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출세가 나의 삶을 지배할 때…

방송작가 최경의 (51) 대한민국 출세이야기 1 최고의 학벌과 이른바 ‘사’자가 붙은 직업과 수십억, 수백억의 재산가, 거기에 쥐락펴락하는 권력까지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부러운데 모든 것을 거머쥐고 있는 그들은 분명 최고 중에 최고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집단 기억상실증에 실어증에 걸려 만인이 보는 청문회 자리에서 눈만 꿈뻑거리며 기껏 하는 말이라고는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보니 착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지금 울화를 부르는 대상이 됐다. 권력을 누리며 호령하던 그들이 이제 와 면피하기 바쁜 비겁하고 치졸한 모습인 걸 보면, 머리 좋고 모범생이고 좋은 직업과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뭘 하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이 출세를 한 사람들의 속성인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비겁해지면 세상 살기 편해진다는 걸, 그들은 출세 길에서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야 하고, ‘사’자 붙은 사람이 돼야 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집안의 영광이며 행복의 길이 열린다고 얘기할 명분이 없어져 버렸다. 적어도 요즘, 출세한 사람들의 모습은 그렇게 실망스럽다. ‘출세’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인의 ‘출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내린 ‘출세’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이 세상의 부름을 받고 나와, 만인을 위해 봉사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지도자에 따라 역사의 물길은 달라져왔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행복감은 하늘과 땅을 오간다. 출세한 사람들은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고 사람들의 행복감을 쥐고 흔드는 사람이 된다. 때문에 우리는 리더의 가치관과 태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리더의 내면보다 혈연, 지연과 같은 배...

[여행스토리 호호] 방학에는 키즈 카페 대신 여기!

팀랩월드에서 본인이 그린 그림을 찾아 사진 찍는 어린이 호호의 유쾌한 여행 (24) 아이랑 서울 문화 여행 12월이 되면,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즐거워합니다. 엄마들은 곧 다가올 겨울 방학을 생각하며 심란합니다. 여름이 되면 수영장, 계곡, 산으로 떠나지만 추운 겨울에는 갈 곳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실내가 정답. 겨울 방학 내내 키즈 카페를 전전하며 다닐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벌써부터 답답해집니다. 뻔한 키즈카페 대신, 아이도 즐겁고 엄마도 즐거울 수 있는 두 곳을 엄선했습니다. 한 곳에서는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들어낸 존재가 진짜 살아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다른 한 곳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엄마, 집에 가자.”라는 말 대신, “엄마, 여기에 함께 와줘서 고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완벽한 성공입니다. 작은 카메라를 아이 목에 하나 걸어주면 아이와 함께 좀 더 의미 있는 서울 문화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환상적인 비주얼 아트 세계, 팀랩월드 팀랩월드는 2016년 8월부터 시작된 상설 전시입니다. 오픈한 지 얼마 않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유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어린이들, 이색적인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연인들에게 추천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세련된 디지털 아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장소의 이름인 팀랩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예술가가 모여 결성한 디지털 아트 그룹을 뜻합니다. 팀랩월드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캄캄합니다. 겁을 내는 아이와 손을 꼭 잡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이가 팀랩월드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공간은 스케치 아쿠아리움입니다. 상어, 거북이, 물고기, 해파리를 직접 색칠합니다. 평소에 색칠하기를 귀찮아하던 아이가 제일 열심히 색칠하고, 이름도 척척 씁니다. 아이가 색칠한 예쁜 물고기들은 스캔되어 이내 바닷속 세상에서 둥둥 떠다닙니다. 먹이 주머니를 직접 먹기...

