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찹쌀반죽이 일품인 탕수육

[정동현·한끼서울] 건대 양꼬치와 마파두부

쫄깃한 찹쌀반죽이 일품인 탕수육 ◈ 광진구 매화반점-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4) 광진구 매화반점 길거리에 번쩍이는 붉은색은 노골적이었다. 진한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속마음을 감추지 않는 형형한 붉은색이 거리를 가득 채웠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길게 내린 차양처럼 가게 앞을 가릴 듯 크게 달린 간판에는 한글이 드물었다. 옛스러운 한자로 적힌 간판을 읽으려면 오래전 졸며 들었던 한자 수업 시간을 되뇌어야 했다. 지하철 건국대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이 별천지는 차이나타운이란 멋드러진 이름을 다시 가졌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양꼬치거리라고 퉁치곤 한다. 언제부터 이곳에 이런 가게들이 모여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략 2000년대 초반, 중국인 유학생들이 있는 대학가와 집값이 싼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중국 북동부 지역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중 건대는 상권이 가장 젊고 따라서 역동적이며 번화한 곳 중 하나다. 그리고 그곳 맹주(盟主)는 단연 ‘매화반점’이다. 건대 상권을 이른바 ‘하드캐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화반점은 이 좁은 지역에 점포 3개가 있고 그중 본점은 위풍 당당하게 4층까지 뻗어 올라가 있다. 어디를 가도 같은 맛이 나오지만 그 멋과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아무래도 본점이 좋다. 아무리 자리가 많아도 저녁 7시가 넘으면 반드시 줄을 서게 된다. 매화반점은 건대 차아니타운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그러나 꼭 유의할 것이 있다. 하얀 칠판에 이름을 적고 인원수를 적으면, 안경을 쓰고 한 쪽 귀에는 이어폰을 낀 주인장이 순번을 점검한다. 순서가 돌아왔을 때 주인장은 이름을 두 번 부르지 않는다. 단 한 번 호출에 대답이 없으면 아무 미련 없이 이름을 지워버린다. 아, 이 무정한 남자, 그러나 만인에게 평등한 사람아. 그러니 언젠간 순서가 돌아오리란 믿음과 이곳에서 꼭 식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칠판 앞에서 기다리도록 하자. 순서가 돌아와...
[정동현·한끼서울] 염창동 닭볶음탕

[정동현·한끼서울] 염창동 닭볶음탕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16) 강서구 유림 유림 닭볶음탕. 가양동 유림으로 유명하나 실제 소재지는 염창동이다 ◈ 강서구 유림-지도에서 보기 ◈ 일과를 마치고 코를 풀면 검댕이 나왔다. 지금은 미세먼지 타령을 해대지만 그때는 ‘먼지’로 퉁 치던 시절이었다. 창고에 틀어박혀 박스를 정리하다보면 먼지가 뿌옇게 날렸고 탄광 속 광부처럼 그 속을 헤맸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한두 번, 땀이 흘러 눈이 따가워지고 입이 답답해지면 마스크를 던져버리고 빨간 고무가 붙은 면장갑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가양동 대형마트에서 나는 제대로 된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아침이면 남들이 퇴근하는 길로 출근했고 밤이면 그 반대였다. 근무조는 두 개로 아침부터 저녁, 점심부터 자정까지로 나뉘었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경우는 하루에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현장 근무가 원칙. 책상에 앉아 있다가도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가야 했다. 자정이 되어 마트 문이 닫히면 버스 막차를 타기 위해 뜀박질을 했고 그마저도 놓치고 나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동료 차를 얻어 탔다. 회식은 자정부터, 새벽 무렵 술자리가 끝나면 아침조 사람들은 몇 시간 쪽잠을 자다 다시 마트로 나왔다. 한 달에 한 번씩 운동화가 뜯어졌고 먼지 때문인지 귀가 아파 계속 병원에 다녔다. 방도 여럿 있어 여럿이 방문하면 오붓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래도 몸을 쓰는 일이 좋았다. 명절이면 마트 뒤쪽에 한복을 입고 앉아 담배를 나눠 피우던 어린 여자애들과 나이든 아주머니들, 용돈벌이가 목적이라며 세단을 몰고 출퇴근을 하던 캐셔 아주머니와 고구마 몇 개를 훔치다 마트를 나가야 했던 또 다른 아주머니, 휴학을 하고 등록금을 벌던 남자애와 갓 취업한 나, 마트를 드나들던 수십 개 업체 영업사원과 트럭 기사들, 천명 가까운 사람들이 부대끼던 그곳이 나는 싫지 않았다. 그 마트 옆, 가양빗물펌프장이 있는 그곳에서 그 시절 자주 회식을 했다. 몸을 써서일까, 가볍게 먹어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영화에 나오는 불...
[정동현·한끼서울] 홍대 와우산 해물파전

