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한걸음이 위대한 가족의 역사이다.

아버지가 손에 쥐어준 2만 원을 쓰지 못했던 이유

한걸음 한걸음이 위대한 가족의 역사이다.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이광기 씨가 ‘내 손안에 서울’ 새로운 전문필진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연기자이자, 최근에는 미술컬렉터,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이광기 씨가 격주 매주 목요일(발행일 기준) 팍팍한 삶에 작은 휴식이 되는 사진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광기의 포토에세이’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서울시 홍보대사 ‘이광기의 포토에세이’ (2) 아버지 케냐 다답 난민촌의 한 아버지. 누군가에겐 지친 노동자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 김현승 ‘아버지의 마음’ 중 지난 10월, 갤러리 바이올렛에서 김상섭 작가의 작품을 만났다. 빽빽이 들어선 집과 골목길 등 오래 묵은 도시의 풍경을 담은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옛 생각에 잠기게 됐다. 어둑어둑 달동네 노오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걸어가는 한 남자의 뒷모습. 30여 년 전 우리 아버지가 떠올랐다.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라며 내 손에 2만 원을 쥐어주시곤 쓸쓸히 걸어가시던 아버지. 아버지는 지병을 오래 앓으셨다. 힘없이 걸어가시는 아버지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멀리 떠나 버릴 것만 같아 친구들과의 약속도 포기하고 담벼락에 기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의 손, 삶에 찌들어 거칠기 짝이 없지만 그 거친 촉감이 너무나 그립다 아버지가 그랬듯 나 또한 아버지가 되었다. 지금은 천국에 계신 아버지의 한없는 사랑을 기억하며,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처럼, 나도 우리 아이에게 그런 아버지가 되길 기도한다. 세상의 아버지는 가족의 빛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께 감사함을 표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께 감사함을 표한다. ▶ 더 많은 서울 뉴스 보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내 이웃이 전하는 '시...
서울시 ‘시민소통포털’ 내 손안에 서울이 11월 15일까지 오픈 5주년 시민참여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울시가 궁금해치!” 내 손안에 서울 오픈 5주년 이벤트

‘시민소통포털’ 내 손안에 서울이 11월 15일까지 오픈 5주년 시민참여 이벤트를 진행한다. 2019년 10월,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은 내 손안에 서울에게 참 특별한 가을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이 태어난 지 딱 5년째 되는 날이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미운 5살’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자아의식이 강해지는 5살 전후 무렵, 아이는 영유아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를 가기 위한 성장통 같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5살이 된 ‘내 손안에 서울’도 더 활발한 ‘시민소통’을 위해 이번에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2014년 10월, 내 손안에 서울은 ‘서울시 온라인 뉴스’ 사이트와 ‘서울시 공모전’ 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해 ‘서울시 대표 미디어 허브’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2019년 10월, 서울시 뉴스, 공모전에 이어, 소식지, 영상, 개인 맞춤형 정책은 물론 시민기자(청소년·대학생·일반·사진영상기자), 어린이기자(11월 오픈 예정), 서울시 모든 SNS 채널까지, 서울시 뉴미디어 채널을 하나로 모아 ‘내 손안에 서울 2.0’을 선보이게 됐습니다. 오픈 5주년 시민참여 이벤트 “서울시 궁금해치!” 오픈 5주년을 맞아 ‘내 손안에 서울’이 앞으로 더 많은 시민 분들과 소통하며 진정한 ‘시 대표 소통포털’로 거듭나고자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10월 18일부터 11일 15일까지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를 신규 구독해 주신 분 1,900명을 추첨해 푸짐한 선물을 드립니다. ☞ 뉴스레터 간편구독 바로가기 열혈 구독자 여러분,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이벤트 기간 내 발행된 내 손안에 서울 콘텐츠를 개인 SNS에 공유만 해도 선물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이벤트는 내 손안에 서울 이벤트 메뉴에서 통해 참여하실 수 있고요, 천만시민이 다 아는 그날까지 내 손안에 서울의 변화와 성장을 힘껏 응원해주세요! 개편된 내 손안에 서울 홈페이지 메인 화면 ...
트리ⓒ연합뉴스