연말모임 준비는 ‘마을무지개’처럼 가치 있게~

은평구 사회적경제 허브센터 송년회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렇게까지 장사가 안 되는 건 처음이에요.” “임대료는 무슨, 관리비도 못 낼 판이구먼” 그야말로 전례 없는 최악의 불경기라고들 하는데, 이럴 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소셜벤처와 같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더욱 어렵다. 이익보다는 사람을,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무한경쟁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은평구 마을기업 ‘마을무지개’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덤으로 알뜰하게 송년 모임을 준비하는 요령도 얻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파티와 연말모임은 다문화 음식으로 알뜰하고 특색 있게 아일랜드형 식탁 위엔 쌀국수, 숙주, 고추, 양파, 파, 고수 등이 담긴 접시들이 놓여 있고, 대형 냄비엔 쌀국수 국물이 끓고 있다. 다른 쪽에는 춘권 튀김, 과일, 각종 샐러드용 채소, 소스 등이 차례로 놓여 있고, 또 다른 냄비에는 감자 양송이 수프가, 다른 냄비에는 나시고랭이 담겨 있다. 지난 13일, 은평구 사회적경제 허브센터에서 열린 송년회에서는 다문화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베트남 대표 음식인 쌀국수까지도 각자 취향에 맞게 재료를 골라 담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문득, 곧 있을 크리스마스 파티와 송년 모임도 이런 식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야 송년모임 하면 적당한 음식점에서 했지만, 요즘은 가정이나 특별한 장소에서 포트럭파티나 홈파티로 알뜰하고 특색 있게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이국적인 메뉴로 골라 뷔페식으로 한다면 파티 분위기도 제대로 내고, 준비 부담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듯싶다. 사회적경제 허브센터 송년회에선 다문화 음식들을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마을무지개’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음식은 누가 준비한 것일까? 이색적인 다문화 요리로 송년 음식을 준비한 곳은 다름 아닌 은평구 지역 마을기업인 ‘마을무지개’다. 마...

자기만의 문체를 가지려면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60) 문체가 곧 그 사람이다 왜 아내는 내차를 타면 불안해할까 나는 1986년부터 운전을 했다. 아내는 운전한 지 갓 3년차다. 술 마신 날,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면 왠지 불안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내도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이 운전을 할 줄 알기 전까지는 내가 운전하는 차에 타면 편안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내에게 자신만의 운전 패턴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차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브레이크를 밟고, 좌회전, 우회전 할 때는 어느 각도로 돌며, 주행속도는 얼마를 유지하는지. 내 감으론 이 정도에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대로 가니 발에 힘이 들어간다. 차선에 바짝 붙여 회전을 하니 중앙선을 넘을까 불안하다. 속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뭔가 안 맞는 것이다. 그래서 불편하다. 글도 그렇다. 자기만의 패턴이 있다. 자기 패턴과 비슷한 사람의 글은 술술 읽힌다. 그렇지 않으면 삐걱대고 턱턱 걸린다. 각자의 패턴과 취향이 있으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그래도 보다 많은 사람에게 편안하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아내가 내 차를 탔을 때 불안해한다면 내 운전습관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구어체와 문어체, 어느 것이 답인가요? 술자리에서 논쟁이 붙었다. 구어체인가, 문어체인가. 난 구어체 편이다. 왜? 그것이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쉬우니까. 알아먹어야 하는 게 글이니까. 나는 ‘하였습니다’ 보다는 ‘했습니다’가 낫다. 제목을 붙일 때도 ‘한국 경제 전망’ 보다는 ‘ 한국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좋다. 문어체를 선호하는 측은 이렇게 말한다. 구어체는 부박하다. 경솔하고 천박하다. 글이 아니라 말에 가깝다. 함축이 없고 심오함이 없다. 배설에 불과하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래서 뭐? 여섯 가지 문체를 기억하나요? 조선 정조 때, 연암 박지원의 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정조는 연암의 새로운 문체를 불순한 잡문으로 규정하고 전통적인 고문으로 바로...