[정동현·한끼서울] 홍대 와우산 해물파전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⑮ 마포구 미로식당 미로식당에서 첫 손에 꼽는 추천 메뉴는 해물파전이다 ◈ 홍대 와우산 해물파전-지도에서 보기 ◈ 갈매기 떼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상갓집에 온 것 같기도 했다. 20대 후반 창창한 젊은이들이 한결같이 음울한 옷을 차려 입고 일렬로 앉았다. 그 앞에는 나이 든 남자와 여자가 중후한 옷을 입고 내려온 안경을 바로 잡고, 볼펜을 돌리며 그들을 쳐다봤다. 마치 시장에 나온 물건이 흠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는 모양새였다. 그 중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고집이 세 보이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받은 이는 나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한참 회사 면접을 보러 다니던 때였다. 질문을 받고 찰나였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인상이 고집 세 보이나? 만약 인상이 그렇다면 어떤 요소 때문인가? 째진 눈? 꽉 닫힌 안중? 까만 피부? 아니면 그 전 답변 중에 고집 세 보일만한 것이 있었나? 첫번째? 두번째? 그리고 고집 세 보인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일까? 부정적인 것일까? 지금까지 살면서 꽤 자주 고집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것이 이런 자리에서 들통 날 줄은 몰랐다. 그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나는 머리를 굴려 아마 이런 대답을 했을 것이다. “고집이 셀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고집이 센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고집 그 자체는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홍익대학교 뒤편 와우산자락으로 이전한 미로식당 결과는 내 기대와 달리 긍정적이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고집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성격은 결과에 따라 해석된다. 즉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고집이 아니라 신조가 있다, 추진력이 강하다, 지조가 있다고 해석이 되고 만약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안하무인, 똥고집, 아집 등 다른 말로 불리기 일쑤다.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
[정동현·한끼서울] 동대문 연탄 돼지갈비

[정동현·한끼서울] 동대문 연탄 돼지갈비

◈ 동대문 연탄 돼지갈비-지도에서 보기 ◈ 경상도집에서 유일한 메뉴 연탄불 돼지갈비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14) 중구 경상도집 양 볼에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계절이 없는 회색 빌딩 안, 속절없이 의자에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자유를 꿈꾸다 저녁 6시가 넘으면 광복절 특사라도 받은 것처럼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눈에도 밝은 얼굴. 그들을 가둬 놓았던 것은 본인 자유 의지일테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어려움은 화나 괴로움으로 변하여 안으로 쌓이고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떨쳐버리지 않으면 제대로 살기 힘들다. 마광수 교수는 그래서 사람은 두 가지 얼굴로 살아야 한다.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인격으로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또 다른 건물 속이 아닌 동대문 뒷골목 길거리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은 그 각각 편차가 매우 크다는 말이고,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야외 활동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안보다 밖이 쾌적한 가을 찰나는 소중하다. 이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바람이 불고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곳으로 간다. 동대문 ‘경상도집’이다. 동대문 국립의료원 뒷길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동대문운동장에서 동대문역사문화박물관이라는 긴 이름으로 바뀐 역을 나와 골목과 골목을 빙 돌아가야 경상도집이 나온다. ‘도대체 어디야’라고 투덜거리며 발 길을 옮기다보면 ‘아! 여기구나’라고 깨닫는 유레카의 순간이 온다. 홀로앉아 묵묵히 돼지갈비를 구워내는 작업이 맛 비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곳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상도집이라는 간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자. 그 옛 간판은 바람에 날렸는지 온데간데 없다. 단지 ‘국산 돼지갈비 1인분 12,000원’이란 작은 종이 한장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주의사항 한 가지. 이곳은 현금 결제만 받는다. 카드 결제 안 되는 것에 서운해 하지 말고 일단 자리를 잡고 앉...
다양한 풍미의 파스타를 맛보는 갈리나데이지 시그니처 파스타_지도보기

