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텃밭농사, 이렇게 성공했어요

시민기자 서형숙

Visit4,077 Date2016.04.04 17:28

각종 채소로 가득 찬 상자텃밭

각종 채소로 가득 찬 상자텃밭

지난해 봄 구청 홈페이지에서 텃밭상자를 분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평소 텅 빈 옥상 공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터라 텃밭상자를 신청했다. 운이 좋게도 선정이 되어 텃밭상자 두 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말로만 들었던 ‘도시농부’ 생활에 첫 발을 내딛었다.

농사의 기본 지식은 전혀 없었다. 그저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던 모습을 떠올리며 시작한 것이다. 텃밭상자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가꾸기 시작한 작물의 종류는 단출했다. 상자를 배부할 때 나눠줬던 고추모종과 상추모종, 방울토마토 몇 그루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 작물들이 의외로 생각보다 잘 자라줬다.

채소 모종을 옮긴 후

채소 모종을 옮긴 후

자신이 생겨 텃밭상자 몇 개를 더 구입했다. 그리고 서울광장에서 매해 5월마다 열리고 있는 ‘꽃모종 나눔 행사’를 이용해 모종을 더 구입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상자에 흙을 붓고 꼼꼼히 잘 고른 흙에 모종을 옮겨 심었다. 그랬더니 옥상 텃밭상자는 어느새 깻잎, 상추, 치커리, 케일 등의 쌈 채소와 토마토, 오이로 가득 찼다.

지난해 열린 꽃모종 나눔 행사

지난해 열린 꽃모종 나눔 행사

여름철에는 쌀뜨물과 함께 수박껍질을 갈아 거름으로 뿌려줬다. 가끔은 유기질과 EM발효를 해서 섞어 만든 거름도 주면서 아침저녁마다 틈틈이 옥상에 올라가 농작물들을 돌봤다. 그리고 벌레가 생기면 손으로 잡아줬다. 그랬더니 따로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작물들은 매우 잘 자라줬다.

햇볕이 좋아서인지 6월이 되면 고추나무엔 풋고추가 달리고 8월쯤에는 방울토마토도 잘 여물어 붉게 영글어 갔다. 이렇게 작물들이 자라 어느새 꽃도 피고 열매를 맺게 되니 곤충 손님들도 찾아왔다. 꿀벌도 날아오고, 무당벌레도 날아드는 거였다. 그 뿐인가. 텃밭상자에는 일명 꿈틀이라 불리는 지렁이도 알을 낳아 텃밭속의 흙들을 더욱 기름지게 해줬다.

상자텃밭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들

텃밭상자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들

이렇게 농사를 짓다보니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제일 큰 장점은 삭막한 도시생활에서도 자연과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침 일찍 옥상 계단을 올라가보면 참새들이 쌀뜨물로 목을 축시고 가는 모양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텃밭은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데도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집에서 식재료를 다듬고 남은 채소나 과일 껍질은 물론이고, 일반 음식물 찌꺼기는 커피가루나, 쌀겨, 퇴비 흙과 잘 섞어서 발효시켜주면 텃밭상자 속의 지렁이 먹이도 되고 작물한테는 훌륭한 퇴비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는 텃밭 농사를 짓지 않았던 해보다 1/3 가량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농약이나 비료 없이 직접 채소를 키워서 먹게 되니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은 점차 안전한 먹거리로 채워졌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집 아이의 편식 습관도 많이 고칠 수 있었다. 평소 토마토나 상추, 쑥갓, 치커리 등의 채소를 잘 먹지 않던 아이가 엄마 아빠와 함께 텃밭을 가꾸면서 채소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흙에 모종도 옮겨 심고 쌀뜨물도 뿌려주면서 농작물들에 애정을 갖다보니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실의 소중함도 알게 된 것이다.

텃밭 흙을 고르는 아이

텃밭 흙을 고르는 아이

직접 수확한 채소며 토마토 열매를 깨끗이 씻어서 식탁에 올리면 그 맛이 아주 일품이다. 상추며 치커리 깻잎은 맛있게 삼겹살을 싸 먹고 고추는 장아찌도 담고 햇볕에 바짝 말려서 건고추로도 저장했다. 평소 사다 먹는 채소를 길러 먹으니 식비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었다.

싱싱한 오이(좌), 방금 수확한 고추(우)

싱싱한 오이(좌), 방금 수확한 고추(우)

또 한 가지.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특별한 행복이 있다. 수확한 작물들을 이웃들과 나누며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다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에서 만나면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을 같이 즐기고 관심을 가져줬다. 그 덕분에 이웃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작물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웃과 함께

이웃과 함께

올해도 봄을 맞아 옥상텃밭 농사를 지어볼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부풀어 있다. 작은 규모나마 도시 농부로 살다보면 삭막한 도시생활에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순환의 진리를 절로 깨닫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 좋은 기분을 공감하고 싶다면 올 봄 우리 집에도 텃밭 상자 서 너 개를 준비해 보자. 결코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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