이름이 다섯 개인 남자친구의 비밀

방송작가 최경의 (50) 남자친구의 비밀 독신주의자였던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손님으로 온 K와 친해지게 됐다. 훤칠한 외모와 친절한 말투 그리고 다정다감한 성격까지 남자는 그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먼저 고백을 했고 두 사람은 몇 달 동안 불타는 연애를 했다. 그리고 결혼약속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단, 부동산 투자 사업을 하던 남자친구 K가 급작스럽게 돈줄이 막히는 일이 잦아지고 있었던 것만 빼고는. K는 그녀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몇 백만 원씩 돈을 빌리기 시작했고, 결혼할 사이였기에 그녀는 대출을 받아서 야금야금 그가 알려주는 통장으로 돈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K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뒤늦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그녀는 남자친구 K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남자친구의 사진과 함께 찾는다는 글을 올리자, 몇몇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며 쪽지를 보내왔다. K가 쓰는 이름만도 다섯 개, 학력과 직업, 형제관계며 집안 사정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달랐다. K는 같은 수법으로 여러 명의 여성들을 울렸다고 했다. 남자친구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순진하게 믿었던 그녀, 한편으로는 배신감과 분노가 치밀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K가 그동안 보여줬던 다정한 모습과 따뜻한 말들에 그래도 진심은 있었을 것이라 믿고 싶었다. 남자의 정확한 실체를 알고 싶어 그녀는 K의 고향을 찾아가 그를 안다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만난 사람은 술집 마담이었다. “손이 큰 손님이었어요. 하룻밤에 최고급 양주 3병을 시킬 정도였죠. 젊은 남자가 팁도 듬뿍듬뿍 줘서 다 좋아했어요. 이 정도로 돈을 잘 쓰는 남자면 대충 뭐하는 사람인지 소문이 나거든요. 재벌 2세라든가, 큰 사업을 한다든가 뭔가 소문이 돌기 마련인데 그 손님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좀 이상하긴 했죠.”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과 데이트를 할 때 K는 기사식당을 찾아다니며 밥을 먹을 정도로 짠돌이였기 때문이다....

[여행스토리 호호] 피로가 스스르~ 겨울 온천 여행

호호의 유쾌한 여행 (23) 골라서 즐기는 충청남도 아산 온천여행 충청남도 아산시에는 아산 역, 배방 역, 온양온천 역, 신창 역 등 4개의 전철역이 있습니다. 문을 열면서 인구 30만명 시대를 열었다. KTX가 정차하는 천안아산 역까지 위치하고 있으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1~2시간 안이면 손쉽게 닿을 수 있다. 충청남도 아산은 KTX 역과 수도권 전철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도시 규모도 훌쩍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온천여행지라는 명성입니다. 아산은 하나의 행정구역 안에 무려 3곳의 온천마을을 품고 있습니다. 60년대 신혼여행지의 대표주자로 지금도 명성을 이어오는 온양온천을 비롯해 아산, 도고도 같은 고장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온천마을과 새로운 온천마을까지 합쳐져 다양한 온천욕이 가능합니다. 전형적인 대중탕에서부터 잘 갖춰진 온천 리조트까지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기는 것이 가능한 전천후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아산에는 온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500년 역사의 외암민속마을은 고즈넉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현충사는 영화 ‘명량’으로 더욱 주목 받는 이순신 장군이 만들어지고 모셔진 곳입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가 되었던 아름다운 공세리 성당과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 인상적인 천년비손길 등 문화, 역사, 자연적 매력도 풍부합니다. 낮에는 가볍게 역사 문화적 여행지를 누비고 해가 한 거름 내려앉을 무렵이 되면 따뜻하게 온천욕을 즐깁니다. 얼굴은 차갑게 몸은 뜨겁게 겨울이라 더욱 매력있는 노천온천욕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산은 겨울에 더 즐거운 여행지입니다. 1300년 역사, 왕의 휴양지 온양 온천 아산의 대표 온천은 역시 온양온천입니다. 온양온천은 지질이 쥬라기 및 백악기 화강암류로 되어 있으며 용출되는 온천수의 수온이 37.8~54.9℃ 내외의 고열 온천입니다. 알카리성으로 실리카 성분 등을 함유하여 수...

