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청년들에게 조력자가 필요한 이유
최순욱
발행일 2016.01.27. 14:56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16) 영웅에게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서울에 대한 큰 소식은 으레 서울토박이의 관심을 끌곤 한다. 요새는 이른바 ‘청년정책’이 서울과 관련해 뉴스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슈이지 싶다.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반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직난과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을 돕기 위해 7월부터 저소득층과 장기 미취업 청년들을 대상으로 월 50만 원씩 지급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인 듯하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제기한 소에 대응하기 위한 대리인도 선임했다고 하고 일자리 지원 사업, 청년공공임대사업 등도 올해 중에 추진하겠다고 하니 청년지원에 대한 시의 의지가 꽤나 확고해 보인다. (관련기사 ☞ 클릭)
사실 나처럼 법에 대해 무지한 사람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소까지 제기하며 부딪히고 있는 법논리를 밑바닥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드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해보자면 보건복지부도 청년에 대한 지원 그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닐 거라 본다. 사람이 크건 작건 어떤 일을 해 내기 위해서는 대개, 아니 절대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셉 캠벨(Joseph Cambell) 전 세계 신화학자 중에서 학문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큰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그는 세계 각지에 산재한 다양한 신화와 전설을 수집해 구조를 분석한 뒤에 이들이 모두 하나의 ‘단일신화(monomyth)’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절대 다수의 영웅신화들이 유래한 지역이나 길이, 등장인물들에 상관없이 모두 <출발>, <시련과 입문의 성공>, <회귀와 사회와의 재통합>이라는 동일한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문득 소명을 받아 원래 속해있던 세계에서 떠나 모험에 뛰어드는 것이 첫 번째 단계요, 영웅이 정신적인 고뇌와 자신에 대한 성찰을 통해 신적인 상태에 이르고 마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그리고 영웅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 마침내 세계를 구원하고 떠났던 사회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이것이 마지막 단계다. 세 단계는 좀 더 작게 열 둘, 또는 열아홉 단계로 구분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영웅전설은 물론이거니와 만화 주인공, 심지어 21세기 영화에 등장한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도 여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이렇게 보면 영웅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영웅의 길을 걸어가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캠벨은 영웅신화의 구조만큼이나 영웅의 여정에 개입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강조했는데,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조력자(helper)다. 아무리 비범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라도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절대로 과업 수행에 실패하고 만다. 아리아드네가 실타래를 주지 않았다면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는 뛰어난 용력으로 소 머리를 한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처치했다한들 천재 장인 다이달로스가 설계한 미궁을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속에서 말라 비틀어졌을 것이다. 20세기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도 마찬가지다. 불의 산 꼭대기까지 주인공 프로도를 업어서 데려간 동료 샘이 없었다면 과연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파괴하고 고향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심지어 배트맨에게도 저 믿음직한 사이드킥(조수) 로빈이 있지 않은가.
어찌 보면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다. 영웅이 비범한 것은 사실이되 결코 전지전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지전능한 주인공은 애초에 소명을 받아 모험과 시련의 길에 나설 필요조차 없다. 우리 모두, 그리고 시대의 소명을 받은 모든 청년들은 영웅이 될 충분한 자질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적절한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모쪼록 청년들이 현재의 시련을 극복하고 주어진 소명과 과업을 마침으로써 진정한 영웅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돕는, 그런 청년정책이 시행되기를 기원한다. 서울시의 청년정책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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