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를 구워 먹는 일식 `징기스칸 요리` 식당 이치류

[정동현·한끼서울] 여의도 징기스칸 요리

징기스칸은 양고기를 구워먹는 요리법이다 ◈ 이치류-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2) 영등포구 이치류 어느 누구도 욕을 먹으며 밥을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맛집에서는 '주인장의 욕'이 도리어 정감 있다는 찬사가 되기도 한다. 식사 사디즘(sadism)이라고 부를만한 이 가학 의식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농경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러나 저러나 알만한 사람들이니 욕을 먹어도 그 본 뜻이 그렇지 않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절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내가 아는 사람은 서울 인구 1,200만명 중에 극히 소수다. 서울에서 사는 것은 매우 불친절한 환경 속에 스스로를 던져 놓는 일이다. 홍콩, 뉴욕보다 더 폭력적인 교통 환경,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다리를 벌리고 지하철을 타는 중년 남자와 아무데서나 통화를 하고 화장을 고치는 젊은 여자, 나를 뒤에서 밀치고 거리를 걷는 또 어떤 남자. 연예인 사생활을 집요하게 뒤쫓는 언론과 작은 휴대폰 창에 고개를 박고 그러한 가십을 24시간 내내 소비하는 사람들. 매 순간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며 입으로만 정의를 쫓는 비굴함 속에 내가 오직 원하는 것은 친절한 인사와 손길이다. 무엇보다 식사를 할 때, 나는 한 사람으로 대접 받으며 사람다운 식사를 하고 싶다. 성격이 무뚝뚝한 것 뿐이라며 불친절함을 억지로 포장하고,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란 변명을 해대는 곳에 가기 싫다. 대신 나는 친절을 얻기 위해 나는 몇 끼 식사를 싸구려 햄버거로 떼우고 그 값을 모은다. 그렇게 돈을 모아 가끔 호사를 부릴 때가 있다. 특히 고기를 취급하고 다루는 방법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양고기를 찾을 때가 그러하다. 3가지 부위를 선택해 먹어볼 수 있다 양고기를 구워먹는 요리 징기스칸을 먹을 수 있는 이치류에 들어서면 고기집에서는 드물게 손님 옷을 따로 보관하는 서비스가 있다. 옷에 쉽게 냄새가 배는 업종 특성을 감안한 것. 손님 ...
오코노미야키

[정동현‧한끼서울] 인사동 오코노미야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1) 종로구 와 인사동 일식주점 '와'에서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봐야 한다 ◈ 인사동 오코노미야키-지도에서 보기 ◈ 밤이고 낮이고 인사동에 있었다. 낮에는 작고한 천상병 시인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 '귀천'에 가서 차를 마시고, 밤이 되면 인사동 어귀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사동 거리를 걷다보면 내가 자주 가는 곳 주인장을 마주칠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와 상대방은 얼떨결에 인사를 하기도 했다. 옆 객(客)과도 친분이 생겨 이런 질문을 받은 적도 많다. “인사동에 사나 봐?” 실상 나는 버스로 30분 걸리는 영등포에 살았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들어차는 인사동이 나는 좋았다. 일주일에 두 세번 꼴로 인사동에 갔다. 너른 중앙대로 옆으로 핏줄이 퍼지듯 깔린 골목길이 좋았다. 골목길을 걷고 또 걸으며 지형을 익혔다. 골목에 깔리는 빛은 사납지 않았고 아늑했다. 사람들은 그 불빛 아래로 모여들었다. 계곡이 있으면 물이 흐르듯, 그 좁은 골목 사이 사이 자연스레 자리한 가게들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찬 다락방 같았다. 인사동 골목에 깔리는 빛은 아늑했다 그 중 특히 아꼈던 곳은 막걸리를 파는 흔한 민속주점도 아니고, 방석 위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야 하는 전통 찻집도 아니었다. ‘와(和)’라고 이름 붙인 일본식 주점이었다. ‘에지리상 건강하세요’라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그곳은 말 그대로 오사카 출신 에지리씨가 하는 주점이었다. 딸린 직원들도 모두 일본인이었던 그 술집은 주인장 건강 문제로 며칠 씩 쉬기 일쑤였다. 게다가 좌석도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 금세 차버리는 까닭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곳을 즐겨 찾았던 가장 큰 이유는 맛과 분위기였다. 아르바이트생이 틀어놓은 댄스음악이 들리는 주점의 산만함도, 만들어놓은 것을 데워 맛도 향기도 빠진 음식도 없었다. 대신 어깨가 둥근 여자들이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어색하지만 친절한 억양으로 주문을 받았다. 오사카 출신 에지리씨가 운영했던 가게 ...
광화문을 마주하고 오른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 100여년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여행스토리 호호] 대한민국 100년을 돌아보다