[정동현·한끼서울] 서촌 이탈리안 파스타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⑪ 종로구 갈리나데이지 다양한 풍미의 파스타를 맛보는 갈리나데이지 시그니처 파스타 ◈ 갈리나데이지-지도에서 보기 ◈ 통인시장에 기름 떡볶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촌에 해물라면에 소주를 파는 계단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왕산 아랫자락은 층수가 높지 않은 건물이 대부분이고, 골목이 모세혈관처럼 가늘고 넓게 깔려 있다. 그 가운데는 몇몇 유명하고 저렴한 곳들 외에도 작게 빛나는 집이 있다. 본래 양반들이 모여 살았다는 서촌 터줏대감 격인 삼계탕집 토속촌을 지나 조금 더 올라오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인 추어탕집 용금옥이 있고, 그 다음 마주하는 골목에서 좌편으로 방향을 바꾸면 낮게 달린 간판 하나가 있다. 식당 이름은 ‘갈리나데이지’. 암탉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갈리나’에, 셰프 예명을 붙여 지었다. 이름처럼 이곳을 책임지는 셰프는 여자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간판을 지나면 작은 정원과 나무 벤치가 있다. 비밀의 화원을 지나듯 타임과 같은 허브가 자라는 정원을 지나 나무문을 열면 작은 홀이 펼쳐진다. 반기는 것은 하얀 셔츠에 키가 훤칠한 직원들과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꽃이다. 갈리나는 이탈리어로 `암탉`, 데이지는 셰프 예명이다. 잰 걸음으로 걷는 직원들 모습을 보면 몇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맛이 수준 이하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시간이 불쾌해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춘 곳은 인구 천만 명이 모여 산다는 서울에서조차 꽤 드물다. 인력 운영 면에서 최저 임금이 낮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혹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급료를 많이 쳐줄 수도, 식재료 원가를 높게 쓸 수도 없어 자연히 서비스와 음식 질이 떨어지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아니면 오로지 싼 식사만을 원하는 일반 대중 때문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일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우리 모두의 수준이 낮기 때문으로 귀결해본다. 갈리나데이지 시저샐...
오늘은 뭘 먹을까?/정동현·한끼서울