소소하지만 따뜻하게 마음 전하는 법

연말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예술 플리마켓 `크리스마스마켓` 현장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2) 세종예술시장 소소 ‘크리스마스마켓’에서 어느 해보다 따뜻한 위로와 나눔이 필요한 연말이다. 대통령을 둘러싼 추문들이 이어지며 배신감과 분노로 절망했고, 주머니는 더욱 얇아졌다. 이럴 땐 따뜻한 말 한마디, 마음을 담은 작은 정성이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크리스마스마켓’에서 혹독한 연말을 따뜻하게 녹여줄 선물을 찾아보았다. 오감이 즐거운 예술시장 지난 7일과 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서는 ‘세종예술시장 소소’의 특별한 예술시장이 열렸다. ‘세종예술시장 소소’는 봄가을, 둘째·넷째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뒤뜰 예술정원에서 열리는 예술 플리마켓인데, 연말 시즌에 맞춰 크리스마스마켓을 선보인 것이다. 재즈, 클래식, 인디음악 등의 다양한 공연들이 귀를 즐겁게 하고, 빨간 풍선 아래 개성 있는 예술 상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소규모 창작집단이나 1인 창작자들이 만든 사진, 회화, 일러스트 등의 디자인 소품이나 수공예품, 독립출판물들…, 그야말로 예술시장만의 독특한 생활예술 소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벼룩시장 외에 재즈, 클래식, 인디음악 등 다양한 공연도 함께 열렸다. “이건 감정 다이어리예요. 9개의 감정 캐릭터로 자기 감정을 체크하고, 감정 그래프로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감정 일기도 쓸 수 있게 되어 있죠.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들고, 뭘 채우면 이 감정이 사라질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써보는 일기장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컴퍼니’ 이남희 씨는 스트레스를 즐겁게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상품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분노캔들과 다이어리 상품들 이날 마켓에는 감정 다이어리 종류는 물론, 감정 카드나 자석, 감정 양말, 분노캔들과 같은 개성 있는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분노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시기라 그런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시민들이 많은 인기 부...

그저 놀기만 해도 써지는 글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59) 글과 놀아보자 - 글쓰기를 놀이처럼 글쓰기는 놀이다. 지적인 유희다. 네덜란드 역사가 요한 호위징하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진지함에서 벗어나 놀이의 세계로 들어갈 때 문화가 만들어진다.”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 ‘호모 루덴스’라고 규정했다. 글쓰기는 네 가지 놀이 호모 루덴스 개념을 계승한 프랑스 사회학자 로제 카유아는 에서 네 종류 놀이가 있다고 했다. ‘아곤’은 바둑, 장기와 같이 경쟁하는 놀이다. 이를 통해 인간은 스스로의 우월성을 나타내고 싶어 한다. ‘알레아’는 윷놀이, 주사위놀이와 같이 우연과 운에 좌우되는 놀이다. 이를 통해 운명을 시험한다. ‘미미크리’는 소꿉장난, 연극놀이와 같은 모방과 재현 놀이다. 이를 통해 역할을 대행해 본다. ‘일린크스’는 그네타기, 회전목마 등과 같이 아찔함을 즐기는 놀이다. 이를 통해 짜릿함을 경험한다. 글쓰기는 이 모두를 포괄한다. 표현을 통해 유능함을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자신의 창의성과 운을 시험하며, 역할을 대신 해보고, 짜릿함을 체험한다. 글쓰기는 남의 글과, 혹은 자신이 이전에 써놓은 글과 경쟁하는 놀이다. 글쓰기는 아이들 블록 쌓기와 같이 운이 좌우하는 놀이다. 글쓰기는 누군가 써놓은 글을 모방하고 패러디하는 놀이다. 글쓰기는 막막함과 후련함 사이를 오가는 놀이다. 놀면 써진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친구가 놀자고 했는데, 공부하려고 안 논다고 한 적이 꽤 있다. 그런데 실제로 공부한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늘 후회했다. 놀기라도 할 걸. 글쓰기 시작하면서부턴 이런 후회를 안 한다. 그냥 노니까. 원고 마감을 앞두고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나간다. 지하철 타고 오가는 중에 반드시 쓸거리가 생각난다. 교회 가기 싫어 글 써야겠다고 핑계 대다 아내 성화에 못 이겨 끌려 나간다. 목사님 설교말씀을 들으며 집에 있었으면 근처에도 못할 여러 글감이 떠올랐다. 새벽에 글 쓰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아들이 산책가자 해서 마지...