호호의 유쾌한 여행 (64)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화문을 마주하고 오른편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 100여년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지도에서 보기 ◈ 오랜만에 광화문에 갔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심인 이곳은 언제나 많은 차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곳입니다. 광장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1년 전 촛불을 든 1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촘촘히 광장을 메우고 목소리를 냈다면 지금은 저마다 목적도 이유도 다릅니다. 자신의 억울함과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고 일자리를 위한 박람회가 기업 주최로 열리기도 열렸습니다. 방문했던 10월2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도착해 이를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메인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아이돌 그룹들이 대거 등장하자 광장은 소녀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관광객들은 이 사이를 누비며 사진을 찍고 업무에 지친 광화문 직장인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인파를 뚫고 집으로 바삐 발걸음을 옮깁니다. 대한민국 상징 태극기. 고종이 미국인 외교고문 데니에서 하사한 태극기이다. 옛 궁궐이 남긴 고전적인 면모와 가장 현대적인 도시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광화문은 대한민국 오늘을 보여주는 자화상 같습니다. 많은 것들이 풀리지 않아 보이는 실타래처럼 혼재되어 희망과 절망, 체념과 감동, 분노 등으로 어우러집니다. 우리는 과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대한민국의 오늘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바로 광화문에 있습니다. 정부종합청사 맞은편, 미국대사관 옆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인공입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 등과 비교하면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과거를 짧게 훑어보기엔 충분합니다. 일제 강점기 중국에 위치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 이동경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항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기록하...
[정동현·한끼서울] 논현동 이북냉면

[정동현·한끼서울] 논현동 이북냉면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0) 강남구 평양면옥 ◈ 이북냉면-지도에서 보기 ◈ 선배는 선글라스를 쓰고 파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파란 하늘이 까만 선글라스 위에 비추었다. 씩 웃는 선배 얼굴을 보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편의점에서 산 캔커피를 마시던 선배가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다.” 영상 10도를 하회하는 낮 최고 온도와 선배가 든 캔커피는 썩 잘 어울렸다. 나도 선배를 따라 그 파란 탁자 앞에 앉았다. 찬바람에 몸을 움추렸다. 어떻게 지냈냐 따위의 이야기를 나눴다. 큰 일 없이 별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 하루였다. 근래 벌어진 가장 대단한 일이 바로 오늘 점심 식사일거란 농담을 던졌다. 그쯤 멀리서 중절모를 쓴 남자가 걸어왔다. 며칠 전 지나가는 말로 던진 약속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점심 나절, 우리 셋은 논현동 평양면옥으로 들어섰다. 많은 노포(老鋪)들이 그렇듯, 이 집도 가지치기를 하듯 혈연관계에 따라 여러 분점을 거느리고 있다. 본류로 치는 곳은 장충동. 그 곳은 큰아들이 맡고 논현동은 그 어머니가 작은아들과 함께 맡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분점도 있다. 창업주가 있고 그 창업주 자식들이 커감에 따라 가게를 하나씩 떼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노포가 분점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은 창업주 자식 연령대다. 혈연이 아닌 타인에게 가게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그 날은 분명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하얀 머리 할머니가 우리를 방 안쪽으로 안내했다. 누가 작은 아들인지 분간할 이유도, 틈도 없었다. 그저 빨리 따뜻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고 싶을 따름이었다. 보지 않아도 외울 수 있는 메뉴판을 굳이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일단 소주 하나에 제육 한 접시 주세요.” 내가 메뉴판을 보는 사이 주문이 들어갔다. 날이 차서 맥주는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할 일 없는 오후, 남들처럼 냉면 한 그릇을 마시듯 먹고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대신 가...
[여행스토리 호호] 가을 워커힐로, 단풍 따라 걷자!

[여행스토리 호호] 가을 워커힐로, 단풍 따라 걷자!

