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약 복용법 관리하는 '세이프 약국'
발행일 2016.04.22. 15:34
시민과 함께 하는 세이프약국 지정 표지판(등촌동)
“어르신, 지금 드시는 약 중 빨간 알약은 신경과 관련된 것인데, 현재 증세로 봐서는 안 드셔도 될 것 같아요. 빼고 드세요”
기침하는 손녀를 데리고 가양동 한 약국에 들렀다. 마음은 급한데 약사는 먼저 온 손님과 상담 중이었다.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약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손님은 칠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었다. 알고 보니 약을 타러 온 게 아니라, 집에서 챙겨온 약을 약사에게 보이고 있었다. 대화가 끝나자 약사는 테이블 위에 펴 놓은 두툼한 서류철에 기록까지 한다.
‘가까운 친척인가? 참 희한한 약국 다 보겠네’ 드디어 손녀 차례가 되자 아까 그 어르신과 아는 사이냐고 직접 물어봤다. 약사는 의외의 답을 했다. “아니오. 뒤편 아파트 주민이신데, 당뇨, 혈압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계시는 분이라서 봐드렸어요”
약사의 뒤편으로 ‘먹는 약이 너무 많아 걱정이신 분, 집에 안 먹는 약이 많으신 분,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지 궁금하신 분 등 등록만 하시면 무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있었다. ‘건강서울 36.5 세이프약국’이라는 표시와 함께. 이 약국에서 파는 약은 ‘안전(safe)’하다는 말인가?
세이프약국에는 잘 보이는 천정에 안내 배너가 설치되어 있다
알고 보니 ‘세이프 약국’이란 ‘Safe 약국’이란 의미가 아니라 ‘세밀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동네 약국에서 받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2013년 서울시가 병원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약국을 활용해 지역주민의 건강을 세밀하게 챙기자는 취지로 시작한 시범사업이다. 포괄적인 약력관리, 건강정보 이해, 자살 및 우울증 상담기관 연계,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 시민의 입장에서 필요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올해부터는 15개 자치구, 210개의 약국으로 확대 시행하게 되었다.
출입문에 붙어있는 세이프약국 안내판
세이프 약국의 핵심 역할은 포괄적인 약력관리이다. 주민이 원할 경우 개인에 대한 약력관리 및 상담 실시, 특히 5가지 이상의 약물 복용자 또는 2개 이상의 복합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시민들을 중점대상으로 선정하여 약력관리를 실시한다.
다음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문지기) 역할이다. 자살 고(高)위험군의 조기 발견 및 전문기관 연계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운다. 그리고 지역 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역 보건소 금연클리닉 연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약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세이프약국 약사 간담회 및 자치구 교육 모습(관악구)
서울시에서는 3월 22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신규 참여 약사를 대상으로 ‘2016년 시민과 함께하는 세이프약국 약사 역량 강화교육’을 진행했다. 시민의 입장으로서 정말 반갑고 고마운 사업이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발견되었다. 기자가 방문한 등촌동의 한 약사는 “올해 4년 차인데 아직 상담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며 홍보의 부족을 지적했다. 가양동의 한 약사는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는 상담 시간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또 약국은 별도 상담실이 없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2016년 세이프 약국 운영 약사 교육`이 열렸다
집집마다 가정상비약은 물론이고 연고 10개쯤은 없는 집이 없다. 문제는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도대체 무슨 약인지, 지금 사용해도 괜찮을지를 몰라 버리기가 일쑤이다. 이럴 때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약방이 내 주변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취재를 마치면서 기자는 세이프약국이 그렇게 되었으면 싶었다. 아울러 이 기사가 세이프약국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에게 귀한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세이프 약국의 주요 역할을 설명하는 서울시 발행 리플릿
| ○ 문의: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02-2133-7532 ○ 참여 자치구 보건소 의약과: 중구, 성동, 동대문, 도봉, 강북, 마포, 강서, 구로, 영등포, 동작, 관악, 서초, 종로, 은평, 금천 등 총 15개 자치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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