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촌숯불갈비

풍미 작렬! 언제 먹어도 맛있는 숯불돼지갈비

옛촌숯불갈비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6) 용산구 ‘옛촌숯불갈비’ 휴일 점심이었다. 늦잠을 자 헝클어진 머리로 소파에 누워 있으니 배는 허전하고, 입안은 까슬까슬, 몸은 찌뿌둥, 머릿속은 뿌옇게 흐렸다. 맵고 짜며 달달한 맛이 그리웠다. 차를 몰고 용산으로 향했다. 새로 올라간 아모레 퍼시픽 사옥 뒤편, 대로변에 ‘옛촌숯불갈비’라는 간판을 단 식당이 있었다. 미닫이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좁은 실내와 분주한 종업원이 보였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돼지갈비를 구우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불판 옆에는 빈 소주병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익어가는 고기 냄새와 사람들이 고기를 씹는 소리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숯불에서 올라온 연기를 타고 나에게 다가왔다. 배가 더욱 고파왔다. 자연스레 벽에 붙은 메뉴를 노려봤다. 소갈비와 돼지갈비, 김치찌개, 된장찌개, 거기에 칡냉면까지 파는 곳이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폼을 잡으며 소갈비를 시킬 이유는 없어보였다. “초벌을 해서 드릴까요?” 종업원 답에 올커니 하고 초벌을 해달라고 청을 넣었다. 뒤로 굽든 앞으로 굽든 돼지갈비는 돼지갈비다. 하지만 은근히 굽기가 까다로운 것이 돼지갈비다. 돼지갈비 양념의 기본이 되는 설탕과 간장이 쉽게 불에 타기 때문이다. 태우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고기를 뒤집는 수밖에 없다. 값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초벌을 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벌 했다는 모양새를 보니 불에 직접 초벌을 한 것이 아니라 찌듯이 익힌 듯싶었다. 어찌됐든 속까지 익힌다는 목적에는 부합한 셈이었다. 뼈가 붙은 돼지갈비를 넓게 펴서 불판에 올렸다. 어차피 익혀 있으니 내가 할 일은 겉에 곱게 색깔을 내는 것 밖에 없었다. 타기 직전, 짙은 갈색으로 고기를 익혀야 맛도 그만큼 진해진다. 그러려면 성급히 고기를 뒤집기보다 느긋하게 고기를 불판 위에 놔두고 열이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밑반찬에 두어 번 손을 대고 휴대폰에 올라온 뉴스 몇...
산뜻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소고산제일루’ 훠궈 요리

‘담백칼칼’ 국물이 매력적인 중국식 샤부샤부 ‘훠궈’

산뜻한 매운맛을 자랑하는 ‘소고산제일루’ 훠궈 요리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5) 광화문 ‘소고산제일루’ 뜨는 해처럼 붉은 국물이 끓어올랐다. 익숙지 않은 매운 기운도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쌓아 놓은 고기로 젓가락을 옮겼다. 국물 속에 고기를 넣고 잠시 기다렸다. 얼려서 얇게 저민 고기는 금세 익어 떠올랐다. 고기는 입 안에서 쉽게 풀어졌지만 매운 기운은 시간이 지나도 가시지 않았다. 산뜻한 매운맛이었다. 완만한 커브로 나뉜 훠궈(火鍋) 냄비 끝에는 용머리 장식이 달려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 신축 건물에 자리 잡은 ‘소고산제일루’에는 용머리를 단 냄비를 앞에 둔 10여 명의 사람들이 빨간 기운을 몸으로 받아냈다. 온화한 날씨와 잦은 비 덕에 옛 피맛골 자리 가로수들은 입이 무성했고 그 이파리 사이를 상쾌한 바람이 지나 다녔다. 앞 테라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소고산제일루에 들어가자 널찍한 테이블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 동네에서 식사를 하자면 좁은 테이블에 옆 사람과 엉덩이를 부딪치며 앉아 바쁘게 숟가락질을 해야 했는데, 옛 왕족이라도 된 양 넉넉하게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메뉴판을 둘러봤다.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부추지짐이 근래 중국집에서 만두 먹기가 쉽지 않다. 만두는 국과 찌개처럼 많은 양을 만든다고 해서 시간이 줄어들지 않는다. 김밥을 싸듯 하나하나 만들어야 하는 만두이고 그래서 손 많이 가고 어렵다는 말을 듣는다. 얼려놓아도 품질 저하가 적다는 이유와 함께 공장제 만두가 대부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의 대표메뉴인 부추지짐이, 즉 천진포자는 시중에서 만날 수 있는 대부분의 만두 위에 있었다. 도톰한 피는 숙성이 되어 향긋한 발효내음이 났고, 질기지도 퍽퍽하지도 않은 쫀득한 식감이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는 따뜻한 육즙이 입 속으로 스며들었다. 부추만 넣고 지져냈을 뿐인데 복합적인 맛이 났다. 대표메뉴 훠궈 또 다른 대표메뉴 훠궈는 일단 그 크기에서 좌중을 압도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냄비...
평양냉면