빌라촌 무단주차 차량 사건의 전말

방송작가 최경의 (49) 의문의 무단주차 외제차, 그 실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필자는 꽤 오랫동안 미국을 여행한다거나 방문을 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이유는 좀 우습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 속의 미국이란 나라는 툭하면 총질에 유색인종에 대한 공격 그리고 밤만 되면 범죄의 거리로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실제로도 굳이 미국여행을 찾아서 가지 않았다. 훗날 가보게 된 미국은 상상하고 생각한 것만큼 무서운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밤이 되면 숙소에 콕 박혀서 가까운 거리라도 걸어가는 일 따윈 절대로 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TV나 책, 영화 등에서 얻은 것에 대한 인상은 그렇게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낳기도 한다. 몇 달 전 제작진에게 특이한 제보 하나가 왔다. 한 빌라촌에 외제차 한 대가 보름째 무단 주차하고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언뜻 들으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제작진을 솔깃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외제차가 아무래도 강력범죄에 연루된 듯 보인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무서워서 차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고, 삐딱하게 선을 타고 주차를 해놓고 안 나타나는 바람에 정작 빌라 주민들은 주차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혹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자가 차를 찾으러 다시 빌라 근처에 나타날까봐 매일 매일이 두렵다고 했다. 차를 얼른 치워달라고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주차된 차에 관한 것은 구청 소관이라고 했단다. 그래서 구청에 신고했더니 이번엔 주차된 장소가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차량 소유주 허락 없이는 차를 견인해 갈수 없으니 길면 두 달 정도까지 기다리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빌라주민들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의문의 외제차를 치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대로 뒀다가는 빌라 촌이 피비린내 나는 강력범죄의 현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민들은 갖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보름 전 CCTV를 살펴보니, ...

[여행스토리 호호] 경춘선 숲길 따라 겨울 속으로 걷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경춘선철길 호호의 유쾌한 여행 (22) 서울 공릉동 경춘선 숲길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김현철의 노래 가 귓가에 맴돕니다. 지난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경춘선 철길에는 더 이상 기적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대학시절 경춘선 열차를 타고 대성리, 강촌으로 엠티를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낭만 싣고 달리던 경춘선 열차의 추억을 꺼내봅니다. 경춘선 철길이 경춘선 숲길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열차가 달리던 철길 주변에 나무를 심고, 벤치를 놓아 공원이 조성됐습니다. 이제는 철길을 따라 기차대신 사람이 걸어 다닙니다. 엠티를 떠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경춘선 숲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경춘선 숲길은 광운대역부터 공릉동을 지나 육사까지 6.3km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5월 1단계 구간(공덕 제2철도건널목 ~ 육사삼거리) 1.9km가 개방됐고, 지난 11월 2단계 구간(월계동 경춘철교~서울과학기술대입구) 1.1km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전 구간이 공원으로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 북동부 주민의 쉼터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등록문화제 제 300호 구 화랑대역 춘천으로 가는 길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었던 구 화랑대역부터 산책을 시작해 봅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역 간판이 쓸쓸히 반겨줍니다. 역무실과 대합실로 구성된 단출한 역사가 시간 속에 멈춰있습니다. 책을 펴서 엎어 놓은 듯한 八자형 박공지붕이 특징적입니다. 철길 너머로 기적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성북, 청량리 방면, 춘천방면을 표시하는 표지판은 녹이 슬어 글자가 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구 화랑대역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제 제 300호로 지정 되었습니다. 2010년 12월 수도권전철 경춘선의 개통으로 폐역이 된 이후 지금은 출사객들의 발걸음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랑대역 앞쪽에 있는 목공예 체험장에서 연필꽂이, 책꽂이 등 간단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