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의 탄생, 을지로 세운상가

‘힙지로’의 탄생, 을지로 세운상가

역사의 뒤안길을 걸을 뻔 했던 거리가 요즘은 '힙지로'라고 불린다 ⓒ김혜민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과 오래된 건물에 감각적인 색으로 뒤덮인 거리가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과거로 회귀한다. 그 과거가 어느 시대인지는 잘 모르겠다. 세운상가가 세워진 1960년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이곳이 재개장한 2017년쯤이라고 해야 할까. 알록달록 건물의 빛깔이 을지로의 매력을 더한다 ⓒ김혜민 을지로의 오래된 건물은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김혜민 새것은 오래된 것을 품고, 오래된 것을 새것과 조화를 이룬다. 요즘 젊은이들 말대로 이곳은 '힙하다'. 역사의 뒤안길을 걸을 뻔했던 이 거리의 이름은 이제 '힙지로'라 불린다. 새롭고 개성있다는 뜻의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가 합쳐진 말이다. '당신의 발길을 멈춰, 세운'이라는 전광판이 눈길을 끈다 ⓒ김혜민 '당신의 발길을 멈춰, 세운'이라는 전광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밤이면 노란빛의 조명이 반짝반짝 빛나는 전광판. '세상의 기운이 모인다'라는 의미의 세운상가 일대는 본래 일본에 의해 소개공지로 지정된 곳이다. 소개공지는 전쟁 폭격으로 발생한 화재가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빈 광장이었다. 광복 이후 빈 광장이 방치되고 자연스럽게 이 거리에 판자촌이 형성되었다. 이에 정부는 상권이 활발해진 공간에 서울의 랜드마크를 건설해야겠다는 취지로 국내 최초 주상복합 건물을 완공한 것이다. 그것이 1968년의 일이다. 세운상가 1층에서 판매되는 화려한 조명 ⓒ김혜민 세운상가에 도착하니 1층엔 가장 먼저 화려한 조명이 보였다. 2층에는 음향기기와 다양한 전자기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본래 이 부근은 60년대부터 미군부대에서 빼내온 각종 고물들을 고쳐서 판매하는 사업장이 발달했다. 따라서 전자 제품의 메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점포의 이름이 바뀌고, 용도도 바뀌고 그렇게 몇 번의 주인이 바뀌며 라디오에서 TV로, TV...
돈의문 수직정원 모습

도심 속 식물원? ‘서울형 수직정원’에서 힐링~

식물일까, 건물일까. 도심 한복판에 첫 '서울형 수직정원'이 생겼다. 그것도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마을, 바로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에 말이다. 그동안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여러 전시와 행사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왔다. 길 건너에서 보면 온실과 어우러진 수직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윤경 비록 현재는 휴관 중이라 박물관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밖에서 뿜어내는 자연의 느낌은 지나가면서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개장을 앞두고 찾아간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지나는 시민들이 연신 스마트폰을 눌러대거나 정원을 가리키고 있었다. 온실에서 육묘를 하게 된다. ⓒ김윤경 원래 7월 10일 개장이나 코로나19로 인해 특별한 행사가 없어, 지난 9일 돈의문박물관 마을을 찾았다. 우선 들어가는 입구의 삭막한 풍경에 색이 입혀져 있다. 자칫 여러 민족과 옛 모습이 모인 조용한 박물관 마을에 퍼진 초록빛은 확연히 큰 활기를 준다. 더군다나 이곳은 서울시가 만든  첫 '서울형 수직정원(Vertical Garden)’이라는 의의를 갖고 있다. 건물마다 휴관을 알리는 안내문과 닫힌 문들이 아쉽게 느껴졌지만, 사이를 걸어보는 건 괜찮았다.  따라서 서울도시재생센터 2층을 통해 갈 수 있는 옥상정원(그라스원)은 개관 전까지는 가지 못한다 해도 다른 곳, 혹은 길거리에서만도 충분히 수직정원 등을 볼 수 있다. 아담하고 아늑한 서울도시재생센터 2층 옥상정원 (현재는 휴관중) Ⓒ김윤경 담당자와 함께 조심스레 미리 볼 수 있었던 공간은 아담하고 아늑해 보였다. 빨리 개관을 맞아 휴식하러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 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돼 코로나19로 예상보다 조금 늦어진 7월 초에 끝이 났다. 기존 5개 건물의 구조를 보강하고 벽면녹화 및 경관조명 등이 첨가됐다. 푸르른 식물이 가득한 돈의문박물관마을 Ⓒ김윤경 “식물이 주는 많은 효과를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수평적 정원이 주는 제약이나 한계를 넘었고, 세계적으로도 수직정원...
우이천 주변으로 나무데크도 설치되어 있어 벚꽃피는 봄이나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에도 걷기코스로 안성맞춤이다. ⓒ김미선

