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4년, 지방유학생이 서울에게 바란다
발행일 2016.04.28. 13:57
천만이 살고 있는 서울, 토박이보다 학업, 취업 등 다양한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온 시민들이 더 많아진 듯하다. 그 중에서도 타 지역 출신 대학생들은 점차 악화되는 청년 취업난 속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터이다. 그들이 서울이라는 타지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이 시기를 견디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주련 씨(한국외국어대 영어과 4학년)는 올해로 서울생활 4년차이다.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휴학 중이다. 그는 경기도 포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입학과 함께 서울시민이 되었다고 한다. 지난 금요일 오후 지인의 소개로 그가 말하는 서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기자: 서울에서 즐겨찾는 공간이 있다면?
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중랑천과 동대문을 꼽고 싶습니다. 중랑천에서는 수변공원의 자전거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하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어서 좋고요. 중랑천이 저만 알고 싶은 휴식처라면, 동대문은 저만 알고 싶은 어학원입니다. 중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실전경험(?)을 쌓고 싶을 때면 동대문을 찾아갑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거든요. 그들에게 길 안내도 해주고 말도 걸어보다 보면 친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가 되면 서로 WeChat(위챗)이나 QQ(큐큐) 같은 중국 SNS를 통해 계속해서 연락하다보니 실력이 금방 는답니다.
기자: 지금 휴학 중이라고 들었는데, 휴학을 하게 된 이유는?
김: 요즘 취업이 계속 어렵다보니 친구들도 어학연수다, 인턴이다 해서 제때 졸업하기 보다는 휴학을 많이 하는 분위기예요. 전 한 학기 휴학 중인데, 졸업하고 취업할 때 이력서 쓰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공공기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기자: 작년 10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오바마홀에서 진행되었던 ‘서울시장과 함께하는 신나는 일자리 JOB담’이나 8월에 있었던 ‘희망두배청년통장’ 약정식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서울시가 청년들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적이 있는지?
김: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나요? 저도 그렇고 제 친구들은 서울시에서 하는 청년관련 프로그램을 잘 몰라요. 기자님 말을 들어보니 솔깃해지는 내용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쉽네요. 특히 취업이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많은 청년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에 신경 써주시면 좋겠어요.
기자: 서울시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 4년 전 서울에 올라왔을 때 자취방도 마련해야 하고, 아르바이트도 구해야하는 데 낯선 환경에서 막막하기만 했죠. 사기도 몇 번 당했어요. 그럴 때 도움을 요청할 데도 마땅히 없었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처럼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오는 청년들이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김: 전공인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음 학기에 중국으로 교환학생을 준비하고 있어요. 물론 졸업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도 고민이지만, 지금은 바로 눈앞에 놓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많은 매체에서 요즘 청년들을 묘사할 때 ‘흙수저’, ‘노오오오력’처럼 절망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사실 기자도 김주련 씨를 만나기 전까진 청년들이 다들 낙담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청년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눈물겨운 이들의 노력이 헛되이 끝나지 않기 위해선 서울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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