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

방송작가 최경의 (54) 현대인의 위기, 공포 1편 - 공포를 직감한다는 것의 의미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을 직감하는 건,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감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험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다. 방송 일이 새벽까지 이어지는 게 다반사라 그날도 새벽에 귀가하던 길이었다, 집 앞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서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흘끔 뒤를 돌아보니, 한 10대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아이의 눈빛이 뭔가 이상했다. 왜 그런 느낌이 든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저 아이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몰려왔을 뿐이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몸을 돌려 천천히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갔다. 마치 다른 볼 일이 생각난 듯... 어느 정도 현관과 멀어졌을 때, 뒤를 돌아봤더니 그 남자애와 어디에 숨어 있었던 건지 또 다른 일행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나의 직감은 맞는 것 같았다. 그때부턴 살아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 새벽 나는 비명을 내지르며 경비실을 향해 뛰었다. 마치 꿈속에서 소리를 지르면 큰 소리가 나오지 않아 답답한 것처럼, 내 목소리가 너무나 작게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엄청나게 큰 소리를 냈던 것 같다. 잠을 자던 경비아저씨가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나를 좇아오던 남자 아이들은 멈칫 하더니 몸을 돌려 딴청을 피웠다. 그 아이들도 당황한 듯 보였다. 나는 온몸을 덜덜 떨며 경비아저씨와 함께 집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한참동안 불도 켜지 못한 채 숨죽여 울었다. 혹시라도 내가 몇 호에 살고 있는지 들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엘리베이터 공포증에 시달렸다. 엘리베이터 앞에만 서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났다, 지금까지도 늦은 밤 엘리베이터에 낯선 남자가 홀로 타있으면 그냥 보내곤 한다. ‘공포’는 사실 ...

[여행스토리 호호] 이보다 저렴할 순 없다! 남대문시장 나들이

남대문 시장 히트 상품 호호의 유쾌한 여행 (27) 남대문시장 어린 기억 속의 남대문 시장은 언제나 추웠습니다. 설을 앞두면 설빔해준다는 엄마의 꼬임에 빠져 남대문 시장 부르뎅 아동복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부르뎅은 삼십여 년 전, 최초로 기억하는 고급 아동복의 대명사였습니다. 설빔을 구매하는 미션을 클리어하면 다음 코스는 만두가게. 뜨끈뜨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라니! 남대문 시장은 엄마, 설, 부르뎅, 만두로 추억되는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겨울, 볼에 차가운 바람의 감촉이 닿았습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지낸 삼십 년 전 남대문시장의 추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좁은 골목을 누비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아이와 함께 남대문 시장 길에 오릅니다. 아이를 꼬실(?) 수 있었던 것은 단 한마디. “우리 시장에 가자. 시장에서 예쁜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자.” 이 얘기에 배시시 웃는 걸 보니 영락없는 여자아이입니다. 남대문 시장의 대표 메뉴, 갈치조림 골목 쇼핑하기 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갈치조림 한 상 쇼핑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따라나선 아이는 어느새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배고파.”를 외치며 더 이상 못 걷겠다고 합니다. 얼른 갈치조림 골목으로 향합니다. 갈치조림은 남대문 시장의 대표 메뉴입니다. 1인분에 8,000원. 조금 비싼 것 아닌가 싶지만, 갈치조림에 갈치 튀김, 계란찜, 김이 포함된 알짜배기 구성입니다. 계란이 비싼 최근에도 계란찜을 계속해서 제공해줍니다. 괜찮으시냐고 묻자, 계란 가격이 조금 비싸졌다고 어떻게 계란찜을 뺄 수 있느냐고 하십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장님들의 인심에 마음이 더욱 따뜻해집니다. 아이랑 둘이서 1인분을 시켜 사이좋게 나눠 먹습니다. 공깃밥 사이즈 자체가 커서 두 명이 먹고도 기분 좋게 배부른 양입니다. 갈치 튀김과 김은 원하는 만큼 더 내어줍니다. 갈치는 크진 않지만 싱싱...

