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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옆 서쪽 동네에서 500년 된 길과 골목을 만나다

서울 도심에 조선 시대의 지적도와 가장 근접한 지적도를 가진 곳이 있다. 바로 서촌이다. 청와대 때문에 개발되지 못했지만, 그래서 더 사람 냄새 나는 곳. 서촌의 골목은 깊은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품고 있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며 흐뭇했습니다. '후덜덜' 섹시한 주인공들 때문에? 아니요, 영화의 배경이 된 동네 때문이었습니다. 키 작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동네, 예전에 우리가 살던 그 집, 그 골목이 거기에 있었거든요. 오래된 철문과 낡은 기와를 인 허름한 양옥집, 아이들이 숨바꼭질과 다방구를 하던 골목, 빨래 날리던 장독대, 여름이면 할머니들이 평상에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겨울이면 흰 연탄재가 수북이 쌓이던 곳…. 간첩이자 슈퍼마켓 배달원인 주인공은 골목골목을 누비며 동네 사람들을 살핍니다. 그런데 간첩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늘 상기하며 그들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고 정이 들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거칠지만 속 정 깊은 사람들이 사는 달동네이기에 그런 설정이 가능했을 거예요. 영화 촬영지는 인천 섭정동이라는 동네인데, 서울에도 그런 곳이 몇 곳 남아 있습니다. 반듯반듯 길을 낸 아파트 단지가 서울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찬찬히 둘러보면 의외로 우리 가까운 곳에 예전의 그 골목과 집들이 있답니다. 서울의 숨은 골목을 찾아갑니다. 사람 냄새 가득한 서울 골목길 기행 첫 번째 여행지는 경복궁 옆 서쪽 동네, 서촌입니다. 서촌을 아시나요? 경복궁 서문 영추문에서 인왕산 사이에 자리한 청운효자동, 통인동, 체부동, 옥인동, 사직동 등을 서촌이라고 부른다. 권세 높은 양반들이 모여 살던 북촌과 달리 이곳은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근대에 들어서도 윤동주, 노천명, 이상, 박노수, 이상범 등 문인과 예술가들이 서촌에 머물며 예술 활동을 펼쳤다. 청와대 옆이라 개발 제한, 고도 제한에 묶여 개발하지 못한 탓에 아직까지도 그들이 살던 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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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미로(美路), 옥인동 골목 기행

화창한 주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3호선 경복궁역에 내렸다. 한양 도성 성곽길로 가는 중장년층의 등산복 입은 사람들, 삼청동과 북촌 · 통의동과 서촌으로 향하는 젊은 여인들, 경복궁으로 가는 호기심 가득한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그 많은 사람들과 차츰 거리를 두고 걷다보니 오래된 골목길이 나타났다. '서촌' 마을이라 불리는 종로구 옥인동 골목. 내 어머니 이름이 '정옥'이어서 그런지 '옥인동' 동네가 마냥 푸근하게 느껴진다. 옥인동으로 가는 길, 한옥집으로 된 동네의 터줏대감 '헌책방 대오서점', 서점인지 동네 사랑방 혹은 문화 모임방인지 정체가 궁금한 '길담서원', 아들이 빵 배달을 하며 가업을 배우고 있는 동네 빵집 '효자 베이커리'.... 참새의 발길을 붙잡는 방앗간들이 많아 시간은 자꾸만 지체된다. 한옥집과 단층의 주택들, 현대적인 건물들이 모여 있지만 어느 건축물도 하늘을 가리지 않고 동네 뒤편의 인왕산을 자랑하듯 내보인다. 그렇게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며 걷고 있는데 날 쳐다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동네에서 오래 살았음직한 고양이 한 마리가 한옥 지붕 위에 서서 낯선 여행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옥인동 언덕 동네로 가기 위한 관문인 신교동 80계단을 올랐다. 양 옆의 손잡이며 계단들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계단에 떼로 앉아 있다가 날아오르는 참새들처럼 각종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을 동네 꼬마 녀석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런 추억이 없는 사람에게 계단이란 단순히 층(層)의 반복일 뿐,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힘만 무척 드는 구조물일 것이다. 서울에 있는 후암동 108계단, 남산 삼순이 계단, 이화동 꽃계단, 삼청동 돌계단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건 어릴 적 계단이 놀이터였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이 아닐까. 노약자를 위한 손잡이가 있는 언덕 골목들이 마음 짠하게 다가온다. 어떤 이에겐 남루하게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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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같이 몽환적인 전시 2편

