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장터 ‘늘장’을 지켜주세요~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03.29. 15:52

수정일 2016.10.11. 15:07

조회 1,359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경의선 숲길 공원이 끊겼다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경의선 숲길 공원이 끊겼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44) ‘늘장’ 폐장을 통해 바라보는 공유지 활용문제

새롭게 조성된 경의선 숲길 공원이 인기다. 하지만 공덕역 주변으로 야금야금 고층빌딩이 들어서며, 용산에서 가좌까지 이어질 6.3km 숲길을 가로막고 있다. 주민들의 쉼터이자 녹색 공간으로 사랑받는 경의선 숲길이 그렇게 끊어져 버렸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이 가꾸던 텃밭이자 문화 놀이터, 사회적 경제 장터였던 ‘늘장’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늘장이 아쉬워 모인 사람들

사라질 늘장이 아쉬워 모인 사람들

지난 26일, 공덕역 1번 출구 근처 경의선 부지엔 늘장 대신 ‘공유지 난장’이 열렸다. 2013년 8월부터 이어온 늘장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개발 계획에 따라 폐장 위기에 놓이자, 시민들이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지지마켓 ‘공유지 난장’을 연 것이다. 시민들과 함께 난장을 준비한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공동대표 이원재 문화연대 소장의 설명이다.

“경의선 부지는 지나치게 개발 중심인데다 대자본이 공간을 독점하게 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곳 늘장은 그동안 많은 공무원, 시민, 협동조합이 함께 만들어온 공간인데, 올해부터는 쓸 수 없게 되었어요. 경의선 부지 문제를 좀 더 많은 시민에게 알리고, 함께 토론할 필요성을 깨닫고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지지마켓 `공유지 난장`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지지마켓 `공유지 난장`

이날 늘장 부지에선 지난 3년간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영화공간 ‘늘씨네’도, 공유공방 ‘HAP’도, 친환경 면제품을 생산하는 ‘목화송이’도, 북카페도, 적정기술을 이용해 건강한 음식도 만들고 맛볼 수 있었던 ‘자연의 부엌, 마음먹기’도 더는 만날 수 없었다. 컨테이너와 대형 텐트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대신 시민들이 난장을 열어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다. 귀걸이, 팔찌, 헤어핀 같은 액세서리나 패브릭 제품 등 핸드메이드 소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였다. 특히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부스들이 인기가 많았다.

`난장 버스킹`(좌), 핸드메이드 소품(우)

`난장 버스킹`(좌), 핸드메이드 소품(우)

늘장 vs. 주상복합빌딩, 과연 주민들의 의견은?

이날 경의선 숲길 공원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늘장 부지에 들어설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도화동 주민 정정미 씨는 이곳 늘장이 폐장한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안 그래도 지금 짓고 있는 저 건물부터 마음에 안들어요. 철길을 따라 모두 공원화했고, 이게 다 이어져야 하는데 딱 저기가 막혀 있잖아요. 뒤에도 공원인데, 왜 저렇게 해놨는지.. 이 부근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이 이런 공원과 늘장이었는데, 없애면 안 되죠.”

아이들과 블록피켓을 함께 하고 있는 정정미 씨

아이들과 블록피켓을 함께 하고 있는 정정미 씨

공덕동 주민인 정영주 씨도 “계속 건물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이곳 주민들 모두 반대하죠. 보시다시피 이미 여긴 건물들로 꽉 찼거든요”라며 반대 목소리를 더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모두 늘장 폐장 소식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주민 정영주 씨와 아이들이 블록피켓에 참여하고 있다

주민 정영주 씨와 아이들이 블록피켓에 참여하고 있다

“저희도 이곳에서 북카페를 하며 동네 어머님들이 오셔서 뜨개질 모임도 하고 그랬거든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연주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일종의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이 소통하는 게 부족하잖아요. 이런 공유지에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여러 활동이 계속 여기서 생겨나면서, 재미있는 것들이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런 공간이 없어지면 또 각자 뿔뿔이 흩어지게 되겠죠. 이곳 늘장에서 삼 년 정도 여러 단체들이 모여 꾸준히 가꿔온 상황이었는데 너무 안타까워요.”

와우촌문화예술센터 김진경 씨의 얘기를 들으니, 공공 자산인 공유지는 과연 누구를 위해 활용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늘장에는 다양한 체험부스와 푸드트럭이 있었다

늘장에는 다양한 체험부스와 푸드트럭이 있었다

과연 초고층 호텔복합시설이 차례로 들어서며 비즈니스 관광 특화지역으로 개발되는 것이 공공 자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일까? 공원으로 남겨 미래를 위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자산으로 남겨 놓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 아닐까? 뉴욕 하이라인파크처럼 시민들이 힘으로 만들어낸 변화가 미래를 위한 더 큰 자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의 자산 활용에 있어 주민의 알 권리와 의사 반영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개발에 있어 주민이 소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민들의 소통 공간인 늘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주민들의 소통 공간인 늘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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