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남윤창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61) 인생 후반전을 잘 사는 법 -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자 글쓰기 필살기 마지막 글이다. 작년 한글날부터 연재했으니 오래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자는 것이다. 백 세 시대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도 60세를 넘기기 힘들다. 적어도 30년 이상을 명함 없이 살아가야 한다. 어디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만으로 사는 세월이 30년 이상이다. 소속되지 않는 삶은 자유이자 재앙 우리는 직장생활 내내 ‘내’가 없는 삶을 산다. 나와 직장은 양립하기 어렵다. 나를 포기한 대신 보수를 받는다. 내가 직장에서 쌓은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직장을 떠나야 한다. 나올 때 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으로 30년 이상을 살아갈 수 있다. 내 것을 갖고 나로서 살아가는 30년은 해방이자 자유이지만, 내 것이 없이 살아가야 하는 30년은 재앙이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살아 있는 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런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원봉사라도 하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닌가.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직장을 나오고 보니 남는 것은 추억과 전문성뿐이다. 직장은 우리에게 이야기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또한 직장에서 얻은 전문성으로 나머지 30년을 살아간다. 돌아보니, 이야기와 전문성이 만들어진 것은 힘들고 어려운 때였다. 내 역량에 부치는 일이 주어지고 내게만 일이 몰리고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나는 성장했다. 순탄하고 일상적인 일에서 배운 것은 없었다. 실수와 실패, 시련과 고난이 나의 경쟁력을 키워줬다. 당시엔 불만이고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것이야말로 직장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맵고 짜고 쓰고 재미있는 이야기 또한 이런 때 만들어졌다. 나중에 책을 쓰면서...
책트리ⓒnews1

그저 놀기만 해도 써지는 글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9) 글과 놀아보자 - 글쓰기를 놀이처럼 글쓰기는 놀이다. 지적인 유희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위징하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진지함에서 벗어나 놀이의 세계로 들어갈 때 문화가 만들어진다.”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 ‘호모 루덴스’라고 규정했다. 글쓰기는 네 가지 놀이 호모 루덴스 개념을 계승한 프랑스 사회학자 로제 카유아는 에서 네 종류 놀이가 있다고 했다. ‘아곤’은 바둑, 장기와 같이 경쟁하는 놀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스스로의 우월성을 나타내고 싶어 한다. ‘알레아’는 윷놀이, 주사위놀이와 같이 우연과 운에 좌우되는 놀이다. 이를 통해 운명을 시험한다. ‘미미크리’는 소꿉장난, 연극놀이와 같은 모방과 재현 놀이다. 이를 통해 역할을 대행해 본다. ‘일린크스’는 그네타기, 회전목마 등과 같이 아찔함을 즐기는 놀이다. 이를 통해 짜릿함을 경험한다. 글쓰기는 이 모두를 포괄한다. 표현을 통해 유능함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창의성과 운을 시험하며, 역할을 대신 해보고, 짜릿함을 체험한다. 글쓰기는 남의 글과, 혹은 자신이 이전에 써놓은 글과 경쟁하는 놀이다. 글쓰기는 아이들 블록 쌓기와 같이 운이 좌우하는 놀이다. 글쓰기는 누군가 써놓은 글을 모방하고 패러디하는 놀이다. 글쓰기는 막막함과 후련함 사이를 오가는 놀이다. 놀면 써진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친구가 놀자고 했는데, 공부하려고 안 논다고 한 적이 꽤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늘 후회했다. 놀기라도 할 걸. 글쓰기 시작하면서부턴 이런 후회를 안 한다. 그냥 노니까. 원고 마감을 앞두고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나간다. 지하철 타고 오가는 중에 반드시 쓸거리가 생각난다. 교회 가기 싫어 글 써야겠다고 핑계 대다 아내 성화에 못 이겨 끌려 나간다. 목사님 설교말씀을 들으며 집에 있었으면 근처에도 못할 여러 글감이 떠올랐다. 새벽에 글 쓰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아들이 산책가자 해서 마지...
야경ⓒ이종원

