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시스

갑자기 쓰러진 행인을 만났을 때, 당신이라면?

방송작가 최경의 (53) 도움행동의 조건 어느 해인가 한 작은 도시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한 소년이 병을 앓다 숨진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담임교사가 장기결석을 하는 소년의 집을 수소문해 겨우 찾아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지역주민들이었다. 이웃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각성했고, 너도나도 도움을 자청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소년은 어느 교회에 머물면서 주위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소년은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알리며 나중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그 사건은 한 소년을 구하고 후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지역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심사를 거쳐 발급된 가족증을 제시하면 연계돼 있는 식당에서는 식사를 제공하고, 슈퍼에서는 물품을 제공하는 등 나눔 행동으로 확산된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센터에 쌀독을 가져다 놓아 필요한 사람이면 아무나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다. 놀랍게도 쌀이 없어지는 속도보다 쌀을 기부하는 양이 훨씬 많아 창고에 쌀이 그득그득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 이 나눔 운동을 제안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예상 밖이라며 놀라워했다. “우리가 불을 붙이긴 했는데 불이 막 저절로 타들어가듯이 지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을 하고 쌀독 같은 것은 우리가 제안만 했는데 모든 공무원들이 다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걸 보면서 깨달았죠. 아, 마음속에는 모두 선행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그걸 모아줄 모티브와 시스템이 없었던 거구나, 그동안 아무도 점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 말입니다.” 당시 취재를 하면서 남을 돕는 ‘이타행동’은 어떻게 해서 촉발되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의 자문을 구해 몇 가지...
노을ⓒnews1

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방송작가 최경의 (52) 대한민국 출세이야기 2 - 출세의 함수, 운칠기삼 제복을 입은 장군이 광화문에서 이순신장군 동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견장엔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은 호감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장군이 한 아이에게 말을 붙였다. 아이는 신기한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고, 옆에 앉아있던 엄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장군이 지나가고 나서 아마도 아이에게 그랬을 것이다. “저 장군님 얼마나 멋지니? 너도 커서 저런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니?” 장군은 근처 특급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모두 그에게 예를 갖췄고, 불편한 것이 없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장군의 표정은 무척 여유로워보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거리에 나선 장군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 한쪽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1분도 안돼서 근처 빌딩의 경비원이 뛰어와 장군의 상태를 살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괜찮으시냐고 말을 걸고 누군가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모두 그를 걱정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다음날, 한 허름한 차림을 한 노숙자가 쓰러졌다. 1분, 2분, 3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냥 지나쳤다. 흘깃 쳐다보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장군과 똑같이 특급호텔 커피숍에 들어가려 했지만, 입구에서 차단당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피했다. 장군과 노숙자, 그들은 실은 한 사람이었다. 더 이야기를 하자면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하다 얼마 전부터 자활을 시작한 사람이 장군 제복을 입고 실험에 참여한 것이다. 출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도한 제작진의 실험이었다. 제복을 입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너무도 달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 개천에서 용이 나길 바라고, 억울하고 서러우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출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여긴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노력하는 ...
전경ⓒ김유경

타인의 출세가 나의 삶을 지배할 때…

방송작가 최경의 (51) 대한민국 출세이야기 1 최고의 학벌과 이른바 ‘사’자가 붙은 직업과 수십억, 수백억의 재산가, 거기에 쥐락펴락하는 권력까지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부러운데 모든 것을 거머쥐고 있는 그들은 분명 최고 중에 최고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집단 기억상실증에 실어증에 걸려 만인이 보는 청문회 자리에서 눈만 꿈뻑거리며 기껏 하는 말이라고는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보니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지금 울화를 부르는 대상이 됐다. 권력을 누리며 호령하던 그들이 이제 와 면피하기 바쁜 비겁하고 치졸한 모습인 걸 보면, 머리 좋고 모범생이고 좋은 직업과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뭘 하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이 출세를 한 사람들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비겁해지면 세상 살기 편해진다는 걸, 그들은 출세 길에서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하고, ‘사’자 붙은 사람이 돼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집안의 영광이며 행복의 길이 열린다고 얘기할 명분이 없어져 버렸다. 적어도 요즘, 출세한 사람들의 모습은 그렇게 실망스럽다. ‘출세’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인의 ‘출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내린 ‘출세’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세상의 부름을 받고 나와, 만인을 위해 봉사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지도자에 따라 역사의 물길은 달라져왔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하늘과 땅을 오간다. 출세한 사람들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고 사람들의 행복감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 된다. 때문에 우리는 리더의 가치관과 태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리더의 내면보다 혈연, 지연과 같은 배...
꽃ⓒ뉴시스

