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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프신 데 어머니까지……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한 편씩 소개해왔고, 오늘이 그 마지막 이야기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차마 자세히 늘어놓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평범하고 건강한 가정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더 풍요롭지 못함을 투덜거리며, 단조로운 일상을 무료하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감사함을 모르던 나를 벌주듯 불행은 무심히, 그리고 조용히 찾아왔다. 나의 친정아버지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출퇴근을 하시며 건강관리를 최우선 하시는 분이었다. 하지만 작년 건강검진에서 갑작스레 전립선암 통보를 받으셨고 수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었다. 수술 후 급격히 자신감을 잃으신 듯한 표정, 가끔씩 보이는 멍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지만 잘 지나갔음을 가족끼리 토닥였다. 하지만 올해 전립선암 환자에게 잘 발생한다던 탈장으로 또다시 개복 수술을 해야 했다. 작년에 입원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침통함이 병실에 감돌았다. 이제는 '계속 이런 일이 있으려나' 하는 불안감이 깊이 다가왔다. 친정아버지의 수술 날짜가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다. 어린 딸을 키우는 나도 교대로 병실을 지켜야했기에 짐을 싸고 있었다. 그 때 시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얘야, 나 지금 피를 막 토한다. 둘째 불러서 병원가고 있다.""네? 어머님! 갑자기 피를 토하시다니요?" 자세히 여쭙지도 못하고 끊어진 외마디 비명 같은 전화에 넋이 나갔다. '별일 아니겠지', '단순한 식중독이나 장염 같은 것 아닐까?' 했는데 얼마 지나 걸려온 시동생의 전화로 어제 어머님이 퇴근길에 통근 차량이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가슴을 앞좌석에 세게 박으셨는데 오늘 오후 갑자기 피가 왈칵왈칵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순간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일찍이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홀몸으로 아들 둘을 키워 장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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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봄, 엄마 곁에 있었던 든든한 그녀

서울형 기초보장제도,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올빼미버스 등 시민 말씀대로 탄생한 10가지 정책을 직접 경험한 체험담, 영상, 그리고 웹툰을 공모하는 <제7회 서울사랑공모전>이 지난 10월에 있었다. 서울톡톡에서는 그 중 이야기부문에 선정된 13편을 매주 한 편씩 소개한다. 봄이다. 마음속의 봄은 이미 온 지 오래지만, 아직도 쌀쌀한 날씨 때문에 섭섭한 마음까지 든다. 지구 온난화라고들 온 세상이 난리지만, 올 봄은 유난히 춥고 더디 오고 있다. 아파트 정원의 벚꽃이 화들짝 피었지만, 아직도 바바리를 벗지도 못하고, 목에는 스카프를 여미며 봄이 멀게만 느껴져, 이른 아침 하늘을 바라본다. 남편이 은퇴를 하던 날도 쌀쌀한 봄날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갑자기 나를 동네 술집에 불러내던 그 밤에도 아파트에는 하얀 벚꽃 천지였다. 그 날 밤, 남편의 갑작스런 명예퇴직이라는 말에 '명예'가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못하는 술 한 잔을 마시고, 함께 아파트로 들어오는 그 길에서 느껴지던 밤공기는 아직도 내 가슴에서 한기로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난 벚꽃이 춥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학교 앞에 개업을 한 김밥 집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온 몸을 던져 겨우 한 사람의 인건비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남편과 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근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생을 즐겨가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충고하지만, 우리는 김밥 재료를 다듬고, 김밥을 말고, 김밥을 사간 사람들이 다시 또 찾아주고, 단골이 된 사람들과 세상 살아가는 한 자락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는 게 삶의 기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산다는 게 뭐 그리 거창하겠는가? 한때는 남 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아주 잠깐이지만, 남보다 더 낫다는 거만한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그저 별일 없이 오늘 하루를 보낼 수만 있으면 된다는, 꿈이 아주 소박해져서, 포대로 들어오는 쌀값이 2,000원만 내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