곧장 해봄직한 글쓰기 방법 다섯 가지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8) 글재주 없는 사람이 찾아낸 궁여지책 글쓰기가 힘들어 이것저것 시도해봤다. 그렇게 찾아낸 다섯 가지 방법이다. 하브루타 글쓰기 하브루타는 유대인 교육방법으로 유명하다. 학생 둘이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으로, 공부하는 방식이다. 글을 쓰기가 막막하거나, 쓰다가 막히면 친구나 상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눠보자. 내가 말을 하면서 답을 찾는다. 친구나 상사의 말을 들으며 답이 떠오른다.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생각이 난다. 말을 하고 말을 들으면 글쓰기가 수월해진다. 단계적 글쓰기 글쓰기는 복합노동이다. 쓸거리를 찾으면서 거기에 맞는 단어를 고르고, 논리적인 구성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독자들의 지적질까지 염려하면서 쓴다.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한 가지만 하기도 힘든데 여러 일을 동시에 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뇌는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어렵다. 분리해야 한다. 쓸거리를 찾을 때에는 쓸거리만 찾고, 찾아놓은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 때에는 또 그것만 생각해야 한다. 일단 생각나는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놓고 더 좋은 단어가 있는지는 그 다음에 따로 생각해야 한다. 모든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구성하는 일 역시 별도로 해야 한다. 생각하기, 쓰기, 구성하기, 고치기를 분리해서 순차적으로 작업하면 그나마 수월하다. 생각하면서 독자까지 의식하면, 생각과 독자가 충돌한다. 독자는 생각이 나오는 것을 방해한다. 생각 쏟아내기 – 문장 만들기 - 더 적절한 단어로 바꾸기 – 문장 순서를 배열하기 - 독자 입장에서 읽어보기 등 단계별로 써야 한다. 나는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다. 밀당 글쓰기 글쓰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쓸거리가 생기는 만큼 쓰는 밀어내기 방식과, 필요한 글의 수요에 맞춰 쓰는 당기기 방식이다. 전자는 쓰고 싶은 때 쓸 수 있는 만큼 쓰는 식이다. 후자는 써야 할 때 써야 하는 만큼 쓰는 방식이다. 전...
숲ⓒ마재석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할 것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7) 눈에 그려지듯 써라 - 글과 그림의 상관관계 미국 언론인이자 퓰리처상의 장본인 조지프 퓰리처는 이렇게 말했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할 것이다.” 그의 말대로 눈에 그려지듯 쓰면 잘 읽힌다. 크로키와 데생 훈련 글이나 그림이나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는 없다. 가장 특징적인 장면이나 성격을 그려내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덜어내고, 남은 부분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글쓰기 분야는 많다. 기사, 보고서, 블로그의 제목 뽑기, ​표어나 슬로건 작성, ​광고 카피 만들기 등. 그림으로 치면, 크로키와 같다. 그림의 데생훈련 같은 것도 있다. 묘사와 기록이다. 본 그대로를 묘사하거나, 일어난 일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하는 글쓰기로 출발해 느낌과 해석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실대로,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출구 찾기 깜깜한 방에서 출구를 찾아 더듬더듬 미로를 헤매는 것이 글쓰기다. 저 멀리 보이는 한 줄기 빛을 향해 좌충우돌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과정이다. 처음엔 막막하고 글과 데면데면 하다가 한참 동안 글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글의 윤곽이 잡히고 전체적인 그림이 완성된다. 그것은 마치 중고교 다닐 적, 문제집 여러 권을 풀었을 때 전체가 한 장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경험이고, 글쓰기는 누가 더 빠르고 그럴싸하게 완성된 그림을 그리느냐의 승부다. 퍼즐 맞추듯 그림 퍼즐 맞추듯 글쓰기를 시작하자. 그림으로 채워야할 광활한 판때기를 보면 얼마나 막막한가. 백지의 공포다. 퍼즐 조각은 두서없는 생각, 즉 글감이다. 우선 비슷한 색깔의 퍼즐 조각을 분류해서 모은다. 퍼즐 그림을 그릴 때 이웃해 있을 확률이 높은 덩어리별로 모으는 것이다. 글감의 클러스트화 작업이다. 글에서는 한 문단에 놓일 것들이다. 이제 그림판에 퍼즐 조각을 배치할 차례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은가. 모...
가을ⓒ이택근

