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천경자…두 거장을 다시 만나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6.06.16. 13:39

수정일 2016.06.16. 14:57

조회 1,130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미술계의 두 거장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 가면 미술계의 두 거장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한국 미술계의 두 거장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는 6월 14일 천경자 1주기와 백남준 10주기 추모전시회가 동시에 열렸다. 본관 전시동 옥상인 세마휴(SEMA 休)에서 5시부터 시작된 개막식에는 주요 언론인을 비롯한 각계 미술인들과 관계자등이 참석했다.

천경자 화백의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

2015년 8월 별세한 천경자를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는 기증 작품을 포함하여 100여점이 소개되었다. 기존에 ‘천경자 상설전시실’로 사용 되던 공간은 ‘아카이브’섹션으로 연출되어 전시를 통해 천화백이 남긴 사진, 수필집, 기고문, 삽화, 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인생-여행-환상의 세 주제와 아카이브 섹션으로 구성되어 천경자의 학생시절부터 60여 년 간의 작품세계 및 관련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 전시는 천경자화백이 서울시에 기증한 작품전체를 처음으로 한 곳에 모았다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독창적인 화풍의 한국화 세계를 구축한 천경자의 작품들 ⓒ연합뉴스

독창적인 화풍의 한국화 세계를 구축한 천경자의 작품들

“어떻게 이런 색을 쓸 수가 있지?”

“저 강렬한 인상은 지워지지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작품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를 보며 두 시민이 서로에게 감상을 이야기했다.스물두 살 결혼 후 첫 딸을 낳고 겪은 작가의 고달픔을 머리에 화관대신 뱀을 두르도록 표현, 결연한 생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자화상이었다.

그녀는 꿈이 없어지는 완성형보다는 진행형인 미완성의 인생을 좋아했고 멈추지 않고 좇은 꿈의 환상과 고통 속에서 새로운 작품을 그려내 왔다. 미술관측은 그녀의 그런 의지를 보며 관람객들에게도 도전과 치유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하였다.

6월 14일부터 6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큐레이터가 전시를 소개하고 DJ가 직접 전시나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여 진행되는 오디오가이드를 활용하여 전시작품 앞에 서면 음악이 재생된다. 오디오가이드를 빌리면 미술관 큐레이터와 6월의 DJ 유열이 선정한 음악과 나레이션으로 천경자 수필을 들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공동기획한 (주)이엘뮤직의 담당자는 "100여 작품 중 특별히 엄선된 14작품을 유열씨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으면 작품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꼭 들어볼 것을 추천했다.

백남준 타계 10주기 추모전시 함께 진행돼

3층에서는 백남준의 추모전 ‘백남준∞ 플럭서스’가 함께 열렸다.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타계 10주기를 추모하며 그의 예술세계와 예술적인 동지인 플럭서스를 함께 조명해 보는 전시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한대의 표시가 들어가 있는 것은 백남준이 다음 세대와 미술계에 끼친 무한한 영향력과 순환적인 연결고리를 나타낸다.

전시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초기 백남준 작품을 비롯하여 전성기 시절 제작한 대형비디오 설치작품을 소개했다. ‘플럭서스는 ∞’, ‘참여갤러리’, ‘크라잉 스페이스’, ‘백남준은 ∞’의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의 세계처럼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관람으로 구성된다.

백남준의 전위예술작인 플럭서스 작품 전시

백남준의 전위예술작인 플럭서스 작품 전시

플럭서스는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으로, 1962년에 조지 마키우나스가 만들었다. ‘플럭서스는 ∞’는 그 일원이었던 백남준을 비롯한 존 케이지, 오노 요코등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시민들은 출구에 걸려 있는 검은 소머리를 보고 작품인지 인테리어인지 궁금해 하자 스텝이 작품임을 알려주었다. 이어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참여갤러리에 가보니 CCTV에 찍힌 관람객의 모습을 컬러코드로 볼 수 있다.

‘크라잉 스페이스’는 플럭서스 초기 멤버이자 6월 15일 아티스트 토크를 개최하는 덴마크 출신 에릭 앤더슨이 만든 공간이다. 음향효과와 눈이 시린 연두빛 색깔, 그리고 전시장에 돌아가는 선풍기의 강풍이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여 추모의 의미를 전복시키고 진정한 눈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백남준이 형상화한 동료 `조지 마키우나스`

백남준이 형상화한 동료 `조지 마키우나스`

‘백남준은 ∞’에서는 19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백남준의 비디오와 모니터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백남준의 유가족이 소장했던 장식장 ‘시집온 부처’가 세간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백남준이 직접 골동가구점에서 고르고 샀다고 하며 측면에는 필적이 남아있다.

올 11월 백남준의 집터가 있던 종로구 창신동에 도시재생 선도지역 주민들의 매입건의에 따라 백남준 기념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백남준 탄생일인 오는 7월 20일 현재 개보수 중인 백남준 기념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자 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주민들을 위해 9월경부터 대화와 도슨팅 교육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백남준의 사진 전시

백남준의 사진 전시

아이들은 백남준의 전시를 보며 즐거워했다. 로봇과 같은 모습의 조지 마키우나스를 형상한 작품과 백남준 스스로가 타고 다닌 휠체어 의자를 달마로 이름 붙인 자화상 달마 휠 등은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천경자 화백과 백남준 선생의 추모전을 같이 한다 길래 왔다는 성동구의 한 시민은 "사진과 설명이 함께 시대별로 전시가 되어 있어 화가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거장의 추모전에는 지갑이 가벼워도 좋다. 관람료 없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시간을 내서 가보는 것은 어떨까.

■ 천경자·백남준 추모전 전시 관람 안내

 ○ 장소: 서울시립 미술관

 ○ 시간: 화~금 오전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전 10시~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 관람기간

  - 천경자 1주기 추모전(2016년 6월 14일 ~ 8월 7일)

  - 백남준 10주기 추모전(2016년 6월 14일~ 7월 31일)

 ○ 기타:

  - 뮤지엄나이트(야간개장프로그램, 매주 1,3째 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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