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따뜻한 빵이 되고픈 ‘잉어빵’의 꿈

시민기자 최용수 시민기자 최용수

Visit583 Date2016.01.28 16:10

잉어빵을 팔고 있는 적십자봉사단 신영옥회장(오른쪽)과 회원

잉어빵을 팔고 있는 적십자봉사단 신영옥회장(오른쪽)과 회원

강서구 강서로 532번지의 한적한 도로변, 벌써 3년 째 겨울이면 나타나는 ‘토종잉어빵’ 가게가 있다. 한겨울 찬바람을 막는 비닐 천막을 두른 이곳은 잉어빵을 굽는 빵틀과 가스통, 재료를 담은 양푼이가 놓인 소박한 포장마차이다.

정 많아보이는 두 엄마들의 잉어빵을 뒤집는 손놀림이 바쁘다. ‘매코미’와 ‘슈크림’ 등 2종류를 파는 ‘토종잉어빵’ 가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게의 주인이 날마다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 무슨 사연일까?

찬바람 부는 도로변에 있는 작은 `토종잉어빵` 포장마차

찬바람 부는 도로변에 있는 작은 `토종잉어빵` 포장마차

갓 구운 잉어빵이 진열돼 있다

갓 구운 잉어빵이 진열돼 있다

이야기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서구 가양1동에는 2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적십자봉사단’이 있다. 지역을 위해 꾸준히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오던 이 단체는 지역의 어르신들과 청소년 등 지역 주민이 다 함께 할 수 있는 ‘새해맞이 떡국나누기’와 ‘복날 삼계탕 대접하기’ 행사를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단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만으로 큰 행사를 치르기엔 한계가 있었다. 궁리 끝에 단원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고, 그게 바로 ‘토종잉어빵’ 가게의 시작이다.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 석달동안 잉어빵을 파는데, 회원들이 2명씩 교대로 봉사를 한다.

새해맞이 떡국나누기 행사 모습(가양1동 주민센터)

새해맞이 떡국나누기 행사 모습(가양1동 주민센터)

“단원들의 회비도 좋지만 회원들의 봉사로 활동기금을 마련하니 더 값진 것 같다”며 입을 뗀 신영옥 회장은 “하루 종일 추운데서 앉지도 못하고 매캐한 가스 냄새를 맡으면 힘들만도 한데 열심히 잉어빵을 굽는 회원들에게 참 고맙다”고 자랑했다. 마침 친구들과 잉어빵을 사러온 한 양천초등학생에게 “잉어빵 맛있니?”라고 물었더니 “여기 빵은 친구 엄마들이 구워주는 잉어빵이라 더 맛있는 것 같아요”라며 빵 굽는 엄마들과 인사를 나눈다.

잉어빵을 사러온 초등학생들

잉어빵을 사러온 초등학생들

올해의 ‘새해맞이 떡국나누기 행사’는 지난 6일 가양1동 주민센터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적십자봉사단원들과 청소년 2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어르신들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 특히 청소년들은 어르신 자리 안내, 음식 서빙을 하며, 자연스레 어르신들과 대화하게 되고 이는 경로효친사상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봉사자들은 이날 참석한 어르신들에게 직접 포장한 선물을 전달하며 새해 건강을 기원해드렸다. 또 매년 여름철에는 ‘복날 삼계탕 나눔행사’를 실시한다.

열심히 잉어빵을 굽고있는 노선임 회원 모습

열심히 잉어빵을 굽고있는 노선임 회원 모습

올 겨울 추위는 15년 만에 몰아친 최강 한파라지만 이들을 보니, ‘함께사는 우리서울’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찬바람 부는 도로변에서 잉어빵을 한 마리씩 팔아 모은 돈이 새해맞이 떡만두국과 복날 삼계탕으로 다시 태어난다니 ‘토종잉어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런 행사를 오래 오래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

이 날 당번인 노선임(62세) 회원의 말이 가슴에 깊게 남는다. 기자도 잉어빵 식을세라 얼른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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