이름이 다섯 개인 남자친구의 비밀

방송작가 최경의 (50) 남자친구의 비밀 독신주의자였던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손님으로 온 K와 친해지게 됐다. 훤칠한 외모와 친절한 말투 그리고 다정다감한 성격까지 남자는 그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먼저 고백을 했고 두 사람은 몇 달 동안 불타는 연애를 했다. 그리고 결혼약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단, 부동산 투자 사업을 하던 남자친구 K가 급작스럽게 돈줄이 막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던 것만 빼고는. K는 그녀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몇 백만 원씩 돈을 빌리기 시작했고, 결혼할 사이였기에 그녀는 대출을 받아서 야금야금 그가 알려주는 통장으로 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뒤늦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그녀는 남자친구 K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남자친구의 사진과 함께 찾는다는 글을 올리자, 몇몇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쪽지를 보내왔다. K가 쓰는 이름만도 다섯 개, 학력과 직업, 형제관계며 집안 사정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달랐다. K는 같은 수법으로 여러 명의 여성들을 울렸다고 했다. 남자친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순진하게 믿었던 그녀, 한편으로는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K가 그동안 보여줬던 다정한 모습과 따뜻한 말들에 그래도 진심은 있었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남자의 정확한 실체를 알고 싶어 그녀는 K의 고향을 찾아가 그를 안다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만난 사람은 술집 마담이었다. “손이 큰 손님이었어요. 하룻밤에 최고급 양주 3병을 시킬 정도였죠. 젊은 남자가 팁도 듬뿍듬뿍 줘서 다 좋아했어요. 이 정도로 돈을 잘 쓰는 남자면 대충 뭐하는 사람인지 소문이 나거든요. 재벌 2세라든가, 큰 사업을 한다든가 뭔가 소문이 돌기 마련인데 그 손님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좀 이상하긴 했죠.”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과 데이트를 할 때 K는 기사식당을 찾아다니며 밥을 먹을 정도로 짠돌이였기 때문이다....
야경ⓒ김현진

빌라촌 무단주차 차량 사건의 전말

방송작가 최경의 (49) 의문의 무단주차 외제차, 그 실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필자는 꽤 오랫동안 미국을 여행한다거나 방문을 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이유는 좀 우습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 속의 미국이란 나라는 툭하면 총질에 유색인종에 대한 공격 그리고 밤만 되면 범죄의 거리로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실제로도 굳이 미국여행을 찾아서 가지 않았다. 훗날 가보게 된 미국은 상상하고 생각한 것만큼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밤이 되면 숙소에 콕 박혀서 가까운 거리라도 걸어가는 일 따윈 절대로 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TV나 책, 영화 등에서 얻은 것에 대한 인상은 그렇게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낳기도 한다. 몇 달 전 제작진에게 특이한 제보 하나가 왔다. 한 빌라촌에 외제차 한 대가 보름째 무단 주차하고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언뜻 들으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작진을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외제차가 아무래도 강력범죄에 연루된 듯 보인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무서워서 차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고, 삐딱하게 선을 타고 주차를 해놓고 안 나타나는 바람에 정작 빌라 주민들은 주차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혹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자가 차를 찾으러 다시 빌라 근처에 나타날까봐 매일 매일이 두렵다고 했다. 차를 얼른 치워달라고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주차된 차에 관한 것은 구청 소관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구청에 신고했더니 이번엔 주차된 장소가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 소유주 허락 없이는 차를 견인해 갈수 없으니 길면 두 달 정도까지 기다리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빌라주민들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의문의 외제차를 치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대로 뒀다가는 빌라 촌이 피비린내 나는 강력범죄의 현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민들은 갖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보름 전 CCTV를 살펴보니, ...
탄광ⓒnews1