맛은 물론 가성비까지 좋은 갈비탕과 냉면

배꼽집 불고기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3) 영동시장 ‘배꼽집’ 영동시장은 강남의 정글이다. 서울의 중심인 강남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은 작은 골목은 주차도 쉽지 않아 그 흔한 발렛파킹도 드물다. 하지만 이 작은 정글은 그만큼 작은 음식점들이 모인 하나의 생태계다. 신논현과 논현역 사이, 인근 높은 오피스타운에서 먹을 곳을 찾지 못한 직장인들이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곳이 영동시장이고, 저녁이 되면 낮의 치욕과 굴욕을 잊어버리려 다시 찾는 곳이 또 영동시장이다. 하지만 정글 같은 영동시장에서 음식 장사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하루 걸러 한 집이 문을 닫고 하루 걸러 한 집이 다시 문을 연다. 그래서 영동시장은 정글이자 해병대 훈련소다. 이곳에서 이름을 날린 집은 다른 곳에 가서 더 크게 문을 열고 반드시 손님 줄을 길게 세운다. 몇 년 전 남들보다 오래 서 있고 오래 고민하는 야심만만한 어떤 이가 영동시장 골목 지하에 가게를 열었다. 그 이름은 ‘배꼽집’. 이름만 보면 뭐하는 곳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하로 내려가면 알게 된다. 왜 이곳의 먹는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문이 들고 여름이면 냉면 하나에 긴 줄이 세워지는지. 배꼽집의 정문은 그럴듯하지만 문을 열면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벽에 빼곡한 메뉴판과 어두운 실내를 보면 영동시장에 있는 집답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잡으려는 절박한 의도다. 그러나 그런 집 치고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이 없다는 선입견은 여기서는 잠깐 잊어도 좋다. 배꼽집은 정글의 베테랑처럼 다재다능하고 능수능란하다. 이 집에서 가장 빨리 완판 되는 메뉴는 갈비탕이다. 이제 서울에서 1만 원 안쪽으로 갈비탕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 한 마리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 갈비는 구워 먹든 끓여 먹든 가장 고급품이다.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얼마 되지 않으니 그 값이 오르는 것은 굳이 자본주의 논리를 배우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삼겹살을 씹을 때 이에 감기는 탄성이 달랐다