글 쓰고 싶게 하는 8가지 방법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6)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법 끊임없이 밀어넣기 배출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보고, 읽고, 듣고, 느낀다. 이런 상태에서는 안에 놓아두는 것보다 배설하는 게 훨씬 편안하다. 아직 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내 안에 더 채울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채우는 게 먼저다. 채우면 쏟아내게 돼 있다. 소설가 안정효 씨는 말했다. “책에서 얻은 지식과 감동의 찌꺼기를 어떤 방법으로든 배설하고 소진시키지 않으면 안됐다. 그래서 썼다. 밤낮으로 썼다. 정말로 행복했다.” 정서적으로 감응하기 감정이 복받쳐 간절하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어떤가. 가슴이 체한 것처럼 싸하고, 기분이 왜 좋은지 몰라 생각해 보니 그 사람 때문이란 걸 알았을 때 그에게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긴다.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머리끝까지 치솟은 분노를 쏟아내지 못하면 터질 것 같을 때 우리는 쓴다. 불의를 목격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댓글이라도 달고 벽에 낙서라도 하고 싶다. 간절히 뉘우치거나 원하는 게 있을 때도 그렇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엄마에게 불효를 뉘우치는 편지를 쓰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괴로울 때도 펜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뇌는 논리적 사고보다 정서적 자극에 더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생각 쌓기 매일 한 가지씩 생각을 쌓아나간다. 누군가 ‘이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뭐라 대답할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출퇴근이나 산책 등 하루 일과 중 5분, 10분 시간을 낸다.아무것이나 생각할 대상을 정해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각한다. 생각한 결과는 어딘가에 기록해둔다. 이렇게 해서 생각이 쌓이면 글을 안 쓰고 버티기도 힘들다. 어휘와 놀기 어휘와 노는 것에 재미를 붙인다. 이때 어휘란 단어, 개념을 포괄한다. 글은 단어와 개념으로 쓴다. 개념이 ...
화일ⓒ강소라

글이 곧 그 사람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5) 잘 살아야 잘 쓴다 - 진정성 있는 글의 조건 글을 왜 쓰는가?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논리이다. 흔히 설득력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그럴싸한 것이다. 개연성이 있고 납득이 되는 것이다. 논리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정의, 비교, 대조, 구분, 예시, 인용, 비유 등을 사용한다. 이런 도구를 동원해서 논리를 만든다. 두 번째는,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다. 내 글을 읽고 분노하게 할 것인지, 슬프게 할 것인지, 웃게 할 것인지, 그립게 할 것인지 등등. 또한 내 글을 읽은 사람을 어떤 상태로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다. 사랑하고 싶게 만들 것인지, 먹고 싶게 만들 것인지, 읽고 싶게 만들 것인지, 떠나고 싶게 만들 것인지 등등. 어떤 느낌을 들게 하고, 어떤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느낌에 빠져들고 그 상태에 들어가야 한다.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글을 쓰는 사람 자체가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보낸 편지에는 누구나 빠져든다. 시한부 암 선고를 받은 엄마가 다섯 살 배기 딸에게 쓴 글은 모두를 감동시킨다. 바로 진정성이다. ‘공사다망하신 가운데’ (초청장) ‘엄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기소개서) ‘새해에는 뜻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고’ (연하장) ‘부족한 저에게 주는 채찍으로 알고’ (수상 소감) ‘예습복습 열심히 하고 학교 공부에 충실했다.’ (수석합격 비결) 진정성이 느껴지는가.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이해가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용이성이다. 쉬우면 이해가 된다. 납득이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개연성이다. 그럴 듯하면 납득이 된다. 설득이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거짓이 없고 바르면 설득이 된다. 감동이 되는 글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으면 감동...
지난 5일,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뉴시스