치솟는 물가에도 걱정 없이 설 준비하는 법

생협의 채소들은 가격도 저렴하지만 모두 친환경 농산물이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64) - 설 장보기와 선물 준비는 생협에서 설 물가가 심상치 않다. 설을 보름 정도 남겨둔 현재, 달걀은 이미 한판에 만 원 이상, 무 한 개에 4,000원, 배추나 양배추 한 통에 5,000원 선, 당근은 1kg에 6,000원을 훌쩍 넘겼다. 한 단 3,500원 선인 대파는 물론, 깐마늘과 같은 기본 양념류도 30% 이상 올라 채소만 몇 개 담아도 만원이 훌쩍 넘는다. 평년 대비 2~3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한우도 20% 이상 올랐다. 돼지고기도 7.5%, 수산물 가격도 10~20% 가까이 올랐다. 해마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슬그머니 오른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미친 물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일반 슈퍼의 달걀 코너. 달걀 15구에 7,600원으로, 보다 저렴한 한 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년 가격 그대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친환경 상품이 반값? ‘소비자 생활협동조합’ ‘농약 없이 건강하게 키운 무 한 개 1,500원, 양배추 한 통 2,400원, 대파 500g 2,150원, 한우 등심도 600g 38,800원’.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인 한살림에서 산 가격이다. 한우 등심도, 돼지고기나 수산물 가격도 올랐다지만, 한살림을 비롯한 두레생협, 행복중심생협과 같은 생협에선 여전히 평년가 수준으로 살 수 있다. 채소류는 시중가의 반값 이하, 그 외 품목은 대략 10~20% 이상 저렴한 셈이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건 둘째 치고, 유기 재배나 무농약 재배로 안전하게 키운 것들이라 만족도는 더욱 높다. 달걀의 경우도 항생제, 산란촉진제, 성장호르몬제를 넣지 않은 무항생제 사료를 먹고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닭들이 낳은 유정란을 일반 달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시중 유정란 가격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저렴하다는 얘기다. ...

갑자기 쓰러진 행인을 만났을 때, 당신이라면?

방송작가 최경의 (53) 도움행동의 조건 어느 해인가 한 작은 도시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한 소년이 병을 앓다 숨진 어머니의 시신 옆에서 6개월 동안 생활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 일은 담임교사가 장기결석을 하는 소년의 집을 수소문해 겨우 찾아내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가장 충격을 받은 건 지역주민들이었다. 이웃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각성했고, 너도나도 도움을 자청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후 소년은 어느 교회에 머물면서 주위의 도움으로 안정을 되찾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소년은 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알리며 나중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그 사건은 한 소년을 구하고 후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의 제안으로 지역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심사를 거쳐 발급된 가족증을 제시하면 연계돼 있는 식당에서는 식사를 제공하고, 슈퍼에서는 물품을 제공하는 등 나눔 행동으로 확산된 것이다. 또한 지역 주민센터에 쌀독을 가져다 놓아 필요한 사람이면 아무나 쌀을 퍼갈 수 있도록 했다. 놀랍게도 쌀이 없어지는 속도보다 쌀을 기부하는 양이 훨씬 많아 창고에 쌀이 그득그득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 이 나눔 운동을 제안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예상 밖이라며 놀라워했다. “우리가 불을 붙이긴 했는데 불이 막 저절로 타들어가듯이 지금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을 하고 쌀독 같은 것은 우리가 제안만 했는데 모든 공무원들이 다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걸 보면서 깨달았죠. 아, 마음속에는 모두 선행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데 그걸 모아줄 모티브와 시스템이 없었던 거구나, 그동안 아무도 점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 말입니다.” 당시 취재를 하면서 남을 돕는 ‘이타행동’은 어떻게 해서 촉발되는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의 자문을 구해 몇 가지...

[여행스토리 호호] 남산에서 맞는 새해 첫 해돋이

1월 1일 새벽 해맞이를 보기 위해 남산에 오르는 시민 호호의 유쾌한 여행 (26) 서울 중구 남산 2017년 정유년이 밝았습니다. 1월 1일 새벽,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해맞이를 나갈 준비를 합니다. 몇 년 만에 새해 해맞이에 나서려니 마음마저 들뜹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해를 볼 수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서울의 다양한 해맞이 명소 중에서도 서울을 대표하는 남산에 다녀왔습니다. 해맞이 장소로 남산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남산은 서울 시민에게 가장 가깝고 친근한 산입니다. “남산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애국가의 한 소절에 등장할 만큼 남산은 우리나라의 기상을 나타내는 푸르른 산이기도 합니다. 동트기 전 어둠을 뚫고 많은 사람들이 남산 팔각정으로 향합니다. 국립극장 앞 버스정류장에서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남산을 오르려고 했던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원버스 덕분에 새해 아침을 뜻하지 않게 운동으로 시작합니다. 구불구불 완만한 경사길을 따라 남산에 오릅니다. 하늘을 쳐다보니 아직 달이 떠있습니다. 남산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길 내려다 본 서울의 풍경 국립극장 입구에서 남산 팔각정으로 올라가는 길, 연이어 버스가 지나가는 것이 얄밉게 느껴졌지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남산 산책로 입구에서 무료로 나누어준 따뜻한 커피가 추위를 달래줍니다. 몇 분정도 올랐을까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몸을 움직이니 살짝 땀이 납니다. 동트기 전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남산으로 향하는 풍경이 이색적입니다. 남산으로 올라 가는 길,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에 들러 잠시 쉬어갑니다. 불빛으로 가득찬 서울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다정히 손을 잡고 남산을 오르는 해맞이객 새해 아침, 많은 사람들이 남산에 모였습니다. 연인, 가족, 동네주민, 동호회원은 물론이고 반려견도 함께 나왔습니다. 남산 산책로를 거니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힘차게 느껴집니...