호호의 유쾌한 여행 (63) 아차산 가을이 오는 소리 ◈ 아차산-지도에서 보기 ◈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추위가 찾아오기 직전 10월의 가을볕은 뜨겁기까지 합니다.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어 서울 산책로를 찾았습니다. 워커힐로에서 아차산까지 단풍 찾아 걷는 길입니다. 단풍나무숲은 과연 알록달록 예쁜 빛깔의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을까요?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떠나는 수밖에요. 광나루역과 워커힐호텔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 이번 여행 시작은 광나루역입니다. 광나루역에서 걸어서 워커힐 호텔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립니다. 쉬엄쉬엄 걸어도 좋지만, 워커힐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호텔까지 닿아도 좋겠습니다. 조금 더 멋진 경치를 편하게 보기 위함입니다. 워커힐에서 아차산으로 가는 길은 워커힐 호텔 남문 출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곳이 유명한 워커힐로입니다. 길이 잘 닦여 있어 걷기 좋습니다. 빼곡히 산과 나무로 가득해 공기도 상쾌합니다. 동네 산책하듯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입니다. 워커힐로는 봄이면 만연하는 벚꽃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가을에는 단풍나무가 절정을 이룹니다. 워커힐로에서 만나는 단풍 절정은 앞으로 2주 정도 더 걸릴 것 같아 보입니다. 적어도 푸른빛이 옅어지기 시작해야 단풍이 들기 시작할 텐데요. 아직 어림도 없다는 듯 위풍당당한 푸른빛을 자랑합니다. 간혹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이 가을로 접어들었구나를 살짝 알려줄 뿐입니다. 워커힐로를 따라 10여 분 정도를 걷다 보면 아차산에 도착합니다. 아차산로에 있는 아차산 역사문화 홍보관 아차산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차산 역사문화 홍보관입니다. 입장료 무료입니다. 박물관 내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글자를 만났습니다. 고구려? 서울은 조선 수도이기 이전, 삼국시기에는 백제 땅이었고 몽촌토성 및 백제 고분 등 백제 유물이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고구려 유적은 보통 만주 벌판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
[정동현·한끼서울] 종로구 오뎅 김치찌개

[정동현·한끼서울] 경운동 오뎅 김치찌개

맛있는 한끼, 서울 (19) 종로구 간판없는 김치찌개집 오뎅이 잔뜩 들어가 있는 김치찌개 ◈ 경운동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지도에서 보기 ◈ 난감한 질문이 있다. ‘첫사랑이 누구냐’, 혹은 ‘불을 보면 흥분되느냐’ 같은 것이 아니다. 전자는 ‘유치원 때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릴 수 있고, 후자는 ‘불을 발명한 호모 사피엔스라 불을 보면 당연히 흥분된다’고 둘러댈 수라도 있다. 이미 몇 차례 겪은 일인데도 매 번 난감하다. 이 질문을 받으면 어김없이 먼 산부터 쳐다보게 된다. 산이 없으면 지나가는 사람 뒤통수라도 쳐다본다. 바로 이것이다.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그리하여 세상에 널리고 널린 음식들 이름을 하나둘씩 생각해본다. 돈까스, 떡볶이, 튀김, 스시, 감자튀김, 부르기뇽, 봉골레 스파게티… 그 이름은 윤동주 시인이 별 헤는 밤에 불러본 이름처럼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마련이다. 고를 수 있을까? 당연히 없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와 같은 우문이 아닐 수 없다. 무릇 때와 장소란 것이 있고 거기에 맞춰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기 보다 상황에 맞는 음식이 있을 뿐이다. `간판없는 김치찌개`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23-14(경운동 66-2)에 위치한다 만약 내가 도쿄에 있다면 긴자의 스시집을 찾을 것이고, 그날 밤이면 라멘을 찾을 것이다. 파리에 있다면 당연히 바게트로 아침을 시작해 점심에는 푸아그라를 두부 썰 듯 뭉텅뭉텅 잘라 집어넣은 샐러드를 먹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것이다. “가장 애틋한 음식은 무엇인가요?” 마음에 짠하게 남아 이따금 가슴을 울리는 음식,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놓는 음식을 떠올려본다. 그런 음식은 보통 화려하지 않다. 대신 질리도록 먹어서 몸에 인이 박힌 음식이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먹었다. 가장 값이 쌌고 흔했다. 바로 어묵을 넣은 김치찌개다. 부산에서 살던 시절, 어머니는 가...
을지로 영락골뱅이

