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낙지볶음도 명물이다

낙원동 노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낙지볶음도 명물이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42) 낙원동 ‘호반’ 발품을 팔고 시간을 들여 맛집을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검색 한 번에 누구나 맛집을 다닐 수 있다. 하긴, 맛집이란 말도 요즘 생긴 말이다. 이제 맛집은 콘텐츠로 소비된다. 사람들은 인증샷을 찍듯 맛집을 순례하고 맛집을 평가한다. 그렇게 식당은 맛집이 되고 맛집은 콘텐츠가 되고 그 콘텐츠는 키워드가 된다. ‘#’ 해시태그를 붙여 키워드로 정리한 맛집은 이리저리 살점이 뜯긴 물고기와 같다. 그 물고기가 어디서 났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는 상관이 없어진다. 필요한 것만 쏙 빼내 키워드로 정리하면 끝이다. 구체성은 사라지고 소비되기 쉬운 태그만 남는다. 누구나 맛집을 가고 맛집은 언제나 대체가능한 것이 되었다. 어차피 새로운 집은 생기고 새로운 태그는 넘쳐난다. 그런데 식당이 과연 그런 것인가? 이런 저런 회의가 들기 시작할 때 나는 한 집을 떠올린다. 낙원동 ‘호반’이다. 1961년 문을 연 ‘호반’의 역사는 이제 50년을 넘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역사다. 첫 문을 연 주인장은 은퇴했고 당시 막내였던 지금의 주인장이 2015년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옛 간판도 그대로 가져왔는데 새로 단 간판에는 그 옛 호반의 뒤를 잇는다는 마음으로 (구)호반이라고 붙여 놨다. 더워도 추워도 늘 사람들이 들끓는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가운 인사 소리부터 들린다. 장사가 잘 된다고 손님을 하대하는 경우는 이곳에 없다. 늘 자리가 모자란 것에 미안해하고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려 애를 쓴다. 환하고 깨끗한 실내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면 그다지 복잡할 게 없다. 탕부터 볶음, 수육, 튀김까지 구성이 다양해 취향에 맞게, 주종에 맞게 메뉴를 고르면 된다. 대표메뉴인 ‘순대’ 그럼에도 가이드가 필요하다면 시작은 순대로 하는 게 좋다. 이 집의 대표메뉴이자 제일 빠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대창에 소를 가득 욱여넣은 이 순대는 ...
북한 정통 냉면 맛을 내는 '동무밥상' 냉면

여름이 아니어도 좋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북한 정통 냉면 맛을 내는 '동무밥상' 냉면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41) 합정동 ‘동무밥상’ 냉면은 어려운 음식이다. 한 젓가락 먹기 위해서 사람들은 냉면 족보를 논하고, 먹는 방식에 대해 논쟁한다. 그래봤자 차가운 면일 뿐인데 왜 그리 힘을 빼나 싶을 때가 잦다. 그러나 맑고 투명한 냉면 육수에 담긴 면 한사발을 보면 그 생각이 사라진다. 냉면은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에 어렵게 먹는 게 맞는 듯싶다. 우선 육수를 차갑게 식혀 맑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소나 돼지의 고기와 뼈를 채소 등과 함께 끓여 육수를 뽑는 것은 동서양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이 육수를 차갑게 만드는 일은 아예 다른 차원이다. 프랑스 수프 콩소메도 냉면처럼 맑은 국물에 목숨을 건다. 하지만 온도가 높기 때문에 맛과 향을 쉽게 낼 수 있다.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맛과 향은 가라앉아 느끼기 어렵다. 그만큼 더 신경을 집중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자연히 냉면 육수 맛의 차이는 미묘함에 달린 일이 된다. 사람들은 그 미묘함을 알아차리기 위해 집중한다. 그리고 그 투입된 정신 에너지만큼 사람들은 주관을 가지게 되고 주관에 따라 주장하게 된다. 더구나 글루텐이 거의 없고 열에 민감함 메밀의 성질 상 면 뽑는 것도 어렵다. 찰기가 넘쳐나는 밀가루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근래 냉면을 둘러 싼 논쟁은 달라진 남북 관계에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어떤 냉면이 ‘맛있냐’가 아니라 어떤 냉면이 ‘북한’에 가깝냐는 것이다. 옥류관 냉면 사진 한 장으로 모양을 비교하고 연예인 인터뷰 한 자락에 맛을 짐작하며 정통이 무엇인지 밝혀내려 한다. 만약 냉면의 뿌리가 북한에 있고 북한 냉면에 최대한 닮아야 정통이라 주장할 수 있다면 당당히 목소리를 낼만한 집이 하나 있다. 합정동 ‘동무밥상’이다. 1998년 탈북하여 남한에 정착한 이 집의 주인장은 옥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장성급 전용 요리사로 10년을 일했다. 딱 벌어진 어깨와 굵은 팔뚝을 보면 그의 과거가 헤아려진다. 날카로운 눈빛...
한강초밥 ‘우동’

