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이 책 쓰는 두 가지 방법

강원국

발행일 2016.04.25. 15:32

수정일 2016.04.25. 17:42

조회 1,346

책ⓒ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28)

졸저 <대통령의 글쓰기>를 쓰기 시작할 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두 가지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말이 되든 되지 않든 일단 많이 쓰자. 그리고 줄이자. 잘 쓰진 못하지만 누구나 많이 쓸 수는 있지 않는가.’

‘고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쓰고 나서 고치면 된다. 그러니 걱정 말고 일단 쓰자.’

책은 뻔뻔해야 쓸 수 있다.

첫 번째 필요한 뻔뻔함은 직접 체험하지 않은 것도 쓰는 것이다.

체험한 것만으로 몇 쪽이나 쓸 수 있겠는가.

생각한 것, 읽은 것, 본 것, 들은 것, 상상한 것까지 다 쓰자.

둘째, 새로운 자신을 만드는 데 주저 말고 뻔뻔하자.

글은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파고들어 내 안에 있는 것을 쓰는 글과, 내 안에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글이다.

글은 전자만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글에서는 자신도 창조할 수 있다.

어차피 나도 나를 모른다.

그리고 싶은 나를 상정하고 그리자.

실제 나와 책의 나는 다를 수 있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 역시 실제 인물과 똑같지 않다.

나의 역사는 내가 쓰는 대로 쓰여 지고 만들어진다.

셋째, 뻔뻔하게 남의 책을 흉내 내자.

자신이 쓰고 싶은 분야에서 이미 나와 있는 책 가운데 소위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을 찾아, 그 책의 체제에다 내용만 내 것으로 바꿔 넣어 보자.

몽테뉴가 그랬다.

순서만 바꿔도 새 것이라고.

하물며 내용이 전혀 다르다.

자신 있게 추천한다.

쓰고자 하는 분야에서 잘 쓴 책 세 권만 세 번씩 정독하시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길이 보인다.

두려움 없이 책 쓰는 2가지 방법

<대통령의 글쓰기>는 A4용지 10장에서 출발했다.

대통령께서 글 쓰는 법을 작성해서 공무원 조직에 배포하라고 지시하여 작성했던 문건이다.

작성한 지 10년 가까이 돼 내 책 쓰기에 재활용했다.

이 문건이 없었으면 책 쓸 엄두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A4용지 10장을 열 배 불리면 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덜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얘기 10장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거기에 인용, 사례, 보충설명, 일화 등을 덧붙이자.

살 붙일 거리는 많다.

쓸 수 있는 것을 써놓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매일 원고지 1매씩 쓰는 것이다.

원고지 1매는 너덧 개 문장이면 금세 채워진다.

너무 짧아 쓸 말이 없을 정도로 좁은 지면이다.

누구나 원고지 1매는 매일 쓸 수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하다.

자기 페이스대로 조금씩 쓰면 된다.

마라톤 선수처럼.

기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완주가 목표다.

하루 1매씩 쓰면 책 한 권을 쓰는 데 3년 가까이 걸린다.

원고지 7~800장부터 책이 되지만 넉넉하게 1,000장은 돼야 뺄 것은 빼면서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이란 시간이 길면 하루 쓰는 분량을 늘리면 된다.

하루 1.5매씩 쓰면 2년으로 줄어들고, 2매씩 쓰면 1년 반으로 줄어든다.

쓰기 위해 해야 할 일 하나

바로 독서다.

읽으면 세 가지를 알게 된다.

내가 쓰고 싶은 분야에 관해 알고, 나를 알고, 세상을 알게 된다.

알아야 쓸 수 있다.

또한 읽으면 쓰고 싶다.

나는 책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주로 내가 쓸 책과 관련 있는 책만 골라 읽는다.

책 한 권을 읽으면 내 책에 쓸거리 한 줄이라도 건진다.

이런 목표를 갖고 책을 읽으면서부터 독서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책 읽기가 즐겁다.

독서량이 크게 늘었다.

흔히 하는 이 말은 맞다.

“책 백 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 쓰는 게 낫다.”

“책 한 권을 쓰려면 백 권을 읽어야 한다.”

#강원국 #글쓰기 필살기 #책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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