똑소리 나는 서울 지하철 이용 노하우

지하철 공덕역에서 환승하려는 시민들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하면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것이 지하철입니다. 빠르고 깨끗하며 스크린도어까지 완비된 서울의 지하철에서 미래 도시의 모습마저 느껴진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 시민들에겐 다소 불편한 점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때론 노선 환승이 번거롭거나 깊숙한 역사까지 걷기가 힘들 때도 있지요. 하지만 몇 가지만 미리 체크해 보면, 지하철 이용이 훨씬 편리해집니다. 지하철 똑똑하게 이용하는 팁! 지금 바로 알려드립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75) - 지하철 더 편리하게 이용하는 방법 ① 환승거리 고려 지하철의 가장 큰 불편한 점은 환승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승을 할 때는 모처럼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고, 수평 및 수직 이동을 해야 하며, 갈아타는 열차를 다시 기다려야 하는 삼중고가 생긴다. 따라서 지하철을 가장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가급적 환승을 적게 해야 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환승을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지하철 운영사나 포털사이트의 지하철노선 검색 서비스에서는 한 가지가 아닌 몇 가지 경로를 제시하는데, 그 중에 ‘최소 환승’이라고 표시되어 있거나 환승횟수가 적은 경로를 찾아본 후 이를 이용하면 된다. 환승을 할 수밖에 없다면, 좀 더 편한 환승역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환승역은 역마다 구조가 달라서 환승거리가 짧은 역이 있고 긴 역이 있다. 환승거리가 긴 역은 피하는 게 유리하다. 아래에 환승이 편한 역과 불편한 역을 정리해 놓았다. 물론 환승거리는 본인이 느끼기에 다를 수 있으므로, 직접 체험해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다. ■ 지하철 환승거리 안내 ○ 환승거리가 긴 환승역 : 1-5호선 신길, 1-5호선 종로3가, 2-8호선 잠실, 2호선-공항철도 홍대입구, 7-9호선 고속터미널, 4-7호선 노원, 2-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2-6호선 신당, 4-6호선 삼각지, 4-9호선 동작, 경의중앙선-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 1-4호선...

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방송작가 최경의 (52) 대한민국 출세이야기 2 - 출세의 함수, 운칠기삼 제복을 입은 장군이 광화문에서 이순신장군 동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견장엔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은 호감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장군이 한 아이에게 말을 붙였다. 아이는 신기한 듯 활짝 웃으며 대답했고, 옆에 앉아있던 엄마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장군이 지나가고 나서 아마도 아이에게 그랬을 것이다. “저 장군님 얼마나 멋지니? 너도 커서 저런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니?” 장군은 근처 특급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모두 그에게 예를 갖췄고, 불편한 것이 없느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장군의 표정은 무척 여유로워보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거리에 나선 장군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 한쪽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1분도 안돼서 근처 빌딩의 경비원이 뛰어와 장군의 상태를 살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괜찮으시냐고 말을 걸고 누군가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모두 그를 걱정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 다음날, 한 허름한 차림을 한 노숙자가 쓰러졌다. 1분, 2분, 3분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그를 그냥 지나쳤다. 흘깃 쳐다보고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장군과 똑같이 특급호텔 커피숍에 들어가려 했지만, 입구에서 차단당했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를 피했다. 장군과 노숙자, 그들은 실은 한 사람이었다. 더 이야기를 하자면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하다 얼마 전부터 자활을 시작한 사람이 장군 제복을 입고 실험에 참여한 것이다. 출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도한 제작진의 실험이었다. 제복을 입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너무도 달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두 개천에서 용이 나길 바라고, 억울하고 서러우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출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출세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고 여긴다. 운칠기삼(運七技三), 노력하는 ...

[여행스토리 호호] 한 해 마무리, 헌책방 여행 어때요?