맛있돼지! 육즙 포텐 터지는 삼겹살

삼겹살을 씹을 때 이에 감기는 탄성이 달랐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2) 약수역 ‘금돼지식당’ 소고기가 비싸서 먹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남이 사준다고 하면 소고기를 외쳤다. 회식 때 소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그 전날부터 설랬다. 남이 한 점 먹을 때 두 점 먹으려고 노력했고 다 익히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를 대며 핏물 떨어지는 고기를 낚아채듯 집어 먹었다. 그러나 내 돈 주고 먹을 고기라면 돼지고기가 좋았다. 만약 나의 마지막 날이 되어 ‘너는 어떤 고기를 좋아하느냐’라고 간증해야 하는 자리가 생긴다면 나는 몇 번이고 말할 수 있다. 저는 돼지고기가 좋습니다. 돼지고기는 싼 고기다. 삼겹살이 금겹살이라고 호들갑을 떨어도 지갑 가벼울 때 먹을 수 있는 고급 단백질은 돼지고기가 으뜸이다. 서양에서는 싼 부위라고 취급받는 삼겹살을 유난히 좋아하는 국민 성향 덕에 세계 삼겹살 최대 수입국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벨기에, 프랑스, 칠레, 캐나다 등등 싸게 먹자면 수입 삼겹살을 먹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굳이 기분을 내고 싶을 때가 있다. 삼겹살 그까짓 고기가 무슨 차이가 난다고 줄을 서는 집에 가서 국산, 그것도 특별히 종을 선별해 길렀다는 그 고기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돼지고기 집이 떠올랐다.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기사에게 말했다. “약수역 금돼지식당이요.” 금돼지식당 업데이트 한 지 꽤 되어 보였던 네비게이션에 ‘금돼지식당’이란 이름은 검색되지 않았다. 적당히 약수역 근처에 내려 휴대폰 지도를 살폈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열 댓 명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집이 보였다. 느낌이 왔다. 금돼지식당이었다. 느낌 그대로 정문 앞에 가니 기다리는 사람들 이름이 가득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내 이름 앞에 11팀이 있었다. ‘되돌아갈까’ 생각이 들었지만 약수역까지 든 택시비가 아까웠다. 밤공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모기 하나 없는 봄 밤, 약수역 거리를 서성였다. 오래...
덕이네만두