[카드뉴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오늘은 뭘 먹을까?” 정동현·한끼서울 * 서울시 시민소통 웹진 에서 대중식당애호가 정동현의 ‘맛있는 한끼, 서울’이 매주 월요일 연재되고 있습니다. # 1 화목순대국 “사위에 장벽처럼 널린 빌딩, 그 사이에 초풀처럼 자라난 식당들, 긴 밤을 보내고 이글거리는 속과 지끈거리는 머리를 얻은 사람들은 상처를 다스리려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 2 화목순대국 “밥을 토렴해서 나오는 이 집 순대국밥은 작은 양철 접시에 담겨 나온다.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 위로 코를 내밀면 특유의 돼지 내장 냄새가 난다”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5일 11 전화: 02-723-8313 예산: 모듬(머리고기 한 접시+순대국) 22,000원 # 3 산불등심 “사람들은 피서철 영동고속도로를 가득 채우듯, 불만을 터뜨리면서 어김없이 점심시간이 되면 줄을 서고 어깨를 부딪혀가며 된장찌개 한 그릇을 기다린다. 이유는 사람들이 영동 고속도로를 타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 길로 가야 강원도가 나오듯, 산불등심에 가야만 장안에서 손꼽히는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4 산불등심 “붉은 기가 도는 된징찌개를 하얀 밥 위에 올리고 잘 비벼서 입에 넣은 뒤, 무를 듯 말 듯 속 심이 살아 있는 시큼한 열무김치를 한 입 베어물면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구나’ 싶은 것이다” ■ 위치: 서울시 중구 을지로3길 30 전화: 02-754-7584 예산: 된장찌개 10,000원 # 5 소문난 성수 감자탕 “가죽공방과 구두공방, 차수리소가 군락을 이룬 성수동에 사람 팔뚝만한 돼지 등뼈와 야구공만한 감자,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넣은 것 같은 시래기를 끓인 감자탕집은 홍콩 누아르 영화 속 도박장 만큼이나 필수불가결한 요소 같다” # 6 소문난 성수 감자탕 “돼지 등뼈에는 살이 넉넉하다 못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붙어 있다. 등뼈 사이에 붙은 살을 발라 먹다가 빈정 상할 일은 없다. ‘이것이 섬유질이다’라는 기세로 우적거리면...
산불등심 소고기 된장찌개. 한결같이 나오는 반찬 고등어조림과 달걀찜, 물김치가 본 메뉴 못지않게 유명하다

[정동현·한끼서울] 다동 소고기 된장찌개

◈ 소고기 된장찌개-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④ 중구 산불등심 산불등심 소고기 된장찌개. 한결같이 나오는 반찬 고등어조림과 달걀찜, 물김치 반찬도 유명하다 ‘산불등심’은 악명이 자자한 식당이다. 비싼 된장찌개와 더더욱 비싼 등심에 점심시간이 되면 모르는 사람과 비좁은 테이블을 나눠 써야 한다는 불평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피서철 영동고속도로를 가득 채우듯, 불만을 터뜨리면서 어김없이 점심시간이 되면 줄을 서고 어깨를 부딪혀가며 된장찌개 한 그릇을 기다린다. 이유는 사람들이 영동 고속도로를 타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 길로 가야 강원도가 나오듯, 산불등심에 가야만 장안에서 손꼽히는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점심시간이 아니어도 된장찌개를 먹을 수 있다. 퇴근 후 약속은 뭔가 기진맥진한 느낌이 든다. 주중이면 더욱 그렇다. 눈치를 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시내를 나오는 동시에 시계를 본다. 내일은 일찌감치 찾아와 있고 오늘은 이미 끝나가고 있다. “된장찌개 먹을까?” 이 한 마디에 대한 답으로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 다동에서 산불등심을 찾는 것은 쉽고도 어렵다. 아마 매일 같이 찾는 사람이면 근처에 가서도 된장 냄새를 맡을 것이요, 초행길인 사람들은 두 명이 지나갈 만 한 골목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음식점들 사이에서 노란색 간판을 살펴야 할 것이다. 식당이름과 관련이 있는 메뉴 `등심구이` 사람들이 점심에 그토록 열광하던 산불등심도 저녁 무렵이면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점심에 찾은 곳은 다시 찾지 않는 직장인의 생리일지도 모른다. 벽과 구별되지 않는 문을 열면 눈에 띄는 것이 좁다란 실내와 끝에 붙은 방. 그 방에 앉아 모임을 하고 있던 한 무리 중년 여성들은 점심과 커피 한 잔을 한 시간 안에 해치울 것 같지는 않았다. “편한 데 앉으세요.” 아마 다른 때라면 듣지 못할 말이었다. 텅 빈 실내에 우리가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널려 있었다. 어두운 시멘트 바닥 한 편에 있는 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