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저자’가 되는 시대, 한번 도전해봐?

강원국

Visit580 Date2016.04.11 15:38

책ⓒ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26) 누구나 책 쓰는 시대가 오고 있다

책을 쓰고 싶다는 후배를 만났다.
회사 다니는 노력의 1/3만 들이면 가능하다고 말해줬다.

실제로 그렇다.
회사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지 않는가.
하루 3시간씩 1년만 투자하면 책을 쓸 수 있다.

회사 다니면서 상사 눈치 보고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가.
상사 모시듯이 독자를 대하면 베스트셀러 작가도 될 것이다.

회사 발전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동분서주하지 않는가.
회사에 충성하듯 정성 들여 글을 쓰면 천하의 명문을 쓰고도 남는다.

바야흐로 만인저작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미 도래한 글쓰기 대중화를 넘어 누구나 책을 쓰는 시대가 목전에 있다.
앞으로 5년 정도 지나면 저서를 명함 같이 돌리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더 이상 저서는 지식 엘리트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 가지가 바뀌었다.

첫째, 과거에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에 구분이 있었다.
연설하는 사람 따로 있고 듣는 사람 따로 있었다.
책 쓰는 사람 따로 있고 읽는 사람 따로 있었다.
지금은 누구나 말하고 누구나 쓴다.

둘째, 일부가 독점하던 언론, 출판 매체 대신, 블로그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했다.
그 영향력이 신문, 잡지, 방송 못지않다.
여기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그것을 모아 책을 낼 수 있다.

셋째, 인터넷 환경에서는 지식, 정보를 비롯한 콘텐츠 접근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려 있다.
누구나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지식과 정보가 없어 글을 못 쓰지 않는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수동적 객체에 머물렀던 독자들이 그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책을 쓰고자 하는 능동적 주체로 떠올랐다.
소비자 위치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고 생산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각성이 책 쓰기 열풍을 낳고 있다.

나 역시 책 쓰기를 권장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겠다면 말리고 싶다.
물론, 돈도 벌고 유명해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다.
그것을 목적으로 책을 써선 그런 결과를 낳기 어렵다.

책 쓰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
그것이 더 중요한 책 쓰는 이유다.
적어도 내 경험으론 그랬다.

책을 쓰기 전, 제목을 정하며 설렜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의 여행 계획을 짜는 기분이었다.
광고 카피를 봐도, 드라마 대사에서도 내 책 제목이 떠올랐다.
어딜 갈까 무엇을 보고 먹을까 계획을 세울 때 설레 듯 말이다.

저자 소개를 쓰고 책의 목차를 잡으면서 내게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다.
앞으로 내가 더 경험해야 할 것, 보완해야 할 실력이 드러났다.
그것까지 마저 채워야 완성도 높은 책을 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면서 그 당시로 돌아갔다.
추억에 잠기고, 과거 그 시간을 즐기게 된다.

또한 쓰면서 깨닫는다.
통찰이 오고, 이렇게 좋은 생각이 내 머릿속 어디에 있다가 이제 나왔나 의아했다.

책을 쓰는 것은 글쓰기를 연마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을 한 권 쓰면 양질전화를 경험한다.
즉 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질이 바뀐다.
어느 지점까지는 양이 쌓여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비약적 발전과 변화가 일어나난다.
글이 잘 써지는 순간이 온다.

또한 책을 쓰는 과정에서 실력이 쌓인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분야에 정통해진다.전문가로 거듭나게 된다.

직장에 다니면서 책을 쓰면 이런 덤의 이점도 있다.
괴로운 일, 힘든 일이 모두 반갑다.
이런 일일수록 책의 글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일을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겪어낸다.

책 쓰기는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원고지에 쓰려면 첫줄부터 순서대로 써야 한다.
컴퓨터는 자유자재로 편집이 가능하다.
생각나는 것부터, 생각나는 대로 써놓아도 뒷감당이 된다.

쓰다가 할 말이 없으면 인터넷이 또한 해결해준다.
막힐 때마다 인터넷을 돌아다녀보면 쓸거리를 찾거나 쓸거리가 생각난다.

책 쓰기 좋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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