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한 오후 세검정 모습

정자 아래 스릴 넘치는 역사의 물결이 흐르네

느지막한 오후 세검정 모습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24) 세검정 경복궁 뒤쪽 창의문 고갯길을 지나면 서울이면서 서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건물이나 사람들이 낯선 것이 아니라 옛날 한양의 경계인 창의문을 지났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버스도 올라가기 어려운 언덕길을 지나 내리막길을 간다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을지 모른다. 아무튼 내리막길을 따라 가면 석파정이 있고, 백사실 계곡이 나온다. 그리고 이곳의 지명을 상징하는 세검정과 만날 수 있다. 세검정은 영조 때 지어진 정자로 바로 옆에 흐르는 하천을 굽어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북한산과 인왕산을 모두 바라 볼 수 있다. 한양과 가까운데다가 풍광이 아름다워서 그런지 많은 사연과 전설들이 전해져 내려온다. 먼저 세검정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인조반정 당시 이귀와 김류 같은 주동자들이 이곳에 모여 바위에 칼을 갈고, 물로 씻어내면서 결의를 다졌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인조반정 당시 반정군은 홍제원에 집결했다가 창의문을 돌파해서 한양으로 진격했다. 하지만 정자가 훨씬 나중에 지어졌기 때문에 지금과 다른 정자가 있었든지, 아니면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세검정은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그 중에는 실학자로 유명한 정약용도 있었다. 그는 아예 세검정에서 즐겁게 놀았다는 짧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약용은 특히 비가 올 때 세검정에 가는 걸 즐겼는데 바로 옆에 홍제천으로 이어지는 하천이 거센 급류로 변해버린 것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한양에서 술을 마시다가 비가 올 조짐이 보이면 급히 세검정으로 달려갔는데 흐르는 물에 떠밀려온 돌과 나무에 세검정의 초석과 난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 스릴을 만끽했다. 매끈하고 단단해 보이는 암석 위에 세워져있는 세검정 다른 기록에도 한양 사람들이 비가 오면 구경을 왔다고 하니, 물구경은 불구경 다음으로 흥미진진했던 게 분명하다. 세검정은 매끈하고 단단해 보이는 암석 위에 세워져있다. 그래서 이 암석에 실록의 원본에 해...
석파정은 서울미술관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흥선대원군이 탐낸 한양 최고의 별장 ‘석파정’

석파정은 서울미술관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17) 석파정 어머니는 자하문 너머를 자두 밭으로 기억한다. 회사 동료들끼리 놀러가서 자두를 실컷 먹었던 어머니에게 그곳은 서울 밖의 변두리이자 고향을 닮은 시골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자하문 밖은 권력가들의 별천지였다. 백사실 계곡 안에 있던 별서도 그렇고 장의사 당간지주가 남아있는 세검정 초등학교는 연산군의 명령으로 꽃밭으로 조성되었던 곳이다. 세검정 정자 역시 정약용을 비롯한 실학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한양 바로 바깥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함께 인왕산과 북악산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자하문 밖에는 권력가들의 별서들이 자리 잡았다. 권력가들의 사랑을 받던 곳이라 그만큼 사연이 깊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석파정이다. 석파정의 원래 주인은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으로 세도정치의 핵심인 안동김씨의 일원이었다. 그가 주인이었던 시절에는 석파정이라는 말 대신 삼계동 별서로 불렸다. 그 이유는 별서가 있는 곳 바위에 삼계동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글씨는 언제 누구에 의해서 새겨졌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석파정 유수성중관풍루(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단풍을 바라보는 누각) 조선시대 14살의 어린 나이에 금강산을 올랐던 김금원이 한양에 들렸을 때 백사실 계곡을 가는 길에 삼계동 별서를 지나친 적이 있었다. 김금원은 훗날 자신이 쓴 호동서락기에 작은 서재가 숲 사이로 보이는데 무척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평을 남겼다. 이후, 고종이 즉위하고 그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이 별장을 무척이나 탐낸다. 하지만 김흥근이 끝끝내 판매하는 걸 거절하자 치사하게도 아들을 이용한다. 고종을 데리고 와서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게 한 것이다. 그러자 김흥근은 신하가 임금이 쓰던 곳을 쓸 수 없다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흥선대원군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곳을 넘겨받은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호를 따서 석파정이라고 지은 것을 보면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