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

서울시 공무원 40%…노량진서 먹어본 ‘이것’

"45번이랑 7번이요" 익숙하게 번호를 외치는 손님 주문에 맞춰 주인은 손 빠르게 음식을 담아낸 다. 큼직한 일회용 용기에 흰밥 한 주걱, 볶음 김치 한 국자, 김 가루 솔솔. 여기에 저마다 취향에 맞는 재료를 추가로 선택해 쓱쓱 비빈다. 맛은 달라도 모양과 먹는 방법은 비슷하다. 이것이 '컵밥'이다. 공시생(공무원 취업 준비자)을 위한 노점 음식에서 출발한 컵밥은 3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노량진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공시생 애환을 모아 담은 특별한 음식 컵밥. 과연 이 컵밥 한 그릇에는 어떤 역사가 비벼져 있을까? 10년 전쯤 먹었던 컵밥 기억을 떠올리며 노량진을 찾았을 때 컵밥 포장마차는 예전 그 자리에 없었다. 2015년 겨울, 컵밥 노점들을 품었던 노량진역 앞 철교가 철거되면서 그 앞의 컵밥 포장마차들도 함께 철거됐다고 한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려 할 때 영화 속 죽은 주인공이 다시 살아나듯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노점단체와 동작구청이 1년 간 논의를 거쳐 '노량진 컵밥 거리'를 조성해 놓았다는 것이다. ‘컵밥 시즌 2’다. 컵밥 거리는 노량진역에서 노들역 방면으로 300m 떨어진 곳에 있다. 노량진역에서 5분 정도 걸으니 노량진 컵밥 거리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로 접어드는 길 맞은편으로는 28개 컵밥 점포가 모여 거리를 이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다시 찾은 컵 밥 노점도 변해 있었다. 예전 낡은 포장마차 대신 깔끔하게 각진 모습의 컵밥 점포들이 줄 맞춰 늘어서 있다. 하지만 10년이 지 나도 변하지 않은 것은 그때 먹었던 컵밥 그 맛이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한 가게에 들어갔다.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준비하는 아주머니 손길이 눈에 익숙하다. 언제쯤부터 장사를 시작했냐는 물음에 아주머니는 "30년쯤 됐나? 정확하게는 기억 안 나는 데…" 옆에 있던 중년 손님은 "나도 처음 컵밥 처음 먹었던 때가 그쯤 된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네요"라고 거들었다.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
지난 10월 말 노량진 컵밥거리가 새롭게 조성됐다

새롭게 조성된 ‘노량진 컵밥거리’

지난 10월, 노량진역 환승통로가 개통되면서 노량진 거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노량진 거리. 수험 거리로 정평이 나있으며 전국에 수험생과 각종 고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학생이라면 한 번쯤 머물렀던 거리, 이곳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10월 31일,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환승통로가 정식 개통(☞노량진역 1호선↔9호선 환승통로 개통)되면서 그 주변에 있던 ‘컵밥거리’까지 새로워진 것이다. 일명 ‘컵밥거리’로 불리던 거리 가게들이 한층 더 격상돼 ‘특화거리’로 조성됐다. 앞서 지난 5월, 동작구에서는 노량진역과 수험거리를 잇는 육교를 철거하는 동시에 육교 밑에 즐비해있던 컵밥 노점을 인근 사육신 공원 근처로 옮겨 ‘특화거리’를 조성키로 계획한 바 있었으나, 인근 상인들과 거리를 왕래하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인해 잠정적으로 정상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량진역 환승통로 정식 개통을 기점으로 오래되고 무분별하게 즐비해있던 ‘컵밥거리’가 다시 새롭게 조성됐다. 지난 10월 말 노량진 컵밥거리가 새롭게 조성됐다 이날 점심시간에도 저렴하고 맛있는 점심식사를 위해 수험생들이 컵밥 거리로 몰려들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면서 6개월 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김경민 학생은 “두끼는 자취하면 집에서 해결하지만, 점심 식사는 해먹기 불편하고 번거로워 보통 부담 없이 컵밥거리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햄버거를 판매하는 사장님도 만나보았다. “예전에 잘 나가던 무역 오퍼상을 해 건어물과 나물류를 수입하여 시장 상인들 거래를 하다, 97년 IMF를 만나 생활고까지 겪어보고, 채소장사도 해보고 다른 노점도 시도해봤지만 만만치 않게 애로를 겪다 노량진 컵밥집에 대한 정보를 듣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기간은 얼마 안 되지만 이제 이렇게만 영업이 된다면 좋겠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조금 전에 샀던 햄버거를 역 휴게실에서 먹어봤다. 기존 프랜차이즈 햄버거 맛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입시생들이 줄을 서 찾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육교가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