몸과 마음이 가뿐해지는 우이천벚꽃길~솔밭근린공원

맑은 물이 흐르고,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우이천 산책로 ⓒ김미선 맑은 물이 흐르는 우이천은 다양한 동·식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장소이다. 성북, 노원, 강북, 도봉구 사이를 흐르는 하천으로, 강북구 우이동에서 발원하여 중랑천으로 합류한다. 하천 상류에 있는 도봉산 우이암(소의 귀를 닮은 바위)에서 유래되었는데, 그 아래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길이라는 의미에서 '우이천'이라 이름을 붙였다.  천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주민들은 가볍게 산책을 한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면서 우이천 산책코스를 즐긴다. 월계2교에서 우이동 방향으로 우이천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김미선 상쾌한 초여름 바람을 느끼며 월계2교부터 걷기 시작했다. '우이천벚꽃길'은 봄에는 우이천변에서는 벚꽃이 흩날리는 멋진 풍경과 마주한다. 가을이 되면 벚나무, 버즘나무 등 가로수가 어우러져 단풍과 낙엽이 아름다운 길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나뭇가지마다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지금이야말로 시원한 바람과 신록의 정취를 즐기기에 딱 좋은 시기다. 우이천벚꽃길은 서울시 테마산책길로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김미선 중간중간 나무벤치와 운동기구들이 있어 쉬어가기도 좋고 운동도 할 수 있어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장소이다. 뚝방길 전망대에서는 한가롭고 조용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우이천을 바라볼 수 있다. 우이천산책로는 나무벤치와 운동시설이 곳곳에 있어 운동도 하고 쉬어가기에 좋다. ⓒ김미선 뚝방길 전망대에 서면 우이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김미선 우이천에서는 원앙, 도룡뇽, 애기똥풀 등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 숨쉰다. 한가로이 휴식하고 있는 청둥오리도 볼 수 있고, 백로 한 마리가 부리를 물속에 넣어 물고기를 잡는 신기한 모습도 포착했다. 우이천변에서 풍경을 구경하다가 나무데크 위를 걷기도 하고 벤치에서 쉬기도 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우이천에는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함께 살아간다. ⓒ김미선 ...
국토발전전시관 외관

정동길 새 명소! 비행‧레이싱 체험까지 ‘국토발전전시관’

국토발전전시관 외관 정동길을 걷다보면 국토발전전시관 건물이 눈에 띈다. 근사하게 지어진 외관을 보고 내부로 들어가면 한 번 더 놀라게 되는 곳이다. 국토발전전시관은 2017년에 개관했다. 우리 국토의 국가 기반시설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다룬 전시공간은 꽤 다양하고 종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5층으로 된 전시공간에는 11개 분야로 나뉘어 국토, 도시, 수자원, 주택, 철도, 항공 등의 발전상과 변천사를 시청각 자료와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킨 전시물로 관람객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재밌는 체험코너 ‘수소차 레이싱’(좌) 기획전시 내 독서공간(우) 1층에서는 지난 6월부터 9월 29일까지 ‘수소 에너지의 시작’이라는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로 수소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적절한 전시다.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동력이 되어 그 의미가 크다. 수소는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로 높은 에너지 밀도와 에너지 발전 효율을 자랑한다. 특히 발전소, 자동차, 중장비, 휴대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이번 기획전시는 5부로 나눠 수소에 대한 기본 개념과 수소 연료 전지의 원리를 알아보고 수소에너지와 관련된 과학도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는 수소 자동차 레이싱 게임이다. 수소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언론에서 다뤘던 기사들도 한 코너에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가운데 앉아서 편안히 쉴 수 있도록 마련된 독서 공간에서 잠시 수소 에너지와 친구가 되어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어린이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상설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 4층으로 올라가 3층, 2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4층은 국토세움실이다. 이곳은 대한민국의 국토개발 계획과 정책, 발전사를 시기별로 전시한 곳으로, 달동네부터 초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다. 소양강 댐과 상수도 가압장 모형...
1711번 전기버스가 서울시청 앞을 달리고 있다

