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

별이 된 작은 소녀가 남긴 메시지

〈SBS스페셜〉, 〈그것이 알고 싶다〉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26년 동안 TV 다큐멘터리작가로 활동해 오신 최경 작가가 그 26년의 이야기를 ‘내 손안에 서울’에서 들려주십니다. 작가로 26년을 지내오는 동안, 알게 된 사람들의 사연과 세상을 보는 시선을 감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으시다는 최경 작가의 글은 매주 목요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나씩 들어보실까요?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1) 사무실에 툭하면 전화를 걸어오는 소녀가 있었다. 마치 당연히 해야 할 일상인 것처럼 소녀는 전화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통화를 원하곤 했다. 늘 코앞에 닥친 다음 방송 때문에 바빴던 우리는 되도록 간단하게 소녀와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끊곤 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소녀의 전화공세에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 소녀는 우리에게 소중한 출연자였다. 사실 소녀를 알게 된 건,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와 가족들의 지속적인 솔루션을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였다. 당위와 열망만 있었을 뿐 허허벌판처럼 아무 것도 없었던 그때, 나는 후배와 함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하나만 챙겨들고 지방의 도시로 향했었다. 몇 명의 환아와 그 가족들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환우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한 집을 찾아갔을 때, 꼬마 여자아이가 뒤뚱거리면서 달려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었다. 14살, 중학생이었지만 키가 몹시 작았고, 생김새도 보통 아이들과 달랐다. 뮤코다당증이라는 희귀질환을 갖고 태어난 소녀는 병 때문에 눈도 잘 보이지 않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갈라지는 목소리도 거친 피부도 독특한 외모도 모두, 앓고 있는 희귀질환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잠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방으로 사라졌던 소녀가 중학생 교복으로 갈아입고 배시시 웃으며 다시 나타났다. 자신이 중학생이라는 걸 우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카메라 레코드 버튼을 누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