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마을길이 서울둘레길에 포함된 이유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6.02.03. 14:46

수정일 2016.02.03. 18:44

조회 3,331

평창동의 한 주택. 정원의 소나무가 잘 가꾸어져 흡사 분재원처럼 보인다

평창동의 한 주택. 정원의 소나무가 잘 가꾸어져 흡사 분재원처럼 보인다

기자는 ‘서울둘레길’ 완주를 새해 목표로 세웠다. 정보를 얻기 위해 서울시에서 발행한 ‘서울둘레길 가이드북’으로 연구를 했다. 서울을 한 바퀴 휘감아 돌며 숲, 하천 등 자연이 어우러진 총 연장 157킬로미터, 8개 코스의 장대한 길이다. 걸으면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 등을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치유의 길이다.

그런데 코스 중에 색다른 구간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평창마을길. “왜 서울둘레길에 평창동이 포함 되었을까? 인사동이나 북촌, 서촌 마을처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것도 아닌데..” 이러한 궁금증이 서울둘레길 완주의 시작점으로 평창마을길을 선택하게 했다.

평창마을길은 서울둘레길 제8코스인 ‘북한산코스’의 소구간 중 하나이다. 형제봉 입구에서 탕춘대성암문 입구까지, 그 길이가 5킬로미터나 된다.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옆 정류장에서 7211번 버스를 타고 평창동 삼성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렸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길가에 표석 하나가 나타난다. 조선 정조 때 설치한 ‘여단터(일명 여제단, 癘祭壇)’이다. 자손 없이 죽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1년에 세 차례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다고 한다. 또 전염병이 크게 돌때는 관원을 보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평창동 도로변에 설치된 여단터 표석

평창동 도로변에 설치된 여단터 표석

여단터를 지나 15분 정도 오르막길을 오르니 형제봉 입구가 보였다. 서울둘레길 북한산코스는 이곳 형제봉 입구에서 평창마을길과 명상길로 갈라진다. 우체통을 재활용한 새빨간 스탬프 시설이 반기는 듯 서 있다. “서울둘레길 157킬로미터, 기필코 완주하리라” 새롭게 결심을 하듯 일행들과 첫 번째 스탬프를 힘차게 눌러 찍었다. “자, 이제 출발이다!”

형제봉 입구의 평창마을길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문

형제봉 입구의 평창마을길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문

평창마을길은 둘레길이 주는 편안함이 아닌 딱딱한 아스팔트길의 연속이다. “왜 이런 길을 둘레길로 정했나?”며 불평하는 일행을 다독이며 5분쯤 걸었을까? 아름다운 한옥 지붕이 보여 안으로 들어갔더니, 평창동의 이국적인 풍광을 한 눈에 담고 대불과 석탑이 마주하며 서 있다.

평창동의 이국적인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평창동의 이국적인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길을 천천히 동네 안으로 들어간다. 갈수록 신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똑같음을 거부하는 옹고집이랄까. 집집마다 다른 모양의 자태를 하고 있다. 달팽이 지붕의 주택, 꼭두인형으로 꾸민 뮤지엄, 조각으로 채운 정원, 언덕 위의 유리성, 성벽 같은 담벼락, 분재원 빰치는 정원수, 하트 장식의 건물 외벽 등 일일이 거명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과 뮤지엄, 갤러리, 종교시설이 잘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커다란 야외 주택전시장 같다.

건축상을 받았다는 조각작품 같은 건물모습

건축상을 받았다는 조각작품 같은 건물모습

`꼭두뮤지엄` 모습, 뒷산은 형제봉이다

`꼭두뮤지엄` 모습, 뒷산은 형제봉이다

이국적인 분위기는 흡사 외국에 여행 온 듯 착각을 일으킨다. 고개를 들면 북악산과 인왕산, 관악산이 파노라마처럼 길게 펼쳐진다. 유명한 건축가의 도움으로 멋진 건물을 지었다면, 안은 주인의 것이지만, 밖은 길손을 위한 것이 아닐까! 아마 평창동을 둘레길에 포함한 이유도 아름다운 집들을 한번쯤 감상하라는 의도였으리라. 궁금증이 풀리는 순간이다.

이국적인 모습의 건물

이국적인 모습의 건물

‘평창’이란 마을 이름에는 유래가 있다. 조선 광해군 때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조세를 관리하던 선혜청의 가장 큰 곡물창고가 평창이었는데, 그 창고가 있던 곳이 바로 지금의 평창동이라 한다. 평창동은 풍수지리적으로 재물과 예술을 상징하는 백호의 기운이 머무는 곳으로, 북한산 보현봉과 형제봉이 포근히 마을을 감싸는 명당이다. 명예와 관직을 상징하는 청룡의 기운이 서린 성북동과 대비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평창동에는 비싼 주택과 뮤지엄, 갤러리, 종교 시설들이 모여 있는 듯하다.

평창마을 서울둘레길의 아름다운 모습

평창마을 서울둘레길의 아름다운 모습

누구나 신년 초 계획을 끝까지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둘레길 완주’란 목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쁜 일상으로 완주가 어렵다면 색다른 구간부터 탐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할 때 한 구간씩 채워 가면 된다.

평창마을길 안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탐방객 모습

평창마을길 안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탐방객 모습

그 중에서도 평창마을길만은 꼭 걸어보았으면 한다. 양지바른 마을이라 추운 겨울에도 큰 문제가 없으니 설 연휴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걷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함께 가질 수 있는 길, 이것이 직접 탐방한 기자의 결론이다. 둘레길에 포함되기 전에는 굳이 갈 기회가 없었던 그들만의 마을이었는데, 서울둘레길이 평창의 사람들과 바깥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소통의 다리가 된 것 같다. 다만 주거지역이므로 조용한 탐방 매너는 잊지 말자.

 ○ 교통편
  - 형제봉 입구 : 지하철 길음역 3번 출구에서 버스 153, 7211번/불광역 서울혁신파크 옆 정류장에서 버스 7211번 / 롯데,삼성아파트 하차(도보15분)
  - 탕춘대성암문 입구 : 지하철 길음역 3번 출구에서 버스 7211번/불광역 서울혁시파크 옆 정류장에서 버스 7211번 / 구기터널·한국고전번역원 하차(도보10분)
 ○ 둘레길 문의
  - 서울둘레길 안내센터 : 02-779-7901~4
  - 서울시청 1층 열린민원실 : 02-2133-79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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