호호의 유쾌한 여행 (25)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 한 해의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역동적인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면 연말엔 조금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인천 배다리 마을의 헌책방 거리로 여행을 떠나봅니다. 헌책 속에 폭 파묻혀서 연말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마무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인천 배다리 마을은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과 도원역 사이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를 말합니다. 예전에 이곳까지 갯골이 있었는데 ‘배와 배를 연결해서 다리를 만들어 건너다녔다’, ‘배가 드나드는 다리가 있었다’ 등의 이유로 ‘배다리’라는 지명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인천에서도 낙후된 마을 중의 한 곳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곳도 한 때는 가장 번화한 곳이었습니다. 개항 이후 제물포 개항장 중심가에 일본인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밀려난 우리 선조들이 모여 살던 동네가 바로 배다리입니다. 또 이 일대 일본인들이 성냥, 간장, 고무신, 양은냄비공장 등을 만들며 큰 상권을 형성하기도 했지요. 이곳에 물건만 오갔을까요? 문화와 지식, 예술도 함께 오갔습니다. 배다리 사거리에 남아있는 헌책방의 역사는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5~6개의 책방만 남아있지만 한 때 40여개까지 책방이 있었을 정도로 배다리 헌책방 거리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지식과 문화를 소통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의 작가 박경리도 한 때 이곳에 머물며 책을 판매했고 책을 구입해 읽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양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이후 지하철 1호선 개통과 산업화, 신도시 개발 등을 이유로 배다리 마을은 쇠퇴해갔습니다.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책방 집현전을 비롯해 아벨, 삼성, 한미, 대창 등 5개의 헌책방이 현재 배다리 책방 문화의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그 중 아벨서점의 곽현숙 대표는 ‘책’을 통해 배다리는 물론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소통합니다. 아벨서점의 40여년 넘는 역사가 배다리의 현대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곽 대표는 헌책방으...

2016년 서울을 바꾼 교통정책, 어떤 게 있었나?

교차로 사고를 줄여주는 분홍색 주행유도선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74) - 서울교통정책 1년의 기록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공공서비스 중 하나가 바로 교통이다. 올해에도 서울시 교통은 시민들의 편의를 개선하고 서울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서울시 교통정책의 중심에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와 자전거가 있다.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에너지와 공간을 낭비시키는 자동차는 도시의 주인일 수 없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걷기 편하고 달리기 쉬운 공간으로 서울시를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물신주의에서 인본주의로의 회귀이다. 불필요한 차로를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 시행 이미 서울시는 퇴계로~회현역이나 성북로 등 도심 및 부도심에서 불필요하게 넓은 차로를 줄이고 보행자가 편리하게 다닐 수 있게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 사업을 시행 중이다. 5월부터는 용산구 녹사평대로26길, 성북구 오패산로3길, 동작구 여의대방로44길 등 동네길에 대해서도 시행한다. 이 같은 도로 다이어트는 자동차의 속도를 줄이고 인도를 넓혀 보행자를 보호한다. 또한, 노상주차공간을 확보하고 낙후된 지역을 개선하며 관광객의 유입까지 유도하는 등 다양한 지역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이밖에도 세종대로 보행전용거리, 무장애 보행환경 조성(관악구,성동구), 4대문 안 도보관광길 조성(4월), 걷기 좋은 서울 공모전(9월), 서울광장 남동쪽 횡단보도 설치(11월) 등 보행 활성화 사업은 계속되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운영 1년 만에 회원 20만 명, 이용횟수 144만 건을 돌파하고 있다. 꾸준한 자전거 활성화 사업 보행자와 짝을 이루는 자전거 활성화 사업도 이어졌다. 서울 자전거 대행진(5월), Share the road 자전거 퍼레이드(6월), 서울자전거 축제(9월), 아시아 도시 자전거 포럼(9월), 서울 걷자페스티벌(10월) 등 자전거 행사가 줄을 이었다. 7월에는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가 3,600대 늘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61) 인생 후반전을 잘 사는 법 -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자 글쓰기 필살기 마지막 글이다. 작년 한글날부터 연재했으니 오래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갖자는 것이다. 백 세 시대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도 60세를 넘기기 힘들다. 적어도 30년 이상을 명함 없이 살아가야 한다. 어디에 속하지 않고 자신의 이름만으로 사는 세월이 30년 이상이다. 소속되지 않는 삶은 자유이자 재앙 우리는 직장생활 내내 ‘내’가 없는 삶을 산다. 나와 직장은 양립하기 어렵다. 나를 포기한 대신 보수를 받는다. 내가 직장에서 쌓은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직장을 떠나야 한다. 나올 때 내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것으로 30년 이상을 살아갈 수 있다. 내 것을 갖고 나로서 살아가는 30년은 해방이자 자유이지만, 내 것이 없이 살아가야 하는 30년은 재앙이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살아 있는 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런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원봉사라도 하고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을 것 아닌가.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직장을 나오고 보니 남는 것은 추억과 전문성뿐이다. 직장은 우리에게 이야기와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준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또한 직장에서 얻은 전문성으로 나머지 30년을 살아간다. 돌아보니, 이야기와 전문성이 만들어진 것은 힘들고 어려운 때였다. 내 역량에 부치는 일이 주어지고 내게만 일이 몰리고 급하게 일을 처리해야 할 때, 나는 성장했다. 순탄하고 일상적인 일에서 배운 것은 없었다. 실수와 실패, 시련과 고난이 나의 경쟁력을 키워줬다. 당시엔 불만이고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것이야말로 직장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맵고 짜고 쓰고 재미있는 이야기 또한 이런 때 만들어졌다. 나중에 책을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