이해받고 사랑받을 때 가장 빛난다

번지가 공자께 여쭈었다. “어짊(仁)이란 무엇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니라.” 번지가 다시 여쭈었다. “앎(知)이란 무엇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을 아는 것이니라.” --공자 《논어》 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103 공자의 제자 중에서 스승의 수레를 몬 사람은 번지와 염유 두 사람뿐인데, 그 중에서 번지는 질문을 잘하는 학생이었다. 어짊을 묻고 앎을 묻고 정치를 묻고, 묻고도 이해가 안 되면 또 묻고, 옆의 친구에게까지 물어 확인했다. 그리하여 궁금한 게 많고 이해가 안 되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번지 덕분에 우리도 성인의 지혜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여러 질문들 중에서도 《논어》의 중심 주제인 인(仁)과 지(知)를 물은 것으로 번지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다. 말몰이를 하면서도 배우려는 열의가 있으면 지척의 거리에 마주앉은 애제자가 부럽지 않다. 사람을 널리 사랑하는 인, 사람을 아는 지, 그처럼 명쾌한 배움은 다시없을 것이다. 어진 이는 편벽됨이 없으니 차별하지 않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서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가 애정의 조건이 된다. 알기 위해 배우고 공부하고 다시 가르치지만, 그 공부의 근본은 다름 아닌 사람을 아는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사람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심오한 철학이나 종교, 문학예술 전부가 기실 이 간명한 진리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결국엔 어떻게 사람을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할 것인가를 두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고민하고 궁리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가 철학과 종교와 예술의 핵심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비롯해 사람을 사랑하고 이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인류의 고백이기도 하다. 서로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각각이 살아내기 힘들고 고단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다붙어 살아가다 보니 아웅다웅할 수밖에 없다. 어진 마음은 편...
기초보장제ⓒ뉴시스

‘구두쇠’ 장경자 할머니의 전 재산 1억 원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3)세상의 모든 할머니들의 몸속엔 긴 세월을 버텨낸 비장함이 흐른다. 유독 부침이 많은 시절을 살아낸 이 땅의 할머니들은 한분 한분이 살아있는 근현대사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할머니를 소재로 다루는 건 주로 소외된 노인문제, 예컨대 학대나 복지 사각지대, 고독사 같은 부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사관련 다큐멘터리를 꽤 오래 집필해왔던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할머니는 앞서 말한 그런 비운의 주인공이 아니다.16년 전, 한 대학교 앞과 캠퍼스 안을 오가며 폐지와 빈병을 주우러 다니던 팔순의 장경자 할머니는 어느 날, 자신이 매일 고물을 수집하러 오가던 그 대학교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이북출신인 할머니는 19살에 서울로 시집을 왔지만, 이듬해 남편을 여의고 자식도 없이 평생을 홀로 살면서 가장 밑바닥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고물을 모으며 살아왔노라고 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1억 원이라는 돈은 일생동안 그야말로 한푼 두푼 모아온 전 재산이었다.당시 대학교와 병원 등에 전 재산을 기부하는 할머니들의 미담이 간간이 들려올 때였다. 대부분 삯바느질로, 콩나물장사로, 김밥장사로 혹은 젓갈장사로 악착같이 돈을 모은 구두쇠 할머니들이었다. 우리는 이 구두쇠 할머니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렇게 아껴 모은 전 재산을 어떻게 그렇게 선뜻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건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분명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이 할머니들에게는 뭔가 공통분모가 있을 것 같았다.그중에서도 제작진이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었던 분이 장경자 할머니였는데, 정작 찾아갔을 때, 손수레를 끌며 고물을 줍는 할머니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고물상에서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손에서 빈 깡통과, 신문지들을 놓지 않았고, 그 때문에 할머니의 열손가락은 온통 갈라지고 마디마디 휘어있다고들 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어김없이 찾아와 고물을 팔던 할머니가 일대에서 사라진 건, 방광암 수술 때문이었다. 수술을 받고 깨어난 할머니에게 제작진은 정말 궁금했던...
강원국칼럼