1711번 전기버스 타고 떠나는 서울 명소 여행

1711번 전기버스가 서울시청 앞을 달리고 있다 서울에 전기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15일부터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1711번 버스가 전기버스로 운행을 시작했다. 대기오염無! 서울에 ‘전기버스’ 달린다…운행노선은? ☞ 클릭 1711번은 국민대에서 공덕동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한 정거장 건너 한 곳 꼴로 서울 명소를 끼고 있다. 더 추워지기 전에 1711번 전기버스를 타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여행을 떠나봤다. 서울 같지 않은 소소한 풍경 가득 ‘부암동’ 1171번 전기버스 여행 첫 코스는 도심 한복판인 종로구에 속해 있지만 서울 같지 않은 소소한 풍경이 가득한 부암동으로 잡았다. 석파정 유수성중관풍루 정류소에서 내리면 ‘서울미술관’이 보인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둘러본 후, 미술관 옥상과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흥선대원군의 별서였던 ‘석파정’을 만날 수 있다. 전시와 함께 석파정에서 고운 자태를 뽐내는 단풍을 감상해보자. 올 가을 제대로 눈호강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미술관을 나와 부암동길로 향하면 옛 수도가압장을 개축한 ‘윤동주 문학관’을 만날 수 있다. 문학관에서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봐도 좋고, 윤동주 시인의 언덕 옆에 자리 잡은 한옥 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마음에 온기를 채워 봐도 좋다. 들어보셨나요? ‘통인시장’ 엽전도시락 통인시장 전경 정류소에서 내리면 서촌이 나온다. 서촌 ‘통인시장’에는 특별한 도시락을 판매하는 카페가 있다. 시장 고객만족센터 도시락카페에서 통인시장 엽전을 구입하면 엽전과 빈 도시락통을 주는데, 엽전으로 시장 음식을 구매할 수 있고, 도시락통에 담아 포장해서 가져가거나 도시락카페에서 직접 먹을 수도 있다. 서울도서관 옥상 하늘뜰 통인시장을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정류소에 내리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나온다. 또 정류소에 내리면 덕수궁과 서울시청이 바로 앞에 보인다...
서울함 선미에서 바라보는 풍경

서울 ‘먹세권’ 망원동에서 즐기는 만원의 행복

서울함 선미에서 바라보는 풍경 호호의 유쾌한 여행 (113) 망원동 아침 공기에서 바스락거리는 단풍 냄새가 느껴집니다. 잎사귀들이 노랗고 붉게 빛나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요즘입니다. 완연한 가을빛으로 물든 서울에 취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집니다. 그렇게 시작된 오늘의 여행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동입니다. 망원동은 주택가 골목을 개조해 카페, 레스토랑, 숍으로 꾸며진 서울 대표 명소 중 한 곳입니다. 망원동+경리단길에 빗대어 망리단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요. 골목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오래된 상점, 주택들과 어울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나가고 있습니다. 추울 때 생각나는 칼칼한 빨간 어묵 망원동에서 제일 처음 들른 곳은 망원시장입니다.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정겨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장이 바로 나옵니다. 맛있는 먹거리로 가득해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 여행객들에게까지 사랑받는 곳입니다. 가격도 저렴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도 푸짐하게 즐기기 좋습니다. 장미여관의 가수 육중완이 한 TV 프로그램에서 망원시장에서 장 보는 장면으로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쫀득쫀득 꽈배기가 3개에 단돈 천 원! 망원시장이 단순히 TV에 나왔다고 가봐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먹거리 쇼핑이 제격입니다. ‘망원동은 먹세권(먹는 것+역세권의 합성어)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데요. 망원시장의 추천 메뉴는 빨간 어묵(개당 700원), 고로케(개당 500원), 닭강정(3,000원부터)입니다. 매운 어묵은 칼칼해서 차가운 가을바람에 지친 마음까지 따스하게 녹여줍니다. 끝까지 바삭바삭함을 놓치지 않는 고로케도 인기 메뉴입니다. 500원이라는 착한 가격까지 감동 포인트입니다. 쫄깃쫄깃한 꽈배기는 3개에 천 원으로, 이렇게 팔아서 남을까하는 괜한 걱정마저 앞섭니다. 신선한 닭을 튀겨 만든 닭강정 위에는 튀긴 떡을 올려주어 별미입니다. 매콤닭강정, 달콤닭강정, 과일닭강정 등 취향에 맞게 닭...
서울여행

서울 여행, 어디가 좋을까?