[정동현·한끼서울] 을지로 골뱅이무침

맛있는 한끼, 서울 (18) 중구 영락골뱅이 을지로 영락골뱅이 ◈ 을지로 영락골뱅이-지도에서 보기 ◈ 밤이 되면 파 써는 소리가 들렸다. 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이었을까, 아니면 가끔 비가 와서 시장이 쉬는 날이었을까? 아버지 주문이 있었는지, 어머니가 짜놓은 메뉴 중 하나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작은 상에 올라가 있는 골뱅이 무침뿐이다. 그 골뱅이 무침은 간장으로 간이 되어 있었고 큼지막한 골뱅이와 북어채, 파채가 들어가 있었다. 고춧가루를 간간히 뿌린 그 골뱅이 무침에 아버지는 소주잔을 기울였다. 나와 동생은 그 곁에 앉아 골뱅이에 파채를 올려 먹었다. 맵고 알싸했다. 간장과 식초로 버무린 맛은 은근히 입맛을 돋우었고 그러다보면 아버지가 몫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그쯤 어머니가 또 북어채를 덜어와 그 간장에 다시 버무렸다. 바로 먹기에는 심이 살아 있어 입 안이 아팠다. 해결 방법은 골뱅이 국물과 간장이 자박이 고인 그릇 밑에 푹 담궈 먹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도 외진 영도로 온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와야 하는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 때문인지 혹은 원래 아버지 취향 때문인지, 밤마다 그렇게 소주와 골뱅이 무침을 곁들여 먹어야 되는 날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곁들이는 말이 있었다. “니네 엄마가 해주는 게 영락골뱅이랑 맛이 똑같아.” 북어채 등을 취향에 따라 크기를 맞춰 잘라 즉석에서 버무려 먹는다. 양념간장과 마늘, 고춧가루가 버무려진 맛 그 영락골뱅이는 을지로에 있다고 했다. 부산 섬, 영도에서 나는 을지로가 어디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저 서울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소주를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늦은 밤이 되면 골뱅이 무침 따위를 시켜줬다. 그 골뱅이 무침은 내가 먹던 것과 달랐다. 간장이 아닌 초장 양념이었고 북어채도 없었다. 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새벽이 되어 소화가 ...
[여행스토리 호호] 가을감성 충전 '가로수길'

[여행스토리 호호] 가을감성 충전 ‘가로수길’

호호의 유쾌한 여행 (61) 가로수길 가로수길 입구에 세워진 `가로수길` 표지판 깊어가는 가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신사역으로 향합니다. 신사역 8번 출구에서 신사동 주민센터로 이어지는 길을 가로수길이라고 합니다. 가로수길. 이름마저도 감성적인 길이지요? 길 양 옆으로 노랗게 옷을 갈아입은 은행나무가 운치를 더합니다. 가로수길은 10년 전만해도 소규모 디자이너숍과 갤러리 등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대형 유통 브랜드들이 제법 많이 보입니다. 여기저기서 외국어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장소인가 봅니다. 핸드백 역사를 전시하는 시몬느 핸드백박물관 ◈ 시몬느 핸드백박물관-지도에서 보기 ◈ 여자라면 누구나 예쁜 핸드백을 들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가로수길에 핸드백 전문 박물관이 있습니다. 건물 외관마저도 핸드백을 닮았습니다. 1500년대 만들어진 희귀한 핸드백부터 2000년대 만들어진 최신 핸드백까지 다양한 핸드백을 전시합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음성안내기 안내를 들으며 구경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핸드백마다 담겨진 사연도 재밌습니다. 디자이너들의 창조적인 디자인에 감탄하게 됩니다. 박물관 지하로 내려가면 핸드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과 소재시장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가죽이 걸려있는 소재시장은 마치 영화세트장을 옮겨놓은 듯합니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반겨주는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 라인프렌즈 플래그십스토어-지도에서 보기 ◈ 요즘 캐릭터 상품이 대세입니다. 가로수길에는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튀어나온듯한 귀여운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캐릭터 상품 쇼핑공간 외에도 카페, 포토존, 캐릭터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됩니다. 포토존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남겨봐도 좋습니다. 미니백화점부터 편집숍까지 다양하게 즐기는 가로수길 쇼핑 가로수길은 골목마다 옷가게, 액세서리가게, 신...
[정동현·한끼서울] 명동 돈까스