[한끼서울] 꽃샘추위 날려줄 뜨끈한 만두전골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1) 합정 ‘덕이네만두’ 사정없이 바람이 몰아쳤다. 한강 변으로 향하는 합정 어귀에서 사람들은 영화 속 비극의 주인공처럼 옷깃을 세게 여미었다. 그 바람을 파고들고 있자니 세상의 괴로움과 슬픔이 모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감각에 온 신경이 집중 되어서, 정확히 이야기 하면 정신이 쏙 나가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바들바들 떨 새도 없었다. 온 힘을 다해 걸었다. 요즘 뜬다는 합정이 아니었다. 강변북로로 빠지는 이면도로는 여전히 한산했다. 한산한 분위기를 타야 하는 모텔만 여럿 있었다. 추워서 만두가 먹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뿐이었다. 지도상으로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도보로 5분. 그 5분 동안 에베레스트 정상 인근의 수직 빙벽 구간인 힐러리 스텝을 오르는 듯한 극한의 기분을 느꼈다.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하는가라고 입 밖으로 불평이 세어 나올 무렵 ‘덕이네만두’라는 큰 간판이 보였다. 그 간판은 세찬 바람에 소리를 내며 삐걱거렸다. 정면에서 바라본 ‘덕이네만두’는 가정집이었다. 현관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얕게 있고 그 옆으로 주인장이 기르는 듯한 화분이 몇 있었다. 친구 집에 가듯 익숙한 모양의 철문을 밀고 들어갔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따뜻한 온기. 사람이 사는 집의 낯익은 온기가 몸을 감싸 돌았다. 방 여기저기에는 방송에 출연했다는 액자가 붙어 있었는데 색이 너무 바래있어 오래된 소문 같았다. 그 액자의 주된 내용은 이곳이 만두 달인의 집이라는 것이었다. 만두 빚는 기술을 어머니에게 전수 받았으며, 그 기술이 어떤 것인지 등등.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각 때문인지 여러 방으로 나뉜 가게 안에는 손님이 몇 없었고 종업원들도 오후 햇살에 느긋해진 모양새였다. 한참 메뉴와 액자를 보다가 주문을 넣었다. 멀리 있던 중년 여자는 ‘네에’하는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이 집의 자랑이라는 만두전골과 그것으로는 아쉬워 빈대떡 한 장을 시켰다.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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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현·한끼서울] 맛있‘소’! 입에서 살살 녹는 한우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0) 중구 다동 ‘낙동강’ 넘실대는 그 강을 보면 죽음이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낙동강에 페놀 방류 사건이 일어나고, 부산 사람들은 한동안 수돗물 마시는 것도 꺼려했다. 가끔 서울에서 친척이 내려오면 ‘수돗물 냄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동네에 흐르는 하천에서는 썩은 내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때마침 완공된 낙동강 하구둑을 두고 여론이 나뉘었다. 밀물 때는 밀양까지 짠물이 밀고 올라와 김해평야에 댈 물이 없었다는 하구둑 건설 찬성논리와 하구둑 때문에 을숙도 철새 도래지가 파괴되고 갯벌이 사라졌다는 반대논리는 줄이 꼬인 두 개의 연처럼 서로를 엮고 또 엮었지만 어쨌든 지어진 둑을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민물과 짠물을 오고가던 물고기들의 길은 이미 막힌 뒤였다. 텔레비전에서는 기자가 강가에 가서 등 굽은 물고기를 들고 오염이 심각하다는 멘트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약수터에 줄을 서서 물 받는 것도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휴일이면 산 중턱의 약수터에 물통을 줄 세워놓고 배드민턴을 치는 중년 남녀 사이에서 친구들과 돌 위를 건너뛰며 놀았다. 그때부터 ‘먹는 샘물’을 팔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물도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며 수군거렸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물을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 하다못해 정수 필터라도 걸러야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 등 굽은 물고기 이야기는 사라졌지만 매년 여름이 되면 낙동강은 길고 긴 푸른 잔디밭이 된다.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 위로 물고기는 여전히 떼죽음을 당한다. 나는 그곳을 떠나 서울에 산 지 오래다. 낙동강 물이 아니라 한강 물을 마시며 사투리 대신 표준말을 쓴다. 갈매기는 보이지 않고 매연을 뒤집어 쓴 비둘기뿐이다. 태풍은 이 도시를 비껴나가고 바다는 멀리 있어 공기 중에 짠내를 찾을 수 없다. 나는 약수터에 올라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대신 건물과 건물 사이 바람이 세차게 드나드는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며 하루의 절반을 써버린다. 을지로 다동의 골목에서 ‘낙동...
1967년 창업한 이래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창성옥` 소뼈 선지 해장국

[정동현·한끼서울] 용문시장 해장국집

1967년 창업한 이래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창성옥` 소뼈 선지 해장국 ◈ `창성옥`-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9) 용산구 창성옥(서울미래유산) 새해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았다. 어느 동물도 해를 가르지 않고 그저 해의 움직임과 날씨 변화에 따라 삶을 영위할 뿐이다. 어차피 오고 가는 시간, 그 연속적인 흐름을 분절적으로 인식하여 해를 나눈 것은 인간의 자의적인 습관이다. 무엇보다 나이가 든다는 것, 육체가 쇠하고 그에 따라 정신도 기백이 떨어지며 보수적으로 변하는 그 감각이 싫었다. 느끼지 않으려고 해도, 거부하려 해도,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며, 무엇인가 변해 있기를 바라며 새해를 맞이하지 않는다. 나는 지킬 것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그 지킬 것에 파묻혀 하루하루 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가까스로 부전승 처리를 하며 지낼 뿐이다. 한 때 `부부해장국`으로 운영하다 지금은 옛 이름을 다시 찾았다 새 밑, 재개발이 채 되지 않은 용문전통시장에 가게 된 것은 굳이 해장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였다. 시장 근처에 들어서자 주차장이 모자란 탓에 좁은 2차선 도로 빽빽이 늘어서 있는 차들이 나타났다. 전통시장 주변에는 차변 주차를 해도 용인이 되는 때가 있다. 전통 시장에 넓은 주차장이 있을 리 만무하고, 사람들은 차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주차난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아 상인들이 민원을 넣으니 일종의 초법적인 구역이 형성된 셈이다. 앞에 마을버스가 한 번 정차 할 때마다 차가 밀렸고 신호가 떨어지면 꼬리를 문 차들이 움직이지 못해 더더욱 교통은 엉망이 되었다. 겨우 차를 세우고 시장 안에 들어서자 차를 대놓은 사람들이 다 여기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막을 쳐놓은 좁은 길 위로 사람들이 어깨를 치며 다녔다. 해장국 위에 신김치가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머리를 자르지 않은 생닭, 각종 전을 부치는 아낙네,...
테헤란로에 위치한 광교옥 곰탕

