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천지가 된 서대문 안산 둘레길

시민기자 이승철

발행일 2016.05.13. 16:11

수정일 2016.05.13. 16:21

조회 5,285

봄이 깊어가면서 다투어 피어났던 꽃들도 대부분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초봄에 피어났던 개나리와 산수유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뒤따라 피어났던 목련과 벚꽃도 대부분 져버려 시들해진 요즘은 라일락과 복숭아꽃, 살구꽃이 한창이고, 화단에는 연산홍, 산자락에는 와글와글 하얗게 피어난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졌다. 그러나 초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풀꽃도 있다. 바로 제비꽃이다. 민들레 노란 꽃들도 변함없는 생명력을 과시한다.

독립공원 담장 밑의 제비꽃밭

독립공원 담장 밑의 제비꽃밭

얼마전 따뜻한 봄볕을 만끽하며 서대문구 안산 둘레길을 걸었다. 3호선 독립문역에서 내려 독립공원을 가로 질러 안산자락길로 가는 길에는 독립공원 담장 아래 촘촘히 흐드러진 제비꽃들이 참으로 곱고 예쁜 모습이었다. 산자락으로 오르는 공원에는 연산홍 무리가 금방이라도 피어날 듯 봉오리들이 벙긋거리는 모습이다. 길가에는 예의 조팝나무들이 하얀 꽃을 피워 흐드러진 풍경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흐드러진 조팝나무꽃(좌), 피어나고 있는 연산홍(우)

흐드러진 조팝나무꽃(좌), 피어나고 있는 연산홍(우)

둘레길에 들어서자 길을 따라 걷는 시민들이 제법 많다. 골짜기에는 개나리꽃이 더러 남아 있고, 산벚꽃나무들도 아직 꽃을 피우고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어 그런데 저 하얀 꽃은 무슨 꽃이지, 참 예쁜데” 일행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는 제법 커다란 나무가 파란 잎과 함께 하얗고 예쁜 꽃을 촘촘히 매달고 있다. 비록 꽃송이는 작았지만 앙증스럽고 귀여운 꽃망울이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귀여운 꽃망울을 자랑하는 `귀룽나무 꽃`

귀여운 꽃망울을 자랑하는 `귀룽나무 꽃`

꽃 이름을 몰라 근처에 있는 시민 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걷는 동안 몇 그루의 같은 꽃나무를 더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곳에서 같은 나무가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귀룽나무” 요즘 한창 하얗고 예쁜꽃을 피우고 있는 나무는 바로 귀룽나무였다.

“여기 좀 봐? 일제에 맞서 싸운 고귀한 선열들이 여기 서 계시네!” 일행 한 사람이 길가에 세워져 있는 명판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이 지나온 길에서도 수많은 선열들의 이름과 공적, 그리고 주요약력이 기록된 현판들을 무심코 그냥 지나쳐 온 것이었다. “이것 참 면목이 없구먼, 다시 뒤돌아가서 한 분 한 분 선열들을 찾아보며 그 분들을 기리는 것이 좋겠구먼.” 일행 한 사람의 제안을 받아 왔던 길을 뒤돌아 선열들을 기리며 천천히 걸었다.

이준 열사의 현판

이준 열사의 현판

세워져 있는 현판에는 우리들이 모두 잘 알고 있는 이준 열사와 안중근 의사, 유관순, 강우규, 백정기 열사, 그 유명한 청산리대첩의 북로의정서 사일장군은 물론 평소 잘 모르고 있었던 선열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었다.

공훈 명판은 순국선열유족회와 서대문구가 만들어 세운 것이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피고 지는 꽃길을 걸으며 암울한 시대 우리민족의 등불이었던 선열들을 만난 것은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다.

#안산둘레길 #안산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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