'호호'의 유쾌한 여행 (1) 칼럼을 시작하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왔습니다. 서울에서 학교도 다 다니고 서울에서 직장생활도 했으니까 전 세계에서 제일 잘 아는 도시는 바로 서울일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묻습니다. 지방에서 만난 친구가 묻습니다. “서울 어디 가볼만한 데가 있어?” “서울 어디가 좋아?” “글쎄….” 바로 대답이 나와야 하는데 고개만 갸웃거리고 언뜻 대답이 안 나옵니다. 이런 저런 장소가 떠오르기는 하지만 추천해도 될지, 다른 더 나은 곳이 있는 지 망설여집니다. 워낙 변화가 빠른 도시라 예전에 내가 갖고 있는 정보가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여기 저기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취사 선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니 서울에서 오래 살고 생활해왔지만 서울은 ‘사는’ 곳이었고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살아야 하니 교통의 편리함, 마트나 병원 등 편의시설의 여부만을 먼저 따졌습니다. 일하는 곳이니 통신 시설의 편리함, 접근의 용이성 등만을 고려했습니다. 잠시 시간이 나면 가까운 영화관, 동네 공원 정도만 찾았습니다. 언제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서울을 재미나게 누려볼 것인가는 늘 뒷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 시민들이 매일 손 안에서 들여다보는 ‘내 손안의 서울’에서 ‘여행’ 칼럼을 연재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사는 ‘서울’을 재미있게, 신나게 누려 볼까에서 출발합니다. 오히려 지방이나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울 여행에 소극적이었던 작가들이 먼저 서울을 신나게, 발랄하게 체험하고 느껴볼까 합니다. ‘호호의 유쾌한 여행’에서는 3~4인의 작가들이 매주 서울을 즐긴 체험과 방법을 돌아가며 1주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하루쯤 내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떻게 서울을 잘 누릴 수 있는 소개하는 하루 또는 한나절 여행 코스로 서울을 돌아다닙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왔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여행을 해도 좋고 거기에 자기만의 취향을 가미해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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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이 거닐며 옛추억에 잠기다

지난 5월 개장한 구로구 항동 '푸른 수목원', 그곳은 몇 해 전 우연하게 한 번 다녀온 이후로는 도심 고향마을 같은 푸근한 정경이 좋아서 가끔씩 찾곤 했던 곳이다. 논밭 사이사이 도랑 따라 걸어보기도 하고, 풀이 우거진 오솔길 따라 걷다가 원두막에 앉아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느티나무 아래 항동저수지 주변에는 낚시꾼과 천막을 치고 피서를 즐기는 가족들로 늘 북적거렸고, 녹슨 철길을 걷다가 바로 옆 천왕산에 오르면 푸른 벌판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사람 사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고 가슴이 탁 트여 시원하기도 했다. 서울시에서 수목원을 조성한다는 뉴스를 듣고는, 현대화된 도시형 수목원으로 바뀌게 되면 그곳의 풍경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으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 풍경들을 떠올리며 비개인 오후 그곳을 찾았다.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어 철길로 진입해, 5분 정도 더 걸으니까 너무나 크게 달라진 생소한 모습의 수목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서울광장 8배 규모이며, 주변에 산과 들판이 이어져 있어서인지 더 넓어 보였다. 입구에는 숲 교육센터가 있고, 기념식수 소나무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이랑텃밭(원예체험장), 알록뜰(단풍원), 겨레울(무궁화원), 나래울(활엽수원), 남새마당(식용식물원), 달록뜰(장미원), 촉촉별(습지원), 소담들(프랑스정원), 아름누리(야생식물원), 너울마당(미로원), 풀무리울(억새원), 내음두루(향기원), 푸른뜨락(잔디광장) 등 테마별 정원들이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것 같아서 이리저리 마음 내키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싱그럽고 은은한 향기 좇아서 걷고 또 걸었다. 걷는 동안 수목원 옛 정취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대추나무도 잎사귀가 싱싱하다. 금방 미꾸라지라도 튀어 올라올 것 같은 흙탕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는 도랑물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도 했다. 저수지 역시 커다란 느티나무가 그대로 있고 낚시터 대신 주변에 산책로가 있어 많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