[정동현·한끼서울] 대치동 곰탕집

테헤란로에 위치한 광교옥 곰탕 ◈ 광교옥 곰탕-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8)강남구 광교옥 테헤란로는 황량하다. 신이 쌓아올린 것처럼 거대한 빌딩 사이로는 햇볕조차 들지 않고 음지에 머무는 골목길 위에는 얼음이 쉽게 언다. 꼬리를 물고 도로를 지나는 차들 때문에 늘 신호가 밀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은 몸을 비틀어 길을 건넌다. 나는 이곳에 매일 같이 머물며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데 제대된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본래 황량했던 이곳이 신화적인 개발을 통해 주목을 받은 것은 실제 얼마 되지 않았다. 사람이 식사를 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 장소에서 무방비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조건은 장소가 오래 되어 안정감을 주고 또 편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 모두 업력이 쌓여야 가능하다. 그러나 손님을 객단가라는 지표로 환산해 이익의 원천으로 여기는 이 시대에 그런 곳을 찾기는 쉽지 않고 테헤란로에서는 더더욱 힘들다. 나 역시 매일 같이 컴퓨터를 바라보며 똑같이 사람을 평가하고 환산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그런 내가 바란 것은 크고 원대한 소망이 아니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나의 감각이 느끼는 맛에 대해 생각하며,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나는 그 곳을 찾아 테헤란로 언덕배기를 올랐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영하 10도를 우습게 넘기는 북극 바람을 헤쳤다. 언덕 위로 ‘광교옥’이란 이름이 쓰인 간판이 보였다. 세 음절의 단순한 이름, 하지만 수식이 많지 않은 그 이름에 괜히 마음이 놓였다. 이 식당의 명물처럼 느껴지는 광교옥 간판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은 사람이 북적이는 식당 앞에 줄을 서서, 누군가 내 차례를 뺐지 않을까 의심하고, 또 식사를 하는 사람이 빨리 일어나지 않는다고 미워하며 딱 한 시간 밖에 되지 않는 점심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나는 누구도 의심하고 싶지 않고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이른 점심 시간인지라 여유 있는 ...
`진스마라` 마라탕