[정동현·한끼서울] 명동 돈까스

맛있는 한끼, 서울 (17) 중구 명동돈가스 돈까스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명동돈가스` ◈ 명동돈가스-지도에서 보기 ◈ 어려서, 돈까스가 좋은 줄 알았다. 보통 어린이는 돈까스를 좋아하니 나도 그런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서는 제일 싼 단백질 공급원이 돈까스였다. 그래서 돈까스를 먹는다고 여겼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었지만 그 정도면 평균에 수렴한다고 여겼다. 군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입맛이 유아적으로 변하는 시기다. 초코파이도 없어서 못 먹는 군인에게 돈까스는 특식의 일부였다. 그래서 나는 돈까스가 메뉴인 날에는 굳이 두 덩이씩 먹었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돈까스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군인이 지녀야 하는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는 군인이란 초코파이를 마다하는 것과 비슷한 불경이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서도 나의 취향이 바뀌지 않았다. 메뉴에 돈까스가 적혀 있으면 시키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명동에 가면 나는 ‘김유신의 백마’로 변했다. 이번에는 가지 말아야지라고 여러 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나는 바람이 불면 날갯짓을 하는 새처럼, 지평선이 보이면 달리는 말처럼, 수학 문제가 보이면 풀고 마는 천재처럼 ‘명동돈가스’라는 간판이 보이면 그 문을 열고 만다. 명동돈가가 최근 내부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명돈돈가스가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 그 후로 서호돈까스와 함께 명동을 호랑이와 사자처럼 이분했던 것이 수십 년이었다. 서호돈까스 주인장이 이민을 갔다는 풍문이 들려오며 문을 닫은 후 돈까스 세계 유일 강자는 명돈돈가스로 정해진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그러나 명동돈가스가 문을 닫고 리뉴얼에 들어간 것이 2년 전이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어차피 리뉴얼이라는 것이 몇 개월이면 마무리 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명돈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다시 여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 나는 문이 닫힌 명동돈가스 앞을 지날 때마...
[여행스토리 호호] 용마랜드 화보찰영 인기 이유

[여행스토리 호호] 용마랜드 화보찰영 인기 이유

호호의 유쾌한 여행 (60) 용마랜드 용마랜드 상징, 회전목마 ◈ 용마랜드-지도에서 보기 ◈ 서울 한복판에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이 있습니다. 어릴 적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갔을 법한 아주 작은 놀이공원입니다. 점점 녹슬어가는 놀이기구만 가득한 공간에 추억을 찾아갑니다. 바로 용마랜드입니다. 용마산 자락 외진 곳에 위치해, 대부분의 서울 사람들도 용마랜드가 있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사실 이곳은 1983년 오픈할 때만 해도 한국 드림랜드와 더불어 소규모 놀이공원의 정점을 찍었던 곳입니다. 2011년 허가가 취소되면서 놀이기구들은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방치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용마랜드에 기회가 찾아옵니다. 크레용팝, 아이유, 방탄소년단, 레드벨벳, 엑소, 갓세븐 등 유명 가수들이 앨범 재킷 사진이나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것인데요. JTBC 드라마 ‘무정도시’, SBS 드라마 ‘황금의 제국’, 영화 ‘표적’ 등이 촬영되면서 입소문을 탑니다. 그러면서 용마랜드는 한국 인스타 성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인생 사진을 건지려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데이트 스냅사진과 웨딩사진을 찍는 커플들도 많습니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정말 알 수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여럿 보입니다. 하루에 40명에서 50명 정도 방문하며 용마랜드 매력을 탐험해갑니다. 용마랜드 전경 조금 높은 동산에 올라서면 용마랜드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용마랜드 내에는 놀이동산 상징인 회전목마, 어릴 적 즐겨 타던 디스코 팡팡, 우주전함, 미니 기차, 바이킹이 있습니다. 동전을 넣으면 1분 동안 천국을 맛보았던 장난감도 다양합니다. 30년 전에 왔었다면, 분명 하루 종일 머물며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썼을 겁니다. 90년대 어린이들 눈과 귀를 홀릴만한 아이템이 가득합니다. “도대체 여길 왜 오는 거야?”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진짜 궁금하신지 제게 묻습니다. 어른 눈으로 보기에 이곳은 참 이상한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