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요일식당’으로 나르샤~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6.01.25. 13:32

수정일 2016.01.25. 17:36

조회 1,328

은평사회적경제허브센터 3층 공동주방 참새방앗간

은평사회적경제허브센터 3층 공동주방 참새방앗간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3층에 있는 공동 사무실의 공동 주방 ‘참새방앗간’ 앞엔 특별한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매주 수요일엔 인도네시아(나시고랭), 중국(마파두부), 일본(야끼도리), 필리핀(스파게티), 베트남(쌀국수) 등 다문화 음식이 나오고, 목요일엔 한식으로 점심식사가 가능한 깜짝 요일식당이 열리고 있었다. 다문화여성기업인 '마을무지개'는 지난해 12월부터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 입주한 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수요밥상과 목요밥상’을 시범운영 하고 있다.

사회적경제허브센터 내의 수요밥상에서 식사하는 활동가들

사회적경제허브센터 내의 수요밥상에서 식사하는 활동가들

“겨울에 도시락을 싸 오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고 특히 사무실 바로 밖에서 다문화음식과 한식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다양해서 더 좋아요. 식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점심값도 저렴해서 일주일 2번 식당이 열리는 날엔 꼭 먹는 편이죠.” 먹음직스런 마파두부 덮밥을 담아가며 홍수정(세상을 품은 아이)활동가는 말했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마파두부덮밥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마파두부덮밥

‘마을무지개’의 새로운 도전

'마을무지개'는 지난 5년간 은평구 결혼이주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유치원과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다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현재 16명의 다문화 강사들은 교육 현장에서 활발하게 다문화를 알리고 있다. ‘함께 가는 아시아여행’과 ‘글로벌 식탁으로의 초대’라는 테마로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를 알리는 것은 물론 공연단 ‘컬러링’을 만들어 각 나라의 전통춤과 노래, 전통놀이를 공연으로 보여주고 있다.

`찾아가는 다문화 체험` 수업 현장

`찾아가는 다문화 체험` 수업 현장

하지만 자생력을 갖추고 마을기업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마을무지개'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처음보다 다문화 교육 사업이 많이 성장해 은평구를 넘어 서초구, 성북구 등 서울 전역에서 다문화 교육이 진행됐습니다. 수업 의뢰가 들어오면 16명의 다문화 강사들은 현장으로 달려가곤 합니다. 하지만 일하고 싶은 사람은 많으나 현장은 늘 좀 모자라죠. 특히 방학 땐 더욱 그렇고요. 정서적 자존감뿐 아니라 경제적 만족감을 채울 수 있는 대안이 필요했죠. 아이들과 모국의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던 강사들과 지역의 큰 축제에서 다문화 음식을 만들어 부스를 운영해 본 경험은 새로운 도전에 힘이 됐어요.”

전명순 (주)마을무지개 대표는 다문화 강사진 중에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일본 등 다섯 나라의 다문화 강사들과 함께 케이터링사업을 준비했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소자본으로 보다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위해 모색한 방법이었다.

다행히도 지난해 (재)함께일하는재단의 다문화비지니스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음식 만들기에 소질이 있는 다문화 강사들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일본 결혼이주여성 5명이 전문 요리사에게 메뉴 개발을 위한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다문화 음식을 먹었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의할 점, 많은 음식을 낼 때의 방법과 좋은 음식을 내면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익혔다.

`마을무지개` 강사진

`마을무지개` 강사진

케이터링 사업과 요일 식당으로 다시 한 번 나르샤~

‘마을무지개’에게 지난 여름은 뜨거웠다. 지역 축제와 행사에서 쌀국수, 또띠아, 나시고랭을 만들어 부스를 운영해 큰 호응을 받기 시작했다.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 입주해 있는 25개 사회적경제 단체들은 각 단체의 교육이 있을 때 교육생들의 식사를 '마을무지개'에 의뢰해 왔고, 다문화 음식들을 메뉴로 준비해서 멋지게 차려냈다.

입소문을 타고 인근 지역의 단체에서도 케이터링을 의뢰해 오기 시작했다. 쌀국수(베트남), 야끼도리(일본), 름쁘르와 나시고랭(인도네시아) 등 다문화음식들을 준비해, 출장을 나갔다. 음식을 요리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모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가서 세팅과 서빙, 음식 설명을 곁들여 케이터링을 진행해 음식은 물론 좋은 인상을 남겨 만족감을 높였다. 식사 후엔 전통의상을 입은 결혼이주여성들과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고, 자연스레 다문화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돼 다문화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

`마을무지개`의 케이터링 서비스

`마을무지개`의 케이터링 서비스

하지만 보통 1회성에 그치는 케이터링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기 어려웠다.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우선 사회적경제허브센터에 입주해 있는 25개 사회적경제 단체의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요일별 식당을 운영하면 고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지난달부터 다문화음식과 한식으로 요일 식당을 열게 됐다. 메뉴가 공지되면 입주 활동가들이 신청을 하고, 약 두 시간 가량 주 조리자와 보조 조리자가 한 조가 돼서 음식을 준비해 점심을 내는 방식이다. 다양하고 맛있는 요리 덕분에 지금은 입주단체 활동가들이 약 20~30명 정도 늘 신청을 하고 있다.

`수요밥상`을 준비하는 모습

`수요밥상`을 준비하는 모습

“제가 한 음식을 사람들이 먹고 맛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요. 다문화체험수업만 하는 것보다 내 나라 음식을 만들어 요일 식당과 케이터링을 함께 하니 더 재밌어요. 여기에서 만들어 본 음식을 다문화체험수업에서 아이들과도 할 수 있어요.”

전명순대표(가운데)와 `요일식당` 요리사들

전명순대표(가운데)와 `요일식당` 요리사들

결혼 8년차인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가탑메리제인만다오(32세)씨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사람들에게 배식하면서 밝게 미소 지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강화해, 당당하게 뭔가를 계속 해 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도전이 성공하길 바라며 지지를 보낸다.

문의: 070-764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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