[정동현·한끼서울] 가로수길 마라탕

`진스마라` 마라탕 ◈ 진스마라-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7)강남구 진스마라 신사동 가로수길에 먹을 만한 식당은 없다. 특히 2차선 도로가 뻗어 있는 대로변은 더욱 그렇다. 길가에 음식점과 카페가 가득하고, 어깨가 딱 벌어진 남자들과 맵시를 한껏 뽐내는 여자들이 그곳을 메우던 시절은 갔다. 이제 외국에서 들어온 옷가게와 ‘서울은 쇼핑하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외국인들,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들뿐이다. 거리에 인적은 눈에 띄게 줄었고 시간 흐름도 느려졌다. 어떻게든 임대료를 회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게들은 절박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가로수길 임대료가 크게 치솟아 웬만한 식당들이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덕분에 알 만한 사람들은 가로수길에서 먹을 곳을 찾지 않는다. 대신 가로수길에서 일행을 만나 더욱 후미진 곳으로 들어간다. 가로가 아닌 ‘세로수길’이란 별칭을 얻은 좁은 골목 골목에는 맹수를 피해 모여든 초식동물처럼 작은 식당들이 모여들었다. 발렛 기사의 퉁명스러운 말도, 요란스러운 호객도 없는 그 길은 야트막한 산 사이를 흐르는 냇물처럼 가늘고 길며 바르지 않고 조금씩 굽어져 있다. 가게들은 저마다 간판을 달고 있지만 때로 너무 작아 발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두리번거리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가로수길 진스마라 외관 기록적인 한파를 갱신하던 서울의 겨울날 ‘진스마라’를 지나칠 뻔 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기억으로는 여러 번 그 앞을 지난 것 같았다. 작은 스마트폰에 의지한 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히 길을 걸었다. 50m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인터넷 지도 위에 우리는 작은 점이 되어 깜빡였다. 그리고 그 점은 진스마라를 표시한 또 다른 점을 지나 있었다. 구로와 건대가 아닌 세로수길에 있는 진스마라는 맵고 뜨겁다는 마라탕면을 파는 곳이다. 가로수길이 뜨던 시절, 마라탕면을 먹으려면 동대문과 동묘 사이 풍물시장이 있는 언저리에 가거나 비행기가 낮게 떠서 나는 가리봉동, ...
홍대 버터밀크 팬케이크

[정동현·한끼서울] 홍대 브런치 팬케이크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6) 마포구 버터밀크 홍대 버터밀크 팬케이크 ◈ 홍대 버터밀크 팬케이크-지도에서 보기 ◈ 한국은 브런치의 무덤이다. 외국에서는 흔해 빠진 브런치 집을 찾으려고 하면 강남까지 찾아들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밀가루와 달걀 밖에 쓰지 않는 것 같은데도 값이 2만원을 훌쩍 넘긴다. 도대체 이런 걸 왜 찾아 먹어야 하나 회의를 품고 브런치 가게 앞에 서면 1분에 10장 씩 셀카를 찍어대는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몇 십분을 기다려 안에 들어가면 사방에 영어를 섞어 쓰며 시끄럽게 떠드는 족속 가운데 앉아 유기농이라고 라벨을 붙인 풀 죽은 푸성귀와 간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홀랜데이즈 소스를 찍어 먹게 된다. 그리고 나는 끝없이 오르는 강남 지대와 형편없는 음식에서 만족을 찾는 감식안 없는 사람들에 대해 홀로 분노하고 체념하며 결국 슬퍼한다. 그 형국이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브런치를 먹어야 하는 날이 있다. 늦잠, 느즈막한 오후, 향기로운 커피와 달콤한 팬케이크, 뒤이어 찾아오는 나른한 포만감을 대체할 것은 없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밖으로 나간다. 홍대 버터밀크 외관 그 목적지가 홍대 앞이 될 줄은 몰랐다. 대학가는 먹을 것이 없다. 대학생들 지갑 사정은 뻔하고, 그 때문에 싼 값에 음식을 식당만 남는다. 홍대에서 먹을 만한 것은 1만원이 안 되는 일본 라멘 뿐이다. 애초에 한국에서 라멘 붐이 일어났던 곳이 홍대였고 덕분에 지금도 유명한 라멘 집들은 홍대 근처에 다 몰려 있다. 그런데 라멘 말고도 홍대에서 먹을 만한 것이 있다고 했다. 한국 추위는 매일 기록을 갱신했고 지하철 안은 두꺼워진 외투만큼 불쾌해졌다. 이 겨울 날, 외출 할 때마다 약간의 각오가 필요했다. 그 각오 총량이 늘어난 만큼 홍대 거리는 인적이 뜸했다. 점심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이미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홍대 정문에서 소극장 쪽으로 가는 길에 사람들이 줄을 선 곳이 있었다. 팬케이크 전문점 ‘버터 밀크’였다. 이 집 유명세는 입소문 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