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리터의 물감이 꿈꾸는 미래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6.02.18. 09:08

수정일 2016.02.18. 18:00

조회 410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

장벽을 뛰어넘는 사람

베를린 장벽의 거대한 화폭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가 한국을 찾았다. 용산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 꾸며진 이번 전시를 통해 꿈과 사랑, 철학과 자유,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1990년 10월 3일 동과 서로 나누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 후 세계 21개국의 118명의 예술가가 남아 있는 장벽을 찾았다. 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은 ‘평화’, ‘환경’, ‘관용’이라는 모토로 개성 넘치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4,000리터 이상의 물감이 4,196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장벽을 채우며, 베를린 장벽을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탈바꿈시켰다.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인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강렬한 색상과 메시지가 뚜렷한 벽화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은 ‘11월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벽을 넘어 파도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이다. 이란 출신 화가 카니 알라바의 작품이다. 그는 베를린의 체크포인트 찰리 부근 예술센터에 작업실을 가지고 있어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의 상황을 매일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89년 11월 9일 자정이 되기 직전에 경계선이 개방되고 수천 명의 동독 사람들이 몰려드는 광경을 보고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11월에 일어난 일

11월에 일어난 일

시선을 끈 또 다른 작품은 ‘무너뜨릴 벽은 많다’였다. 동화의 삽화처럼 가볍고 재미난 분위기와는 다르게 담고 있는 메시지는 깊었다. 우리 집과 이웃집과의 경계를 표시하는 가로막힌 담을 허물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아이들을 그린 독일 이네스 바이어의 작품이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무너져야 할 장벽들이 많다.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지역 간의 단절, 인종 간의 단절 등을 모두 허물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팝아트로 표현한 작품이다. 넓은 세상 속이 아니더라도 당장 우리나라 역시 분단국가이고, 분단된 안에서도 세대 간, 남녀 간, 나눌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벽들을 만들고 있는 요즘 풍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무너뜨릴 벽은 많다

무너뜨릴 벽은 많다

DMZ 스토리 관으로 이동하니 지구 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치만 우리의 아픈 역사의 땅 DMZ에 묻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고 있는 이야기에서부터 DMZ에서 이뤄지고 있는 화해와 치유의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 영상을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다. G1 강원민방이 DMZ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 확대, 재생산하여 자연, 문화, 역사 등 인문학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제27부 마릴린 먼로의 코리아 세레나데’, ‘제23부 병사와 멧돼지’, ‘제87부 6·25 영웅! 해병마 레클리스’ 세 편이 상영 중이다.

DMZ 스토리 전시실

DMZ 스토리 전시실

아이들의 호기심을 가장 이끈 곳은 전시 체험관이었다. 특히 ‘VR 체험관’에서는 국내 최초로 체험하는 360도 DMZ 영상으로 통일전망대, 두타연, 숭일교, 애기봉, 파로호의 모습을 마치 실제 거기에 가 있는 듯한 영상 체험을 할 수 있다.

VR 체험관

VR 체험관

분단된 국가의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대한민국. 여전히 슬픈 역사의 길을 걷고 있지만 무너진 베를린 장벽이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새로운 관광지가 된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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