생각 없는 리더, 말 못하는 참모

지난 5일,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농단을 규탄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4) 최순실 사태가 남겨준 선물 남의 말을 알아듣는 이해력, 남의 글을 알아먹는 독해력은 소통의 기본이다. 그런 기본이 없는 사람이 말하기와 글쓰기를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적 동물’로서 준비가 덜 된 것이다. 이해력과 독해력은 배경과 맥락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은 스스로 경험하거나 절실하게 느껴본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는 다 안다고 웅변한들 결코 알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지도자를 두고 있는 백성은 불행하다. 그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 시기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지난해 6월, 블로그에 쓴 글이다. 대통령의 소통 수준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껴, ‘지도자가 말과 글을 못 알아먹는 것은 재앙이다’는 제목으로 썼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네 덕목 지도자는 네 가지 덕목을 갖춰야 한다. 첫째,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판단력이 없는 사람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 둘째, 본 것을 설명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식견이 있으나 아는 것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나눌 수 없다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셋째,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사랑해야 한다. 식견과 소통능력이 있어도 사랑이 없으면 공동체를 위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 재물에 초연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갖췄어도 돈에 눈이 멀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다. 필자의 말이 아니다. 투키디데스가 쓴 에 나오는, 페리클레스의 말이다. 페리클레스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 내전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아테네 영웅이다. 지도자의 두 번째 조건이 눈길을 끈다.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없는 것이다. 식견이 있을 리 없다. 생각 없는 지도자는 아무리 공동체를 사랑하고 재물에 초연해도 그 구성원을 망하는 길로 이끌 뿐이다 리더 역할은 의사결정...
동상ⓒ뉴시스

글쓰기에 필요한 다섯 가지 용기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3) 양심을 지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을 쓰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첫 줄을 쓰는 용기,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쓴 글을 남에게 내보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술 마시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사랑을 고백하고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일도 용기가 없으면 어렵다. 글쓰기에 필요한 용기를 정리해 봤다. 첫째,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다. ‘양파이론’이라고도 불리는 ‘사회적 침투이론’이 있다. 심리학자 어윈 올트먼(Irwin Altman)과 달마스 테일러(Dalmas Taylor)가 주장한 인간관계 이론이다. 내용은 상식적이다.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느냐가 관계 발전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을 많이 드러낼수록 상대는 호감을 나타낸다. 글쓰기가 힘들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나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는가. 발가벗을 용기가 있는가. 나의 치부까지 까발릴 수 있는가. 그랬을 때 독자도 마음을 연다. 독자와 친해질 수 있다. 친해지면 공감한다. 감동까지 가능하다. 사람들은 약점과 단점을 얘기할 때 환호한다. 나의 허세, 비겁함, 표리부동함, 헛된 욕심을 직시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글은 솔직하기만 해도 좋은 글이다. 두 번째, 회피하지 않고 맞서는 용기다.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 쓰기 전이 가장 힘들다. 막상 쓰기 시작하면 불안감이 잦아든다. 세 번째, 버리는 용기다. 글을 쓰다 보면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버리기 아깝다. 어느 것은 쓰고 어느 것은 버려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고 경계가 불확실하다. 많은 경우 글의 성패가 여기서 갈린다. 적절한 지점에서 추가하는 것을 멈추고 버려야 한다. 다 넣으려고 욕심 부리면 망한다. 여러 개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 때로는 내 살을 갈기갈기 찢고 도려내는 결단을 해야 한다. 글쓰기는 그런 용기를 요구한다. 네 번째...
도서ⓒnews1

