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명소 '김수영 문학관'을 가다

시민기자 박장식

발행일 2016.03.22. 14:59

수정일 2016.03.22. 14:59

조회 1,948

도봉역사문화길의 풍경. 김수영문학관은 물론, 연산군묘, 정의공주묘까지 둘러볼 수 있다

도봉역사문화길의 풍경. 김수영문학관은 물론, 연산군묘, 정의공주묘까지 둘러볼 수 있다

저항 시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아마도 최근 영화로 재발견된 윤동주 시인이 아닐까 싶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광복 이후에도 저항 시인이 있었다. 정치적 암흑기를 겪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세태에 펜으로 대항한 시인. 1960년대의 암울한 시대상에 저항하고 자유를 갈망했던, 중의적인 표현 속에 자신의 모든 감정을 실었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던 시인, 김수영.

김수영 ⓒ뉴시스

김수영

시가 좋다는 칭찬을 들으면 꺼끌꺼끌한 모래처럼 거칠게 시를 한 편 새로 썼을 정도로, 시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그야말로 ‘거칠었던’ 사람이다. 3·15 부정선거, 4·19 혁명, 5·16 쿠데타를 거치면서 그의 시는 점점 대담하게 언론의 자유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의 시는 자아성찰적으로, 또 자아성찰을 넘어서서 사회 모두를 성찰하는 시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런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문학관이 도봉산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쌍문역에서 버스로 10여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다. 명시로 일컬어지는 ‘풀’,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 등의 육필 원고를 볼 수 있고, 등단 당시의 원고와 4·19 혁명 직후부터 변하기 시작한 그의 문체를 비교할 수 있다.

그의 생애가 잘 드러난 제1전시실

그의 생애가 잘 드러난 제1전시실

제1전시실은 그의 문체에 대한 대략적인 느낌뿐만 아니라 그가 당시의 정치적 부조리, 4·19 이후의 사회 혼란과 5·16 쿠데타를 겪고 좌절하는 모습을 통해 ‘자유시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쓴 육필연고가 문학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가 지금까지 쓴 육필연고가 문학관에 전시되어 있다

또 그가 즐겨 썼던 시어를 이용해 간단한 시를 지어볼 수 있는 자석판과 그의 시를 낭독해 볼 수 있는 곳이 있어 그의 작품세계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었다. 전시관 안에서는 내내 그의 대표작인 ‘풀’을 낭송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제1전시실을 뒤로하고 제2전시실로 올라오면 그의 서재를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이 있다. 의자 네 개가 놓여있는 서재 옆에는 그의 시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가 벽에 쓰여 있다.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제2전시실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제2전시실

제1전시실이 그의 시어를 느끼고 생애를 느낄 수 있었다면 제2전시실은 그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전시실이었다. 그가 주고받은 편지, 그가 주로 읽었던 책 등이 있다. 선린상고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그는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그것도 원서를 읽기를 좋아했다고 했다. 일본어 원서도 자주 구해다 읽었고, 일본어로만 이루어진 푸념식의 일기도 썼다고 한다.

눈에 띄었던 기록물은 그가 아들을 위해 직접 쓴 한자 교습지였다. ‘동양 사람은 한문을 배워서 고대의 훌륭한 서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라는 문장이 정갈한 서체로 쓰여 있었다. 그는 시를 통해 가족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낸 적도 있었지만, 그 역시 한 아이의 아빠였음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그가 아들의 한자공부를 위해 써놓은 한문교습지

그가 아들의 한자공부를 위해 써놓은 한문교습지

김수영 문학관 안에는 1980년대 이후 그의 양심을 기려 제정된 김수영 문학상의 수상작들이 있다. 제2전시실의 창가에 독서대가 놓여 있어 수상작들은 물론, 그의 산문과 시를 음미할 수 있다. 3층에는 방학2동 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그의 책뿐만 아니라, 읽기 좋은 책들이 놓여 있어 잠시 들르기 좋다.

김수영 문학관은 매주 월요일에 휴관하며, 도서관과 전시관 등, 문학관 내의 모든 시설은 오후 5시 40분에 문을 닫는다. 관람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니 아무리 늦어도 5시까지 도착하는 것이 좋다. 우이령 능선을 넘어 차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김수영 시인이 시상을 바꾼 가장 큰 계기가 되게 해 준 이들을 만날 수 있는 4·19 민주묘지가 위치하고 있다.

김수영 문학관의 전경. 아파트 단지 안에 꼭꼭 숨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김수영 문학관의 전경. 아파트 단지 안에 꼭꼭 숨어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김수영을 비롯한 많은 현대 위인들이 삼각산자락에서 활동했던 것에 착안, 도봉역사문화길과 도봉 현대사 위인길이 김수영문학관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전태일이 노동운동 투신 전에 살았던 집터, 김수영의 본가, 간송 전형필이 살았던 가옥 등이 보존되어있기 때문에 이들 명소도 같이 둘러보면 훌륭한 서울시내 여행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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