‘못 쓰면 어떡하지’라는 공포심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9) 시간을 활용한 글쓰기 글쓰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한다는 것 때문에 글쓰기가 힘들다. 오죽하면 마감시간을 ‘데드라인’이라 하겠는가. 어차피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감시한도 긍정적으로 보면 글쓰기를 독려하는 힘이 된다. 특히 의지만으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 글쓰기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과 공포인 사람에게는 효과 만점이다. 나는 책을 쓸 때, 스스로 마감시한을 만들었다. 온라인 매체에 글쓰기 칼럼을 매주 게재하기로 약속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주 한 편씩 써야 하는 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것이다. 그 당시, 일요일 밤 개그콘서트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왠지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원고 마감 전날이었다. 할 수 없이 컴퓨터를 켜고 꾸역꾸역 글을 썼다. 어느 때는 ‘못 쓰면 어떡하지’ 라는 공포심에서, 또 어떤 때에는 ‘웬일로 이렇게 술술 써지지’ 의아해하며 글을 썼다. 그 힘으로 나온 게 다. 지금 쓰고 있는 역시 월요일에 게재되니 마감시한이 일요일 자정까지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나 스스로 데드라인을 수요일로 정했다. 사흘을 앞당긴 것이다. 아니, 첫 회 쓸 때 한 번만 사흘 앞서 썼다. 그 다음부턴 매주 한 편씩 똑같다. 그러나 효과는 놀라웠다. 글쓰기가 훨씬 수월하다. 쥐어짜듯 쓰지 않게 됐다. 과장해서 말하면 즐겁기까지 하다. 사흘간의 여유가 가져다준 즐거움이다. 스스로 마감시간을 만들거나, 마감시한을 앞당겨 쓰는 것 외에도 ‘시간’과 글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글은 들인 시간을 만큼 좋아진다. 원숭이에게 타자기를 주고 아무 키나 누르게 했다. 시간이 흐르니 의 일부를 원문 그대로 타이핑했다. 시간만 들이면 원숭이도 셰익스피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하물며 사람이야 일러 무엇 하리오....
노을ⓒ뉴시스

처세란 기술이 아니라 삶의 태도

태평한 세상을 살아감에는 몸가짐을 방정하게 하는 것이 좋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원만히 살아가야 하며 말세에는 방정함과 원만함을 아울러 가져야 한다. 착한 사람은 너그럽게 대해야 하고 악한 사람은 엄하게 대해야 하며 보통 사람들은 너그럽고도 엄하게 대해야 한다. --《채근담》 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102 이제 조금쯤은 살아가는 법을 알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가까워지니 하늘의 뜻까지야 알지 못하더라도 세상살이의 이치쯤엔 어섯눈을 떠야 마땅할 텐데, 모르겠다. 갈수록 더 모르겠다. 본디 자존을 내세우며 오만불손하여 세상을 사는 이치니 법칙이니 하는 것들은 귓등으로 들었는데 정말 처세술이 필요한 시기가 왔나 보다. 난세는 과연 어떻게 견뎌야 하나? 태평성대에도 살펴야 할 몸가짐새가 있는지, 말세라면 어찌 처신해야 할지 궁금해졌다. 요임금과 순임금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사뭇 베짱이 두둑했다. 그들의 유행가를 요즘 식으로 풀어 보자면 대략 이렇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휴식하지. 내 손으로 내가 밭 갈아 먹고 우물 파서 물 마시는데, 임금이 나랑 무슨 상관?” 임금의 이름조차 알 필요가 없을 만큼 권력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던 시절, 그런 때가 바로 태평성대였다. 《채근담》에서 가르치는 처세는, 그럴수록 스스로 말과 행동을 바르게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거망동이야말로 평화를 해치는 악재이므로. 반듯한 사람들은 패악을 부릴 일이 없기에 평화는 통제 없이도 마땅히 유지되었다. 말하자면 ‘법 없이도 사는’ 세상이다. 그런가하면 어지러운 세상, 난세에는 가능한 한 원만하게 살라고 한다. 원만함이란 결국 성격이 모난 데가 없이 부드럽고 너그러운 것인데, 이것은 지극히 평범하고도 비겁한 사람들을 위한 덕목이다. 난세에 도리어 영웅이 났다. 영웅이야말로 원만함과 정 반대편에 있는 강강하고 까칠한 사람이다. 영웅의 자질을 가진 자도 태평성대에 태어났다면 마을 축제의 힘겨루기 대회 우...
어린왕자

