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쁨은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는가

김별아(소설가)

Visit497 Date2016.06.10 13:53

고궁ⓒ시민작가 김규형

우리의 기쁨은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는가.
우리의 기쁨이 타인의 원망과 슬픔을 한층 배가시키거나 모욕을 안겨주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정말 기뻐해야 할 것을 기뻐하고 있는가.
타인의 불행과 재앙을 기뻐하고 있지는 않은가.
복수심과 경멸, 차별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기쁨은 아닌가.
— 니체 『권력에의 의지』 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127

연이은 막말로 구설수에 올라 방송 퇴출 압박까지 받는 개그맨이 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의 말마따나 끼가 넘치는 타고난 개그맨이다. 언젠가 사람들은 그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의 재치 있는 말과 우스꽝스런 표정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유쾌하게 폭소를 터뜨리기는커녕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가 ‘웃음거리’로 삼은 대상 때문이다.

웃음은 섬세하고 미묘한 작용이다. 사람을 울리는 일은 어느 정도 쉽지만 웃기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간지러워 웃는 게 아닌 바에야 웃음은 억지로 지어내기 어려운 것이며 자칫하면 쓴웃음을 짓게 하거나 비웃음을 사게 된다. 그래서 웃음은 어려운 만큼 귀한 것이기도 하다. 웃음이 마음을 치료하는 한 방식으로 등장할 정도로 중요해진 것은 생존의 고통과 경쟁의 스트레스에 짓눌려 웃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기 때문이다.

웃음은 기쁜 마음에서 빚어져 나온다. 어린아이처럼 천진한 즐거움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다. 연구자들은 웃음의 구조를 ‘전제-긴장-반전-안심’이라는 도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핵심은 긴장과 반전 사이, 반전과 안심에 있다. 긴장은 두려움과 초조함을 동반하지만 반전에 의해 통렬히 부서진다. 이때 주로 폭소가 터진다. 폭소는 감쪽같이 긴장에 속았던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터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마지막까지 미심쩍은 한 가지가 해결되어야 진정한 웃음이 된다. 반전 뒤에 안전이 확인된다는 전제가 있을 때, 비로소 허리끈을 풀고 안심하며 웃는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기쁨이 아니라면 그로부터 빚어지는 웃음 또한 진정한 웃음이라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불유쾌하거나 자기들과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를 공격함으로써 심리적 만족을 얻으려는 유머를 ‘공격적 유머’로 분류한다. 공격적 유머는 우리와 ‘그들’을 분리해 조롱거리로 삼으면서 우리를 응집시키고 ‘그들’을 고립시킨다. ‘그들’이 노인이거나 어린이이거나 여성이거나 외국인이거나 한부모가정이거나 성소수자 같은 사회적 약자일 때, 그 공격은 니체의 말처럼 그들의 불행과 재앙을 강조해 원망과 슬픔과 모욕을 주는 절반의 기쁨, 차별일 수밖에 없다.

다시, 니체는 말한다. 자신과 친구에 대해서는 성실하라 한다. 적에 대해서는 용기를 가지라 한다. 패자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말을 덧붙인다. 그 밖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는 언제나 예의를 지키라고. 그것이 곧 인간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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