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밤, 횡단보도가 개설된 노량진역

노량진역 앞 육교, 철거 그 후

깊어가는 밤, 횡단보도가 개설된 노량진역 오랜만에 노량진역을 찾았다. 한파 속에도 걸음을 재촉하는 수험생들은 추위를 잊은 듯하다. 쉼 없이 움직이는 발걸음을 안쓰럽게 바라보다 하마터면 이곳에 육교가 있었던 사실을 잊을 뻔 했다. 35년간 노랑진역 앞을 지켰던 육교가 철거된다고 했을 때, 허전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육교 철거 후에 찾은 노량진에서의 허전함은 이내 익숙함으로 바뀌었다. 육교가 사라진 자리에 개설된 횡단보도를 건너는 발걸음 노량진역 앞 보도육교는 1980년 9월 23일 준공되어 그동안 노량진역과 학원가를 연결해왔다. 9호선이 개설되기 전까지 나는 이 육교를 건너 학원에 다녔다. 퇴근 후 학원 수업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육교 계단을 단숨에 오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던 기억. 겨울이면 계단이 얼어 계단 난간을 잡고 살금살금 발을 올려놓던 기억.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을 밟으며 내 꿈도 같이 키웠었다. 이 계단만 넘으면 꿈을 이룰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육교를 건너며 마주치는 사람들도 좋았다. 종종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는 어르신의 짐을 들어주며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노량진 육교 철거 직전 모습 육교를 오고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육교에 터를 잡은 노점 상인들도 있었다. 좌판에 시계, 도장, 떡과 김밥을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은 육교와 함께 늙어갔다. 수험생에게 육교가 꿈의 다리였다면 상인들에게 육교는 생계수단이었다. 이곳을 오르는 이들에게 육교는 각기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모두의 삶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 삶 속에 누군가는 합격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좌절의 눈물을 쏟았을 것이다. 장사가 잘 되는 날도 또 잘되지 않는 날도 있었겠지. 하지만 괜찮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그 모든 것들이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니까. 육교가 철거된 자리에는 횡단보도가 생겼다. 사람이고 사물이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겠지만 그만큼 견문이 넓어지고 성숙하는...
노량진육교의 야경

10월이면 사라지는 노량진 육교를 위한 송가

노량진 육교의 야경. 밝은 도시와 홀로 어둑히 서있는 육교가 대비된다 땅거미가 땅을 뒤덮을 무렵의 저녁. 그 땅거미가 가장 먼저 내려앉는 어둑어둑한 육교 위에는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향해 떠나고 있다. 이른 아침 엄마 밥을 대신할 고시식당 밥을 먹으려고, 점심 무렵 오랜만에 노량진에 온 친구를 맞으러 가려고, 이른 저녁 백팩을 메고 학원을 향해 털레털레 걸어가는 사람들도 모두 거쳐 가는 곳. 서울에서 가장 의미 있는 육교요, 어쩌면 10월 이후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 될 노량진 육교의 이야기이다. 노량진 육교는 1980년 서울특별시 동작구가 분구되면서 생겨난 뜻 깊은 육교이다. 당시 종로와 을지로 등 주요 도심의 지가가 올라가고 정부의 개발 정책, 인구포화 해소 정책으로 인해 종로학원, 대성학원 등의 유명 학원이 서울 외곽 노량진에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곳의 심장을 가로지르던 노량진 육교는 자연스레 수험생들의 상징이 되었다. 노량진역에서 바라본 노량진 학원가 이후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던 노량진 학원가는 인근의 목동, 강남 등 신흥 부촌에 자리 잡기 시작한 학원들로 인해 수능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점점 줄기 시작했다. 교복 입던 학생들이 찾던 곳에서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인 고시촌으로 노량진의 의미가 뒤집어지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취업난이 거세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찬밥 취급받던 공무원과 법조인 등의 안정적인 직업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학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노량진을 오가는 누구라도 이곳 ‘노량진 육교’는 들러야 한다. 역이 있는 수산시장방향 육교와 노량진 방향 육교는 서로의 풍경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대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쪽은 학원 광고판과 노점이 가득한 북적이는 거리, 한 쪽은 정돈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고시생들은 이 육교를 “속세로의 다리”라고도 부른다. 노량진역 건너편의 건물들도 특이하기는 마찬가지다. 고시식당 밥에 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