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동물 유니콘이 나타났다!

최순욱

발행일 2016.06.15. 13:35

수정일 2016.06.15. 15:55

조회 2,197

도메니코 잠피에리가 1602년에 그린 유니콘 ⓒWikipedia

도메니코 잠피에리가 1602년에 그린 유니콘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33) 전설의 동물 유니콘

뉴질랜드에서 살아 있는 유니콘(Unicorn)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콧잔등에 뿔이 하나만 달린 양이라는데, 실상은 돌연변이거나 기형이겠지만 어쨌든 외관상으로는 '유니(Uni: 하나)+콘(Corn: 뿔)'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목장 주인이 신비한 능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하는 건 분명 농담이겠지만 말이다.

유니콘은 ‘일각수(一角獸)’라고도 불리는 전설속의 동물이다. 워낙 오래 전부터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문헌에 등장했는데, 기원전 4세기경 페르시아 의사 체시아스는 ‘인도에 크기가 말과 비슷하고 재빠른 야생 당나귀가 있는데, 짙은 파란색 눈에 몸통은 희고 붉은색 머리에는 길이가 50cm 가량 되는 뿔 하나가 달렸다’고 설명했으며, 1세기에 살았던 로마의 학자 플리니우스는 머리는 사슴, 발은 코끼리, 꼬리는 멧돼지, 몸통은 말과 같은 난폭한 동물이 있는데, 이마 한 가운데에 길이 1m 가량의 뿔 하나가 솟아있다고 묘사한 바 있다.

유럽의 중세로 오면 유니콘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진다. 뿔의 밑부분은 흰빛, 중간은 검고 끝부분은 붉은 색으로 뿔 자체의 색깔도 다채로워지고 최강의 기사와도 겨룰 수 있을 만큼 뿔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고 한다. 게다가 코끼리 세 마리를 뿔에 꿴 채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세다고 한다. 이런 유니콘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순결한 처녀 앞에서 온순해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뿐이다. 아름다운 처녀가 숲에서 놀고 있으면 유니콘이 찾아와 처녀의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고 잠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잡은 유니콘에서 채취한 뿔은 만병통치약이 된다고 한다.

중세 기독교에서는 유니콘을 중요한 상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나의 뿔은 하나님의 독생자인 예수를 나타내고, 유니콘의 뿔이 갖는 해독력은 기적의 힘을 암시한다. 더불어 오직 순결한 처녀에게만 순종적인 유니콘을 성모 마리아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헌데, 이런 유니콘의 기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인도의 코뿔소에 대한 설명이 근동이나 유럽으로 전달되는 도중에 변형이 일어나면서 유니콘에 대한 이미지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유니콘의 힘이 세다던가, 누구도 이길 수 없을 만큼 강하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인도의 코뿔소가 전 세계의 어떤 동물보다도 사납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이기 때문에 덧붙여진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고 본 적도 없는 유니콘에 대한 이야기가 중세를 넘어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계속 풍부하게 인용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라도 넘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바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보면 앞서의 뉴스도 그냥 해외 가십 정도로 넘겨버릴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유니콘이라는 소재 자체보다는 그런 이야기가 짧게나마 주요 방송사의 메인 뉴스 중에 포함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최순욱 #신화여행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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