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뉴시스

누가 그녀의 33년을 뺏어갔나…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14) 그녀의 잃어버린 33년33년이면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세월이다. 33년이면 우리나라 대통령이 7번이나 바뀌는 엄청난 시간이다. 예순 다섯 살 할머니가 된 H씨에겐 그 긴 시간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아픔이 있었다. 바로 1980년 행방불명된 막내여동생 때문이었다. 당시 여동생은 취직을 하러 간다며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동생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그래서 더 이상 산 사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지냈는데 어느 날, 부산의 한 구청으로부터 등기우편 하나가 날아왔다. 소식이 끊겼던 동생이 어느 병원에 행려환자로 입원해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달음에 달려간 그곳엔 정말 막냇동생이 머리가 하얗게 센 채로 앉아있었다. 집을 나갈 때 스물두 살, 꽃같이 예뻤던 동생이 쉰다섯 살이 돼 언니 앞에 나타난 것이다. 동생은 할머니로 변해버린 언니를 단번에 알아봤다고 한다.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았고, 왜 행려자가 돼 정신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건지, 왜 가족들에겐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막냇동생은 자신에 대해 아무런 기억도,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밥도 떠먹여야 할 정도로 어린아이처럼 돼 버렸다. 언니 H씨는 제작진에게 동생이 어쩌다 33년 만에 돌아온 건지,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고 싶다고 했다. 80년 당시, 집을 나간 뒤 몇 달 동안 소식이 없던 동생에게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락이 왔었다고 한다.“전화가 온 거예요. 잘 있다고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전화번호를 가지고 찾아 나섰어요. 전라도 광주였는데, 나지막하고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음침했던 기억이 나요. 아가씨 장사하는 곳 같아보였어요. 방에다 아가씨 여러 명 두고. 근데 남자가 딱 문 앞을 가로막고 서서 내 동생이 나가서 안들어 온다고, 여기 없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못 만나고 왔어요. 그때만 만났어도...”동생이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