이 땅의 아버지들은 눈물나게 살았다

방송작가 최경의 (48) 대한민국의 아버지들2 - 아버지라는 거울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부모가 평소 무슨 생각을 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려면 그 자식들을 보면 된다. 자식이 부모를 빼닮는다는 것, 알게 모르게 배운다는 것은 일면 신비롭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말 무서운 일이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요즘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국정농단 사태의 두 주인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아버지들과 하는 짓이 어찌나 닮아있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유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사실 자식 입장에선 부모의 말과 행동, 혹은 삶의 태도 중에서 가장 싫어하는 점이 있다. 그리고 그것만큼은 절대로 닮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아요.’ 라는 말이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작금의 국정농단의 두 딸들은 그 아버지들의 거울이다. 뭐든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고, 막장 드라마도 울고 갈 막장의 끝을 보여주는 청와대 관련 뉴스를 수시로 접하다 보니, ‘이러려고 작가가 됐나 자괴감이 들 정도’다. 비리를 창조해내는 창의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모르는 유체이탈 증세와 화법 역시 작가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의 아버지들 대부분은 그들처럼 살지 않았다. 비록 정글 같은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앞만 보고 달려갔어도, 자식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보다 집에 쌀이 떨어지는 것이, 자식들 교육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며 살았어도, 그래서 자식들과 어느새 벽이 생겼다 해도, 적어도 나의 영달을 위해 남을 철저하게 짓밟는 짓은 하지 않았다. 적어도 위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고 빼앗고 등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못 배우고 가난한 아버지일수록 더 그랬다. 몇 년 전, 한 아버지의 일생을 취재했던 것이 새삼 기억난다. 그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끼니 거...
운동ⓒ뉴시스

그래서 아버지들은 고단할 수밖에 없다

방송작가 최경의 (47) 대한민국의 아버지들1 - 왕따 아버지들을 위한 변명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적 관계에서 함부로 민낯을 보일 수 없기에 어느 정도는 자신을 포장한다. 뾰족한 성격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없어서 스스로를 가두기도 하고, 참기도 하고, 상처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고, 속이 상해도 티를 내지 않으며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려고 애쓴다. 특히 우리의 아버지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더럽고 치사해도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욕지기를 삼키고, 수모를 당해도 일을 마치고 털어 넣는 술 한 잔으로 잊어버리곤 했다. 그래야만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고,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땅의 가장들의 비애, 아버지들이 사회생활을 위해 썼던 가면을 벗는 순간은 가장 편안한 집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집에 와서 비로소 왕이 되는 아버지를 가족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어떤 가면을 쓰고 어떤 수난을 당하며 힘겹게 버텨내는지 가족들은 미처 알지 못한다. 그저 가부장적인 아버지, 대화가 아니라 명령을 하는 아버지가 무섭고 싫어 피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어느 틈엔가 아버지는 가족 사이에서 왕이 아니라 왕따가 돼버린다. 몇 해 전, 아버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많은 가장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처한 위기에 대해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서 잠자고 나오고 하숙생이에요. 아버지가 아니에요. 아이들은 엄마 편이예요. 엄마랑 더 얘기를 많이 하지 아빠랑 얘기를 안 해요. 아버지가 딱 들어가면 아이들은 자기 방으로 싹 들어가 버려요.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아내는 등을 돌리고 누워요. 부부가 얼굴을 마주보면 몇 센티미터 안 되는 가까운 거리지만 등을 딱 돌리고 누우면요. 지구 한 바퀴에요. 근데 지금까지 언제나 지구 한 바퀴였어요.” “사실 저는 억울했어요. 쉬는 날 없이 심지어는 감기몸살이 쉬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무단결근...
남산ⓒnews1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뭐하는 사람인지…

방송작가 최경의 (46) 오물테러범을 잡아라!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때문에, 아니 아니 그들을 둘러싼 세력이 온 나라에 오물을 끼얹었다. 0에서부터 100까지 손이 안 뻗친 곳이 없고, 눈먼 돈이 생기는 곳엔 틀림없이 그들이 개입돼 있다고 한다. 대기업에선 그들에게 줄 대기 바빴고 수십억, 수백억이 쉽게 넘어갔다고도 한다. 심지어 지극히 사사로운 관계의 인물도 그들을 통하면 수직사다리를 올라탔고, 누가 딴지라고 걸면 국가권력을 동원해 철퇴를 가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불통 먹통의 결과가 이렇게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터지고 말았다. 이건 차라리 허탈과 분노를 넘어서 망연자실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는 지금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 건가? 21세기에 봉건시대보다도 못한 원시시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걸까? 해외에 사는 동포들은 부끄러워서 밖을 다닐 수 없다고도 한다. 국격이 제대로 오물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모든 뉴스가 ‘순실’로 통하고 전에는 그렇게 모르는 척 외면하던 언론들이 앞 다퉈 ‘순실’과 관련된 작은 것이라도 찾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는 요즘, 모든 사건 사고가 ‘순실’ 때문에 떠오르자마자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지만 그래도 방송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하므로 취재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시청률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졌을 뿐이다. 무엇을 봐도 뉴스만큼 재밌지 않거나 심각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심지어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혹은 사기를 친 범인이 잡혀도 말도 안 되는 동정심마저 드는 건 모두 지금의 시대 탓이고, 우리 모두가 아닌 밤중에 오물테러를 당한 처지라서 일 것이다. 몇 년 전, 실제로 자신의 집이 오물테러를 당하고 있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며 제보를 해온 이가 있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신원이 노출되지 않으려고 마스크까지 쓴 남자가 제보자의 집 앞과 창문과 현관문 손잡이에 똥물을 끼얹고는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여러 번 포착됐다. 제작진이 취재를 시작한 뒤...
강아지ⓒ뉴시스