밥 딜런의 노벨상 수상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2) 쇼핑, 축구, 노래에서 배우는 글쓰기 세상만사는 닮아 있다. 원리가 같다.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주변의 모든 것이 글쓰기로 재해석된다. 이런 사람은 무엇에서든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 쇼핑과 글쓰기 글쓰기는 주제를 고르고 소재를 고르고 표현을 고르고 단어를 고르는 과정이다. 일종의 쇼핑이다. 그런데 왜 물건 사는 쇼핑과 달리 재미있지 않을까. 돈이 없으면 물건 사는 쇼핑도 재미없다. 글 쓰는 밑천이 없으면 글 쓰는 게 괴롭다. 쇼핑도 아내나 남편 눈치 보는 그것은 재밌지 않다. 독자를 과도하게 의식하면 글쓰기도 힘들다. 비싼 걸 턱턱 사는 사람과 비교하면 쇼핑하는 자신이 초라하다. 남의 글과 비교하면 글쓰기가 재밌지 않다. 쇼핑하러 돌아다니는 것은 육체적으로 힘들다. 글도 체력이 좋아야 즐겁게 쓸 수 있다. 쇼핑은 여성이 잘한다. 원시시대, 남성이 사냥할 때 여성은 채집했다. 채집을 위해 관찰했다. 채집 나가 동네 여성들과 수다 떨었다. 채집이 쇼핑이다. 여성은 글 잘 쓰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축구와 글쓰기 축구경기를 보면서 늘 확인한다. 글쓰기가 착상-구성-표현의 과정이라면 축구도 작전-드리블과 패스-슛의 과정이다. 축구에서도 슛이 중요하듯이 글쓰기도 결국은 표현, 즉 쓰는 것이다. 수많은 골인이 있지만 똑같은 패턴을 거쳐 들어가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글도 결론은 같을지언정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단 하나도 같은 게 없다. 축구가 처음 시작 5분의 기선 제압이 필요하듯이, 글도 첫 시작을 먹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축구는 선수들이 지쳐 있는 마지막 추가 시간에서 승부가 많이 갈린다. 글쓰기 승부처도 마지막 끝맺음이다. 축구에서 현란한 개인기는 글쓰기의 느끼는 수사와 같다. 잘하는 팀은 몇 번의 패스로 깔끔하게 공을 문전까지 보낸다. 잘 쓴 글도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축구 못하는 팀이 우왕좌왕하듯, 못 쓴 글은 중언부언한다. 세계적인 선수는 슛이나...
독서ⓒ뉴시스

글은 장소 투정을 한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1) 장소에 따라 써지기도 안 써지기도 하는 글 글은 장소를 가린다. 집에서 안 써지던 글이 카페에선 술술 써진다. 회사 사무실에서 온종일 엉켜 있던 글이 퇴근길 지하철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서 시간과 함께 장소 선정이 중요하다. 장소가 글을 부른다. 글이 좋아하는 자기만의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 공간에 자신을 자주 노출해야 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던 구양수. 그는 세 군데에서 좋은 생각이 나고 글이 잘 써진다고 했다. 말 위, 침상 위, 화장실 변기 위이다.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은 이런 비밀장소가 있다. 또한 그런 장소가 있는 사람이 글을 잘 쓸 수 있다. 장소 선정 중요 세계적인 소설가들의 인터뷰를 모아 펴낸 을 보면 작가마다 글을 쓰는 특정한 장소가 있다. 누구는 술집에서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메모지에 쓰면 글이 술술 써진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다락방에 가면 자기 몸이 글 쓰는 모드로 전환한다고 한다. 누구는 새벽 침대 위에서 잘 써지고, 또 누군가는 골방에 들어가면 몸이 글 쓰는 모드로 바뀐다고 한다. 어디든 좋다. 그곳에 가면 왠지 글이 잘 써질 것 같은 자기만의 장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글 쓰는 장소를 만들어놓으면, 그 장소에서는 뇌가 으레 글을 써야 하는 걸로 알고 순응한다. 나는 지하철에 가면 생각이 잘 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나는 버스를 타면 불안하다. 도로가 정체되면 배가 아프기 시작한다. 지하철은 막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역마다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편안하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을 타면 마음이 편안하고 상념에 잠긴다. 뇌에 그런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멍 때리는 모드에 들어가면 누구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온전히 생각에 빠져든다. 완벽한 집중과 몰입이 이뤄진다. 내릴 곳을 지나치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때 글 소재를 하나씩 얻기도 한다. 글 쓸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