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적 풍경이 가득한 한강백리길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6.05.09. 10:22

수정일 2016.05.09. 13:21

조회 2,749

미루나무 가로수길 산책 중인 시민과 애완견 모습

미루나무 가로수길 산책 중인 시민과 애완견 모습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미루나무를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 ‘흰구름’이 떠오른다. 박목월 선생이 외국곡에 노랫말을 붙였다고 설명하던 초등학교 선생님도 그립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내손안에서울’을 통해 새로운 산책코스를 소개했다. `한강 백리길 따라 걷는 산책코스 4선`이 바로 그것이다. 트레킹을 즐기는 기자에게는 무척 반가운 선물이었다.

따뜻한 봄날, ‘한강 백리길 따라 걷기’를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4호선·중앙선 이촌역 4번 출구를 나와 한강방면으로 500미터 쯤 걸어가면 제3코스인 ‘이촌한강공원’이 나타난다. 중랑천교~원효대교 구간으로 길이 10.2km, 면적이 92만㎡에 이르는 넓은 공원이다. 봄꽃향기와 살랑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따라 걷는 한강 백리길은 서울둘레길과는 다른 느낌이다. 고개를 들면 멀리 관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있고 강 건너 올림픽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행렬과 여의도 빌딩숲이 한강과 어우러지니 조망 또한 한 폭의 그림 같다.

동작대교 북단에서 시작하여 하류로 조금 내려가면 뜻밖의 ‘미루나무 가로수길’이 나타난다. 책보자기 둘러메고 미루나무 껍질 벗겨 나무피리 만들고, 서로 엉덩이를 받쳐주며 하늘소 잡던 초등학교 등하굣길의 그 미루나무이다. 길가에는 이름 모를 야생풀꽃과 자연 상태의 수목들이 어우러져 시골의 정취를 쏟아낸다.

이촌한강공원의 미루나무 가로수길을 산책하는 시민들

이촌한강공원의 미루나무 가로수길을 산책하는 시민들

서빙고동에 산다는 여든 넘은 어르신은 “이곳 미루나무 길은 고향마을 신작로(新作路)의 가로수와 흡사하여 산책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며 “고향 생각 날 때마다 찾아온다”고 말했다. 미루나무 가로수길은 ‘거북선나루터’까지 약 1km 정도나 이어진다. ‘미루나무’는 미국(美)에서 도입된 버드나무(柳)란 의미에서 ‘미류(美柳)나무’라 불리다가 ‘미루나무’란 우리말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시가 고창군과 함께 조성한 청보리밭(청보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고창군과 함께 조성한 청보리밭(청보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미루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500여 미터쯤 쉬엄쉬엄 걷다보면 눈앞에 드넓은 ‘청보리밭’이 펼쳐진다. 서울도심 한 가운데서 청보리밭을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아닐까. 일부 청보리는 급한 성미 탓인가, 벌써 꽃대를 뽑아 올렸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 청보리밭은 2014년 12월 15일 서울시가 전북 고창군과 맺은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으로 탄생한 것”이라 한다. “2015년도에 시범적으로 2,000㎡ 조성했는데 시민들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아서 올해는 5배(10,000㎡) 규모로 확장했다”고 덧붙였다.

청보리밭에서 나비, 벌레를 잡고 노는 초등학생

청보리밭에서 나비, 벌레를 잡고 노는 초등학생

청보리 씨앗은 고창군이 무상으로 제공했고, 수확되는 청보리는 한강을 찾는 야생조류의 먹이로 사용된다. 가족단위 산책객, 데이트 나온 젊은이들, 나비 잡으며 추억 쌓는 초등생, 애완견과 함께 운동하는 외국인 등 모두가 청보리밭에서는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가 된다. ‘청보리’는 수확 전까지 푸르름을 유지하는 보리를 표현하기 위해 2004년 고창군의 보리축제에서 사용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시금치밭(좌), 거북선나루터에 마련된 한강도하체험장 모습(우)

시금치밭(좌), 거북선나루터에 마련된 한강도하체험장 모습(우)

청보리밭이 끝나면 시금치밭이 이어지고, 철따라 피어나는 야생화와 갈대, 억새 등이 시골의 풍광을 재현한다. 물론 청소년광장과 X-게임장, 국제규모의 인라인스케이트장, 농구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한강도하체험장 등 다양한 여가 및 레포츠 공간을 잘 갖추고 있지만 그 중 으뜸은 ‘미루나무 가로수길과 청보리밭’이다. ‘이촌한강공원’의 테마가 ‘시골모습 재현’이라는 것도 탐방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청보리밭 너머로 한강의 요트와 63빌딩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청보리밭 너머로 한강의 요트와 63빌딩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5월에 ‘한강 백리길 트레킹’을 시작한다면 이촌구간부터 탐방하길 강추한다. 6월이 오면 청보리는 누렇게 색이 변하고 수확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가곡 한 소절 읊조리며 청보리밭을 걷다보면 먹먹해진 가슴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서울둘레길(157km), 한양도성성곽길(18.6km)에 이어 한강백리길(41.5km)까지 산(山)길, 강(江)길, 성곽길을 두루 갖추었으니 서울이야말로 트레킹의 천국이다. 이런 서울을 제쳐두고 지방부터 찾는 시민들에게 ‘서울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기자의 바람이다.

이촌한강공원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보이는 관악산, 올림픽도로, 여의도가 보인다

이촌한강공원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보이는 관악산, 올림픽도로, 여의도가 보인다

■ 한강백리길 이촌지구 찾아가기

 ○ 이촌안내센터: 02-3780-0551

 ○ 지하철: 1/4호선 이촌역 4번 출구(500m), 중앙선 서빙고역(100m)

 ○ 승용차:

  - 강변북로 워커힐방향으로 오실 때 한강철교를 지나 20m 지점의 진입로 이용, 한강대교를 지나 1,500m지점의 진입로 이용

  - 강변북로 난지방향으로 오실 때 동작대교 전방 200m 지점 서빙고나들목(신동아 쇼핑 앞 지하보차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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