찰나에 떠오른 그 남자의 숙제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2) 절체절명의 순간이 닥치면,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온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고들 한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한때 나는 전국을 다니며 각종 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만나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119 구조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난 사람들이었다. 건물 공사장에서 일하던 이씨 할아버지는 건물 2층에서 떨어지면서 아래쪽에 세워져 있던 굵은 철근에 몸이 관통하는 엄청난 사고를 당했다. 왼쪽 옆구리를 뚫고 들어간 철근이 목 오른쪽으로 삐져나온 상태였다. 119 구조대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때, 그는 철근이 몸을 관통한 채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몸에서 철근을 바로 빼낼 수 없다고 판단한 대원들은 일단 철근 아래쪽을 잘라내 곧바로 병원으로 내달렸다. 그야말로 촌각을 다투는 긴급한 상황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의사들도 이씨의 몸을 뚫은 철근을 빼내기가 힘들었다. 옆구리 쪽으로 철근을 잡아 빼려 해도, 또 반대쪽인 목 쪽으로 잡아 빼려 해도, 철근이 꿈쩍도 하지 않을뿐더러 자칫, 무리한 힘을 가했다가는 장기를 다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고를 당한 이씨 할아버지였다. 그는 사고를 당하는 그 순간부터 병원에 이송되는 전 과정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 119 대원들이 사고현장에서 의식이 있는지 확인할 때에도 자신의 이름은 물론이고 어쩌다 사고를 당했는지 똑똑하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엑스레이로 이씨의 몸을 촬영해보니, 철근이 기적처럼 모든 장기를 피해 순간적으로 관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몸에서 철근을 어떻게 빼내느냐 하는 것이었다. 결국 병원의 요청으로 119구조대가 이번에는 응급실로 다시 출동을 했다. 긴 철근을 한쪽으로 빼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한 의료진이 목 부분을 절개해 그 사이의 철근을 자르고 옆구리와 목 양쪽에서 철근을 잡아 ...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묘사한 그림.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사람이 영 퀭하게 보인다.

술, ‘어디에서 멈출 것이냐’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묘사한 그림.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사람이 영 퀭하게 보인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9) 술, 그 달콤한 유혹 12월, 송년회 시즌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 그간의 회포를 풀거나, 자주 만났던 사람과도 전쟁 같았던 지난 1년을 무사히, 큰 탈 없이 잘 헤쳐 나왔다는 것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자리가 송년회일 터. 웬만하면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자리에는 대개 술이 빠지지 않는다.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간 적당한 도수의 술은 몸을 따듯하게 하거니와 마음을 풀어줌으로써 평소라면 하기 꺼려했을, 깊이 담아뒀던 말도 문득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이놈의 술이라는 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 어느 정도 이상 들어가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뜻함을 넘어 몸을 지나치게 달궈 이상한 사고를 치게 만들거나, 마음에 응당 있어야할 마지막 경계태세까지 무력화시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하게 만든다. 여기서 한두 발짝 더 나가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이라도 나면 다행인 지경이 된다. 술 좀 마셔봤다는 사람치고 술자리 다음날 아침,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머리를 싸맸던 경험이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술 때문에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꽤나 많은 문제를 겪었던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은 디오니소스인데, 디오니소스에 대한 신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술과 함께 광기를 상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해지기로는 포도주 빚는 법을 터득해 인간에게 전한 신이 바로 디오니소스인데, 이 술의 힘 덕분에 추종자들이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추종자들이 모일 때마다 만취한 사람들의 극단적 폭력으로 점철된 광란의 집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리스 신화 최고의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를 찢어 죽인 것도 바로 술에 취한 여성 디오니소스 광신도들이었다는 말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후에 디오니소스의 이미지가 ‘축제’와 연결되어 술로 인한 광기가 잠시의 일탈로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이...
빛ⓒ정구민