소소한 음식이 주는 확실한 행복! 우동과 김밥

한강초밥 ‘우동’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39) 이촌동 ‘한강초밥’ 배는 고프지만 아무 것도 먹기 싫을 때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어두운 밤, 허기진 배를 붙잡고 길을 걸을 때, 일에 시달리다 퇴근을 했지만 여전히 마음은 사무실에 있을 때, 혹은 너무 바쁜 하루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조차 힘들 때, 그럴 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 김밥이다. 그래서 찾아간 이촌동 김밥집. 높은 빌딩도 없고, 인적도 한산하며, 평균 주거 연령도 높은 이촌동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변화를 기꺼워하지 않는 성향 탓인지 가게들은 잘 바뀌지 않고 사람도 이곳을 잘 떠나지 않는다. 아파트 상가 지하 ‘한강초밥’도 바뀌지 않고 여전한 곳이다. 한강초밥을 찾아 아파트 지하로 내려갔다. 눈으로 가게를 찾기도 전에 코가 먼저 반응했다. 고소한 김내음, 시큼한 초의 향기. 굳이 눈으로 길을 찾지 않고 코로 그 냄새의 향방을 찾으면 어느새 한강초밥 앞이었다. 한강초밥은 아주 작은 가게였다. 일하는 사람들은 아낙 몇과 중년 남자 한명이 전부. 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는 오래 전 시골집 대청마루처럼 반질반질 윤이 났다. 저녁 7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는 이 집은 한산했다. 사람들은 이따금 찾아와 포장을 맡겨 놓은 김밥과 유부초밥을 가지고 갔다. 나는 맨 구석 자리에 앉았다. 더운 날 더 땡기는 메밀소바 한강초밥의 메뉴는 간단했다. 우동과 차갑고 뜨거운 메밀소바, 그리고 김밥과 유부초밥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간단한 메뉴로도 사람들 배를 채우기는 충분했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은지 세트 메뉴도 여럿이었다. 면요리와 김밥 유부초밥을 모두 세트로 엮었고, 유뷰초밥과 김밥도 반반 씩 시킬 수 있었다. 우동 면발은 옛날 휴게소에서 먹던 것처럼 툭툭 끊겼다. 면 한 젓가락에 육수를 한 모금 마셨다. 옅은 듯 했지만 달큰한 일식 해물 육수 맛이 이내 입 안을 만족스럽게 채웠다. 더운 날씨 탓인지 메밀소바에 더 쉽게 손이 갔다. 차갑게 서린 육수는 우동...
숯불에 초벌구이구워서 나오는 공평동꼼장어

