자리이기도 하다. 오늘 가을비가 온 날은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져 내려앉았다. 가을비답지 않게 종일 비가 내렸다. 봄비는 초록 비. 가을비는 노랑 비. 이제 나무들은 더 밝고 따뜻한 색으로 치장을 할 것이다. 멋진 가을은 이미 나에게로 와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 곁으로 찾아온 계절이 고맙고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