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끌벅적'한 이 방의 정체는?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6.03.17. 14:59

수정일 2016.03.17. 14:59

조회 1,379

정월대보름 찰밥 나눔 행사

정월대보름 찰밥 나눔 행사

도봉구 창2동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재래시장, 신창시장이 있다. 이 시장에 소문난 사랑방이 있다길래 찾아가 보았다. '시끌벅적 사랑방'은 시장 옆 한 건물 지하에 있다. 내려가는 계단 양옆 벽면엔 그동안 시끌벅적 사랑방에서 열린 행사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개소식과 함께 김장 담그기, 밑반찬 만들어 배달하기, 이웃과 모여 송편 빚기, 동지팥죽 끓여 나눠먹기, 오곡밥과 나물 만들어 나눠먹기, 온 동네 음악회 등 사진을 보며 내려가자 작고 소박한 공간이 한 눈에 들어왔다. 사람 좋은 미소가 인상적인 시끌벅적 사랑방 김주희 대표가 방문객을 반겼다.

사랑방 벽면에 붙은 행사 사진

사랑방 벽면에 붙은 행사 사진

마을에 주민 사랑방이 생기다

김대표는 자신이 살던 20년 넘게 살았던 창2동 단독주택에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왔다. 이사한 뒤엔 이곳에서 아이들 공부방 운영을 이어나갔다. 학부모의 고민 상담은 물론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심리 상담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학부모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

마을공동체가 하나둘 생길 즈음, 김대표는 ‘이웃과 정겹게 어울려 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2014년 서울시 마을만들기 공간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공부방은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김대표와 공동으로 공간지기에 나선 장정애씨와 김경미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은 ‘신창마을 시끌벅적 사랑방’ 이란 멋진 이름을 지었다.

시끌벅적 사랑방은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찾는 사랑방이 됐다. 독거 어르신들에게 나눠 줄 김장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금방 주민 70~80명이 모여 팔을 걷어붙였다. 평소 김대표와 친하게 지내던 지인은 물론이고,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의 학부모,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다는 주민들까지 함께 했다. 지금까지 마땅한 공간이 없어 모이지 못했던 주민들이 하나둘씩 시끌벅적 사랑방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다들 마실 나오거나 힘든 속내를 나누러 사랑방을 찾았다.

주민들이 모여들자 자연스레 지역 주민을 위한 행사를 열기 시작했다. 회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로 운영하며, 시낭송부터 청소년 미술치료, 천연염색, 공예까지 주민들이 배우고 즐길 수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동지엔 팥죽, 정월 대보름엔 오곡 찰밥과 나물을 만들어 나눠 먹고 마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나눠 준다. 일손이 필요할 땐 시끌벅적 사랑방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선다.

송편빚기(좌), 무연고어르신생신상 차려드리기(우)

송편빚기(좌), 무연고어르신생신상 차려드리기(우)

음식 나눔뿐 아니라 회원들이 모여 직접 뜬 목도리 100개를 폐지를 수거하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선물해 드리는가 하면 생신잔치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다는 독거 어르신 13명을 모셔 미역국을 끓여 조촐한 생신상을 차려 드리기도 했다. 사랑방 회원 20명이 일주일에 두 번씩 마을의 독거 어르신 300가구에 ‘생명의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한다.

사랑의 목도리 전달 행사(좌), 김장나눔행사(우)

사랑의 목도리 전달 행사(좌), 김장나눔행사(우)

신창시장과 신창마을 시끌벅적 사랑방의 아름다운 동거

시끌벅적 사랑방은 인접한 신창시장 상인들과 관계도 돈독했다. 시장 행사에 시끌벅적 사랑방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석해 일을 도왔고, 시장 상인들은 시끌벅적 사랑방의 취지에 공감해 다양한 식재료들을 후원했다. 금옥이네(반찬,) 삼호축산, 신창축산, 유나통닭, 네네치킨, 양말공장 ,명품수산, 일오삼수산, 코코브레드, 아영이네 떡집 등 10여 곳에서 정육과 호박죽, 통닭과 빵, 떡, 반찬 등을 정기적으로 후원해 왔고, 이 후원 물품들은 시끌벅적 사랑방 회원들이 조리하고 배분해 마을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됐다.

신창마을 시끌벅적사랑방 김주희대표

신창마을 시끌벅적사랑방 김주희대표

“수백 포기의 김장 배추가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저걸 언제 하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어느 순간 다 만들어져 있어요. 팔 걷어 부치고 힘든 줄 모르는 시끌벅적 사랑방 회원들과 마을 주민들의 덕이죠. 뭐든 같이 하고, 같이 나눠 먹고,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정(情)이 시끌벅적 사랑방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김대표의 기분 좋은 경험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올해도 시끌벅적 사랑방은 ‘시끌벅적’하게 운영될 계획이다. 마을 사람들은 사랑방에 모여 음식도 해 먹고 이야기꽃도 피울 것이다. 칙칙한 골목길도 아름답게 꽃길로 바뀔 것이고, 마을의 다문화여성들이 선보이는 다문화 요리를 비롯해 절기마다 음식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과 맛나게 나눠 먹을 것이다. 따뜻한 봄이면 우이천변에서 마을장터도 열릴 것이고, 김대표의 바람인 동네 합창단도 만들어 지리라. 혼자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이웃들과 함께 하면 늘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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