  윤영석의 ‘영원(Timelessness)’ 갤러리 아트사이드가 인사동에서 통의동으로 이전하여 재개관해서 지하 1층과 1층을 오픈하였다. 북촌에서 서촌으로 화랑가의 이동이 이어지고 통의동이 전시공간의 메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전시관은 아시아 전 지역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갤러리로 서울은 물론 베이징에도 전시공간이 있다고 한다. 시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실험을 해온 조각가 윤영석이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영원’이라고 이름 지은 이번 전시는 ‘알’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는 “시간이란 실재하지 않는 철저한 개념일 뿐이고, 그 개념이 사라진 상태를 흔히 ‘영원’ 이라 부른다”면서 “이번 전시도 시간의 근원적인 시각적 형태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알이 이번 전시의 대표 이미지라면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는 기법)는 시간의 영원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즉 사람의 눈에 따라 착시나 착각을 이용한 이미지 기법이다. 작가는 평면적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렌티큘러의 착시현상을 통해 알이 뒹굴 것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왜 알일까? 작가는 독일 유학시절 매일 아침 계란 프라이를 먹으면서 생명의 가장 근원적인 형태인 알이 생명의 시원을 이야기해 줄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알을 형상화한 작품 외에도 둥근 알 형태의 대형조각 ,디지털 드로잉 작품 등을 선보이는데 전시장은 알들의 세상으로 흥미진진한 작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머물게 한다. -전시기간 : 10월 16일까지 -관람료 : 무료 -문의 : 02) 725-1020   문범의 ‘비밀정원(Secret Garden)’ 문범 작가의 개인전 ‘시크릿가든’이 통의동 갤러리 시몬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오일스틱(튜브에서 짜내는 유화물감 대신 물감을 립스틱 형태로 만든)과 붓으로는 내면의 감성을 표현하기가 충분하지 않아 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 이 활용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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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나신 곳, ‘세종마을’ 아세요?

북촌은 이제 내외국인의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서촌은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세종마을(세종대왕이 나신 곳), 웃대(청계천 위쪽 지역) 그리고 서촌(경복궁 서쪽 지역) 등 불리는 이름도 여러가지다. 이런 곳이 정겨운 한옥과 골목, 예쁜 갤러리와 커피숍, 다양한 모습의 빌딩들로인해 새롭게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있다. 서촌은 어디인가요? 먼저 서촌은 경복궁 서쪽과 인왕산 동쪽 지역으로 조선시대에는 청풍계곡, 옥류천, 수성동 등의 계곡이 산과 어우러져 남산의 청학동과 함께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모두 복개되어 그 옛날의 풍광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백세청풍(百世淸風)이라 새겨진 바위와 옥인아파트 철거 후 공원조성 중인 현장에서 그 동안 없어졌다고 여겼던 기린교를 볼 수 있어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역사 속 인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준수방이 있고, 통의동 백송으로 유명했던 곳은 영조 임금의 잠저(임금이 되기 전의 시기에 살던 집)인 창의궁터이자 추사 김정희 선생이 살 던 곳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백사 이항복의 집터 부근에 있는 필운대, 병자호란 당시 척화파였던 청음 김상헌의 집터 등과 조선 마지막 왕인 순종의 비인 순정효황후의 백부인 윤덕영가(집이 낡아 옮기지 못하고 철저한 고증으로 남산한옥마을에 다시 지었음)도 볼 수 있다. 문화의 산실, 서촌! 북촌이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여 궐내 출입이 잦은 양반들이 많이 살았다면, 서촌은 좀 더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중인들의 집이 주를 이루었던 곳이다. 그들은 직업의 특성상 전문적 지식과 교양을 갖추고 예술과 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7세기 무렵부터 양반의 전유물이었던 시 짓기가 점차 중인들에게까지 확대되었고, 이들의 문화적 역량은 시사(詩社)를 통해 밖으로 나타났다. 그 중심에는 규장각 서리들 위주로 결성된 옥계시사(玉溪詩社)가 있는데, 이는 인왕산 기슭 옥계를 중심으로 30여 년 동안이나 이어가며 중인문화에 영향을 끼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