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고통 받는 직장인이여~

강원국

발행일 2016.02.29. 15:53

수정일 2016.02.29. 16:55

조회 1,069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20) 상사를 좋아해야 하는 이유

직장에서 글쓰기로 고통 받는 분이 많다.

보고서나 기획안 잘 쓰는 방법을 물어보는 분도 많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상사를 좋아해 보세요.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하진 않더라도, 미워하지만 말아 보세요.”

상사를 좋아하지 않으면 상사도 내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쓰는 글의 독자는 상사다.

상사 마음에 드는 글이 잘 쓴 글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쓴 글을 좋아한다. 아니 좋아 보인다. 잘 쓴 것처럼 보인다.

연예편지는 아무리 개발새발 써도 늘 감동적이지 않은가.

상사는 어느 부하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귀신 같이 안다.

내가 상사가 되어보니,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상사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글을 잘 쓰는 직원이 되기는 어렵다.

상사는 보고서 자체보다 보고하는 사람을 보고 보고내용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상사를 모르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상사를 좋아하지 않으면 상사 곁에 가깝게 가지 않는다.

말도 섞으려 하지 않는다.

승강기에서라도 단 둘이 만나면 그날은 재수 없는 날이다.

회식 자리에서도 상사가 앉은 줄 좌우 끝자리를 찾는다.

그래서는 상사를 알 수 없다.

취향과 성향, 가치관, 스타일을 정확히 알 수 없다.

모르면 상사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없다.

상사와 친하지 않으니 상사가 가진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보고서에 관한 상사 피드백과 코칭도 친절하게 받지 못한다.

평소 상사에게 자신의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표현할 기회 없으니, 상사가 보고내용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상사를 위해서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러면 아무리 글재주가 있고 아이디어가 많아도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내 상사가 더 위에 있는 상사에게 혼나지 않게, 칭찬받을 수 있도록, 승진도 빨리 할 수 있게 한 번 볼 것 두 번 보고, 한 번 생각할 것 두세 번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문제는 상사를 좋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직장에서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렇게 해보라.

조직의 상사로서 그 사람을 보지 말고, 인간 그 자체를 봐라.

그 사람도 집에서는 귀한 자식, 자상한 남편, 존경받는 부모다.

직장에서 맡은 역할이 악역이다 보니 왕따, ‘돌아이’가 됐다.

불쌍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내가 도와줘야 할 사람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나와의 차이점을 보지 말고, 수면 아래 있는 공통점을 찾아봐라.

그도 나와 같은 사람이다.

그 역시 하수인에 불과하다.

월급 받고 같이 고생하는 동지다.

나를 봐라.

비루하기는 마찬가지다.

누구나 거기서 거기다.​

상사보다 더 위로 올라가서 내려 봐라.

내가 회장,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봐라.

충분히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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