살기 좋은 도시, 팔기 좋은 도시

정석 교수의 서울 곁으로 (4) 시민이 원하는 도시와 기업이 원하는 도시 2013년에 개최된 제10회 EBS국제다큐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작품 가운데 이 있다. 덴마크의 유명한 건축가이면서 도시설계가인 얀 겔과 동료들이 해온 위대한 실험들을 소개해주는 아주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얀 겔은 1971년에 란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건물보다 건물들 사이의 공간, 즉 도시공간과 공공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코펜하겐의 도심부에서 자동차 위주의 도로나 주차장을 하나씩 하나씩 차 없는 거리나 보행광장 같은 보행공간으로 바꾸어가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일찍이 1960년대부터 시작했다. 요즘에야 이런 일들을 당연시 하겠지만 자동차 대중화시대를 맡던 당시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발상이고 모험이었다. 얀 겔은 자동차나 건물보다 사람과 도시공간을 중시하는 도시전문가였고, 코펜하겐 시민들과 세계인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준 사람이다. 은 코펜하겐에서의 놀라운 변화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도시들과 뉴욕 맨해튼, 호주 멜버른, 방글라데시 다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등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그와 동료들이 전개해 온 흥미로운 실험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면서 순응하듯 살고 있는 우리 도시들의 모습이 과연 최선의 것인지를. 만족하는지를. 그리고 또 묻는다. 바꿀 생각은 없는지를. 영화 도입부에서 얀 겔은 르 꼬르뷔제를 비롯한 모더니스트 건축가와 도시설계가들을 호되게 비판한다. 길을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도시설계를 맡겼어도 근대주의자들보다는 잘 했을 것이라며 거세게 몰아 부친다. 영화는 이어서 모더니스트들이 과거에 만들었던 것과 똑 같은 모습의 아파트 숲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중국도시들의 실상을 보여준다. 골목길에서 서로 만나 안부를 묻고 물건을 사고 대화를 나누며 살갑게 살던 사람들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의 벌집 안에 홀로 갇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과 벗하면서 살고 있는 고독한 군상들을 보...
나무ⓒaandd

“어쩌란 말이야? 난 할 만큼 했다고!”

인간은 곤란함을 피한다. 탐구를 견뎌내지 못하는 탓이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희망을 구속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심오한 부분도 배척한다. 미신 때문이다. 경험의 빛도 거부한다. 자신의 오만함과 자존심 때문이다. 자신의 마음이 하잘 것 없고 덧없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낯설고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도 외면한다. 통속적인 견해를 이기지 못하는 탓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101 듣는 순간 무릎을 치게 만드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의 원칙은 ‘첫 번째는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것. 그리고 자신이야말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리학은 도무지 알 수 없어도 그 말만은 사무치게 이해된다. 그 원칙이야말로 학문과 연구뿐만이 아니라 삶과 관계 모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과장을 포함해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인간은 스스로에 대한 사기꾼이다. 자기를 속이기에 골몰하고 또 잘 속아 넘어간다. 기실 사기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욕망 혹은 욕망으로 인한 과실이 맞물렸을 때 일어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속이는 데는 남들을 속이는 것만큼의 공력도 들지 않는다. 어쨌거나 나는 나의 취약점, 어떤 헛된 욕망을 품고 있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므로.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를 정연하게 표현해 ‘인간의 오성은 냉담한 빛(명료하고 불편부당한 견해)이 아니라 욕구와 감정에 의해 고취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욕구와 감정 탓으로 ‘희망에 종속된 과학’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실제 사실보다도 자신이 진실이었으면 하는 것을 믿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곤란함을 피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연의 심오한 부분이나 경험으로 얻은 지혜마저 거부한다. 낯설고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것이 바로 ‘창의성’의 출발점이다!)을 끝끝내 외면한다. 말로는 변화해야 하고 새로워져야 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