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옛집

우리동네 산책의 재발견…간송옛집~김수영문학관

서울 도봉구 시루봉로 15길에 위치한 마을 극장 '흰 고무신' ⓒ강사랑 매일 걷는 동네 골목길. 그 위에 서 있는 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트에 가거나 가까운 카페로 마실을 가거나 아니면 가볍게 산책하면서 바람이나 쐬거나. 다소 후줄근한 차림에 피곤에 쩔은 상태여도 괜찮다. 여기는 우리 동네니까. 오늘도 여지없이, 별다른 이유 없이, 습관처럼 방학동 우리동네를 한바퀴 돌아본다. 집에서부터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하얗고 독특한 외관의 작은 건물이 보인다. 작년에 개관한 마을극장 '흰 고무신'이다. 이곳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큰 이바지를 한 수안 계훈제 선생이 살아생전 거주했던 집터다.  한때 방학2동 공영주차장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도봉구청이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2018년에 개관해 마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사랑 기초 공사부터 완공된 모습까지 전 과정을 빠짐없이 지켜본 동네 주민으로서 한마디 말하자면, "정말 잘했다!" 아직 개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섣불리 말할 수는 없지만, 동네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흰 고무신'이란 이름은 계훈제 선생이 살아생전 고집했던 소박한 옷차림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을 극장 터가 원래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이었습니다. 여기 이 공연장 자리가 거실이었고요. 이 자리에서 아버지와 티브이를 보면서 얘기하던 장소였는데 이제는 주민분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하니 아버지도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계훈제 선생님 유족 인터뷰 중) 은행나무 길 ⓒ강사랑 마을 극장을 뒤로하고 인근에 있는 방학 초등학교 방향으로 걸어간다. 이곳은 시월이 되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이 된다. 그때에는 땅에 떨어져 나뒹구는 마른 은행나무잎들도, 분주히 빗질을 하는 미화원도, 괜스레 즐거워하며 등하교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꼭 가을이 아니어도 사계절 산책하기에 좋은 고즈넉한 길이다....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가옥 전경

일상에서 살짝 벗어나니 고즈넉한 옛집이 눈 앞에

아담하면서도 고즈넉한 가옥 전경 정명섭의 서울 재발견 (32) 간송옛집 간송 전형필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에 맞서 우리의 문화재를 지킨 인물이다. 막대한 재산을 써서 하마터면 일본에 빼앗길 뻔했던 수많은 문화재들을 지켜냈다. 그가 지켜낸 문화재들은 간송미술관에 잘 보존되어 있다. 도봉구 방학동에는 이런 간송 전형필의 흔적이 남아있는 ‘간송옛집’이 보존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조금 걸으면 간송옛집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잘 가꿔진 화단과 야트막한 담장 너머에는 사랑채처럼 보이는 한옥 한 채가 있다. 이곳은 간송 전형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 전명기가 인근의 농장과 경기도 북부와 황해도의 농지에서 얻은 소출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대략 120여 년 전에 지어진 한옥이라 유리를 사용하는 등 근대와 접해있는 도시형 한옥이다. 이곳에는 옥정연재(玉井研齋)라는 이름의 현판이 붙어있는데 ‘우물에서 퍼 올린 구슬 같은 맑은 물로 먹을 갈아서 글씨를 쓰는 집’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뜰 한쪽에는 옥정이라는 이름의 우물터가 남아있다. 아버지와 연관이 있던 이곳에 간송옛집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다소 슬픈 사연이 깃들어있다. 종로에 있던 간송 전형필의 생가가 철거되고 거기서 나온 자재를 가지고 한국전쟁 때 파손되었던 이곳을 수리해서 간송 전형필과 아버지 전명기의 제사를 지내는 재실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현재의 형태로 보수를 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등록문화재 제521호로 지정되어 보존 중이다. 간송옛집 밤 풍경 일상의 장소에서 몇 발자국 살짝 벗어난 장소에서 만난 간송옛집은 고즈넉했다. 내부에서 음악회나 전시회가 종종 열리는 것 같았지만 평소에는 그냥 나 같이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만 간간히 도달하는 것 같았다. 집 자체는 굉장히 작아서 잠깐 돌아볼 수 있다. 뒷문으로 나가면 궁궐에서나 볼 법한 벽돌로 만든 커다란 굴뚝이 보인다....
간송옛집 밤 풍경 ⓒ김영옥

우물물로 먹을 갈아 글씨를 쓰는 집, 간송옛집

간송옛집 밤 풍경 ‘문화독립투사’로 불리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 지켜낸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 전시(展示)가 봄과 가을로 약 10여 일 간 열릴 때면 성북동 간송미술관 앞엔 긴 줄이 성북초등학교를 지나 대로변까지 생기곤 했었다. 그 긴 줄에 합류해 기다림 끝에 전시 장소에서 만나던 국보와 보물들의 감동은 긴 기다림의 불편함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2014년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이 상설로 열리기 전까지 국보급 문화재들을 만나기 위해선 통과의례처럼 ‘긴 기다림과 설렘’을 동반한 그 같은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간송옛집 개관 1주년을 맞아 간송옛집을 찾은 시민들 주민들과 함께 했던 간송옛집의 지난 1년을 담아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개관 1주년 기념행사 소식에 도봉구 방학동 ‘간송 전형필가옥’을 찾았다. 늘 그랬듯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마당엔 사람들로 가득했다. 깔끔하게 단장된 한옥엔 불이 밝혀지고 대청과 누마루엔 청사초롱도 걸렸다. 마당 가장자리로는 사진 속 간송 선생의 모습이 가득했고 일제강점기 우리의 민족문화유산이 이국땅을 떠도는 비극을 막기 위해 사재를 들여 적극적으로 매입한 훈민정음 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문병, 추사 김정희의 글씨,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들, 국보급 고려청자와 불상 등 많은 국보급 문화재들이 사진 속에 담겨 있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지켜낸 국보급 문화재 사진 전시 간송가옥 안에서는 간송 전형필 선생과 그가 지켜낸 문화재 관련 영상이 상영 중이었고, 간송가의 종부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3호인 김은영 매듭장의 품격 있는 매듭 작품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다. 바깥마당엔 간송가옥이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1년을 보낸 결과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탁본과 다도, 한지와 비즈공예, 북아트 등 ‘간송서당’에서 진행된 아이들의 작품과 고택의 앞뜰과 뒤뜰에서 진행된 야생화 가꾸기와 압화판 만들기, 세밀화 그리기, 꽃누리미 수업,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