[정동현·한끼서울] 공평동 꼼장어 구이

◈ 꼼장어 구이-지도에서 보기 ◈ 숯불에 초벌구이 해서 나오는 공평동꼼장어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⑨ 종로구 공평동꼼장어 중간이 없는 나라다. 뭐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 전국에 폭염 경보가 떨어진 날, 멈출 줄 모르는 태양의 기세는 땅을 뜨겁게 달궜다.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은 본인 인격이란 가변적인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런 날 불판 앞에 앉겠다는 생각은 자학과 극기 둘 중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뜨거운 날씨보다 더 필요했던 것은 뜨겁고 매콤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입 속에서 꿈틀댄다면 더욱 좋았다. 그리고 독주 한 잔을 목구멍으로 넘긴다면 더위 따위, 소리 한 번 크게 내지르면 끝나고 말 것 같았다. 종로로 향했다. 이제는 사라진 지번 주소인 공평동에 음식명이 붙으면 이곳 이름이 완성된다. ‘공평동 꼼장어’다. 오피스 빌딩들이 줄을 선 이 곳에 바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다. 날이 선선해지면 백이면 백 줄을 서야 간신히 드럼통 앞 낮은 의자에 엉덩이를 뉘일 수 있다. 그러나 날은 삼복더위, 숯불 앞에 앉아서 꼼장어를 굽겠다는 기백을 가진 이는 많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섰다. 여름에도 줄이 서 있는 공평동꼼장어 그 계산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퇴근 하자마자 간 ‘공평동 꼼장어’에는 우리를 위한 단 하나 자리가 있었다. 우리 뒤로 온 사람들은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듯한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줄을 서야 했다. 사실 이 집에서 꼼장어를 굽는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왜냐하면 모두 다 구워져 나오기 때문이다. 이 모든 메뉴는 안쪽 주방에서 계량이 되어 식당 밖으로 향한다. 그곳에 이 생물을 굽는 사내들이 있다. 얼굴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고 온 몸에서는 땀이 흘렀다. 이 식당 성공 비결이란 이 사내들 땀에서 비롯된다. 저 메뉴들을 일일이 불판 앞에서 굽다보면 시간은 오래 걸리고 수고는 수고대로 들기 마련이다. 술잔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집게를 들고 꼼장어를 뒤척이는 것도 일, 게다가 이런 무더위 속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오늘은 뭘 먹을까?/정동현·한끼서울

[카드뉴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오늘은 뭘 먹을까?” 정동현·한끼서울 * 서울시 시민소통 웹진 에서 대중식당애호가 정동현의 ‘맛있는 한끼, 서울’이 매주 월요일 연재되고 있습니다. # 1 화목순대국 “사위에 장벽처럼 널린 빌딩, 그 사이에 초풀처럼 자라난 식당들, 긴 밤을 보내고 이글거리는 속과 지끈거리는 머리를 얻은 사람들은 상처를 다스리려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 2 화목순대국 “밥을 토렴해서 나오는 이 집 순대국밥은 작은 양철 접시에 담겨 나온다.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 위로 코를 내밀면 특유의 돼지 내장 냄새가 난다”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5일 11 전화: 02-723-8313 예산: 모듬(머리고기 한 접시+순대국) 22,000원 # 3 산불등심 “사람들은 피서철 영동고속도로를 가득 채우듯, 불만을 터뜨리면서 어김없이 점심시간이 되면 줄을 서고 어깨를 부딪혀가며 된장찌개 한 그릇을 기다린다. 이유는 사람들이 영동 고속도로를 타는 이유와 비슷하다. 그 길로 가야 강원도가 나오듯, 산불등심에 가야만 장안에서 손꼽히는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 4 산불등심 “붉은 기가 도는 된징찌개를 하얀 밥 위에 올리고 잘 비벼서 입에 넣은 뒤, 무를 듯 말 듯 속 심이 살아 있는 시큼한 열무김치를 한 입 베어물면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구나’ 싶은 것이다” ■ 위치: 서울시 중구 을지로3길 30 전화: 02-754-7584 예산: 된장찌개 10,000원 # 5 소문난 성수 감자탕 “가죽공방과 구두공방, 차수리소가 군락을 이룬 성수동에 사람 팔뚝만한 돼지 등뼈와 야구공만한 감자,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넣은 것 같은 시래기를 끓인 감자탕집은 홍콩 누아르 영화 속 도박장 만큼이나 필수불가결한 요소 같다” # 6 소문난 성수 감자탕 “돼지 등뼈에는 살이 넉넉하다 못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붙어 있다. 등뼈 사이에 붙은 살을 발라 먹다가 빈정 상할 일은 없다. ‘이것이 섬유질이다’라는 기세로 우적거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