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불청객 황사, 널 어쩌면 좋니?

최순욱

발행일 2016.03.30. 14:11

수정일 2016.03.30. 16:12

조회 453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일 서울, 도심에 노란 황사띠가 보이고 있다.ⓒ뉴시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7일 서울, 도심에 노란 황사띠가 보이고 있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24) 황사엔 역시 비바람이 제격

날이 무척이나 따뜻해졌다. 낮에는 굳이 점퍼나 재킷을 입지 않고도 외출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가 됐다. 벤치나 풀밭에서 햇볕을 받으며 멍하니 광합성을 하고 있노라면 문득문득 ‘그래 이게 봄이지’란 생각이 든다.

헌데 반가운 봄은 황사라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을 항상 동반하는 버릇이 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간 황사가 매년 심해져만 가는 듯하다. 올해도 벌써 한 두 차례 뿌연 황사띠를 봤는데, 각종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건강도 건강이거니와 마주칠 때마다 숟가락으로 흙을 퍼먹는 듯한 느낌이 영 찝찝하기 그지없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황사 발생 예상 일수는 5~6일 정도로 평년 수준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사실 황사는 꼭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일본, 심지어 멀리는 태평양을 넘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도 관측되는 현상이다.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서 강한 바람에 의해 높이 올라간 흙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날아온 뒤 하늘을 덮었다 내려오면 황사가 되는데, 중국에서 황사의 원재료를 하늘로 가장 많이 뿜어내는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산시성 서북쪽에 걸쳐 넓게 분포된 ‘황토고원(黃土高原)’이다. 이 황토고원이 어떻게 바싹 마른 곳이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중국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삼황오제(三皇五帝)라는 8명의 신, 또는 성인들이 차례대로 세상을 다스렸다고 한다. 이 중 황제(黃帝)는 집이나 옷을 짓는 법을 가르치는 등 원시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꿨다. 헌데, 치우(蚩尤)라는 군신이 세상을 빼앗으려 황제에게 도전했다. 치우의 머리는 구리요 이마는 철이었으며(銅頭鐵額), 힘도 장사인데다 6개의 팔에 다섯 개의 병장기를 휘두르며 싸우는 용맹한 전사였기에 황제는 치우를 쉽게 제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치우는 풍백(風伯) 우사(雨師)를 거느림으로써 바람과 비를 부릴 수 있었기에 황제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결국 황제는 딸이자 가뭄의 여신인 발(魃)을 하늘에서 싸움터로 내려오도록 했다. 발이 전장에 도착하자 풍백과 우사가 부른 바람과 비도 걷히고 말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황제는 공격을 거듭해 결국 치우를 패퇴시킬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때 치우가 잡혀 죽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잡혔지만 도망쳤다고 한다. 어쨌든 발 때문에 황제군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발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했다. 싸움에서 기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을 환영해 주는 곳도 없었다. 가뭄을 몰고 다니는 여신을 누가 좋아하겠나. 결국 발은 여기저기를 떠돌다 겨우 북쪽 땅 한 곳에 정착할 수 있었는데, 여기가 바로 산시성 서북쪽이다. 그녀가 정착하자 이곳은 곧 바싹 마른 황토고원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좀 억지일 수도 있지만 이 이야기로 미루어보면 황사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비바람 밖에 없는 듯하다. 황토고원이든 우리나라든 풍백과 우사가 나서서 메마른 흙바람이 씻겨가야 할 것 아닌가. 오늘도 하늘을 보니 뿌연 기가 보이고 공기 냄새도 좀 텁텁하다. 시원하게 봄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황사 #최순욱 #신화여행 #황토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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