“전 억울해요” 누명을 쓴 개 해피 이야기

방송작가 최경의 (45) 의문의 발가락 실종사건 119에는 별 희한한 신고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대부분 허위, 장난전화인 경우가 많다. 어느 여름날 걸려온 전화 역시 그랬다고 한다. “발가락이 없어졌다니 너무 황당하니까 소방관 생활 20년 만에 이런 일이 처음이라 믿을 수가 없었죠.” 긴가민가하며 출동한 집에는 복합장애로 누워서 생활하는 한 중년남자가 정말로 발가락 다섯 개가 뜯긴 채였다고 한다. 남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CCTV를 살펴봐도 외부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누군가 남자의 발가락을 고의로 자른 것이라면 범행도구나 잘린 발가락을 버린 흔적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나오는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이상한 것은 발에 난 상처였다. 발가락이 잘려나간 모양이 뭔가에 거칠게 뜯겨 나간 듯 했고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손상된 것이 아니라는 검안의의 의견도 심상치 않았다.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일까? 남자의 집에 있는 애완견 세 마리가 용의선상에 올랐고 곧바로 증거확보가 시작됐다. 동물병원에 국과수팀이 출동했고, 개 세 마리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 결과, 개 한 마리의 대장 쪽에서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가 발견됐다. 유력 용의견으로 압축된 개는 닥스훈트 종 ‘해피’였다. 유난히 배가 불룩했다는 해피는 개복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 안에서 수상한 물질이 강제로 꺼내져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외국의 연구에 따르면 닥스훈트종은 사냥견종으로 개량돼 무는 힘이 센 공격적인 개라고 한다. 만약 해피의 몸 안에서 꺼낸 물질에서 남자의 DNA가 검출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형사 처벌할 수는 없고, 주인 동의를 받아서 사살이나 안락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피의 운명을 쥐고 있는 개주인은 발가락을 잃은 피해자의 아들 H씨. 그런데 그는 해피가 범인일리 없다며 펄쩍 뛰었다. “우리 해피가 주인 발가락을 왜 물겠어요. 전 우리 강아지 입에 피 묻은 것도 본적 없어요. 안락사요? 법적으로 주인이 동의 안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꽃ⓒ뉴시스

80년 만에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게 된 할머니

방송작가 최경의 (44) 어느 추운 겨울날 새벽, 파출소에 다급한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누군가 자동차 전용도로를 위험하게 걷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보니 정말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갓길을 위험하게 걷고 있는 한 할머니가 있었다. 승복차림에 털모자까지 쓰고 있어 처음엔 노스님인줄 알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절에 불공드리러 가는 길에 청년들이 차를 태워준다고 해서 올라탔다가 건네는 음료수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도로가에 버려져 있었고, 돈이 든 통장과 신분증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경찰은 할머니를 파출소로 데려와 신원조회부터 했다. 하지만 주민등록번호를 말하지 못했고, 지문조회를 해봤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자신에겐 주민등록증이 틀림없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식들이 있긴 하지만 외국에 살고 있어 연락이 안 된다고도 말했다. 할머니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스스로 밝힌 권○○라는 이름과 78세라는 나이, 그리고 고향이 경북 안동이라는 것뿐, 결국 임시로 노인보호시설로 가게 됐지만 담당 구청에서도 시설에서도 신원을 알 수 없어 기초생활 수급대상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대체 할머니는 누구이고 왜 대한민국 행정기록에도 없는 걸까. 그런데 정작 권할머니는 자신에 대한 기록이 아무것도 안 나오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는 기색이 없어보였다. 혹시 몰라 치매검사도 해봤지만 인지, 판단능력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내가 매일 절에서 기도하면서 돌계단을 닦아서 지문이 다 닳아서 안 나오는 거예요. 주민등록번호는 그게 잘 안 외워지대요. 그런 건 신경도 안 쓰고 살아서 그런가...” 뭔가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선 발견당시 입고 있던 승복에서부터 단서를 찾아야 했다. “내 법명은 보현스님이에요. 스님되기 전엔 행진보살이었지요.“ 제작진은 할머니가 가려고 했었다는 사찰로 가서 할머니사진을 보여줬다. 스님은 가끔 오는 분이라며 단번에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