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반점이 새겨진 200년 된 노송 이야기

시민기자 최용수

Visit931 Date2016.01.21 08:29

일명 김신조 소나무로 불리고 있는 `1.21사태 소나무`

일명 김신조 소나무로 불리고 있는 `1.21사태 소나무`

“200년 넘게 살아왔지만 단 하루 ‘1968년 1월 21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아려옵니다. 다시는 나를 사이에 두고 남·북이 서로 총을 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한양도성 성곽길 제1코스인 ‘북악산코스’에서 만난 老松(노송)이 탐방객에게 속삭이는 말이다.

숙정문(肅靖門)을 지나 백악마루(白岳山)로 가기 전에 서있는 ‘1.21사태 소나무(일명 김신조 소나무)’.

한양도성 성곽길 제1코스 `북악산코스`

한양도성 성곽길 제1코스 `북악산코스`

48년 전인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를 폭파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 침투했다. 북한산 사모바위-탕춘대를 거쳐 청와대 코 앞 세검정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았다. 검문하던 경찰에게 기관총을 난사하고 시내버스에 수류탄을 터뜨리는 등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했다. 그 중 일부가 ‘백악마루’로 도주하여 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당시 15발의 총탄을 맞으며 현장을 지켜보았던 소나무가 바로 북악산코스의 老松(노송) ‘1.21사태 소나무’이다. 몸에 박힌 총알은 모두 제거되었지만, 선명한 탄흔(彈痕)은 민족의 아픔을 잘 말해주고 있다. (관련기사☞ 북한산 마니아도 잘 모르는 ‘사모바위’ 이야기)

민족의 아픔을 보여주는 탄흔(彈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노송

민족의 아픔을 보여주는 탄흔(彈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노송(좌), 북악산코스의 서쪽 끝 창의문(우)

지난 6일 북한은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주부터는 대대적인 삐라살포까지 감행하고 있다. 연초부터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영화 실미도에서 ‘박정희 목 따러 왔수다’라는 장면을 보며 설마 했었는데 이곳 소나무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소나무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기자에게 딸과 함께 북악산코스에 탐방 온 황경숙(42세, 사당동)씨가 한마디 건넨다.

북악산코스의 서쪽 끝은 창의문이다. 창의문에서 100여 미터 시내로 내려오면 당시 전투에서 목숨을 바친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경무관과 정정수 경사의 순직비가 있다. 이곳에 들른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국경찰에 대해 명복을 빌어보자. 우리들의 작은 기도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보내는 엄중한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

`숙정문~창의문` 구간은 특수경비지역이어서 신분증 제시 후 입장할 수 있다

`숙정문~창의문` 구간은 특수경비지역이어서 신분증 제시 후 입장할 수 있다

총 4.7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악구간(북악산코스)은 탐방하는데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절기(11월~2월)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특수경비지역이어서 ‘숙정문~창의문’ 구간은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신분증 휴대를 잊지 말자.

추워서 움츠리기 쉬운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백악구간을 걸어보면 어떨까. 우리 서울에서도 생생한 안보현장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1월에 북악산코스를 간다면 아픈 역사가 탄흔으로 남겨진 노송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 자세한 문의 및 관련 정보
 ○ 한양도성도감 02-2133-2657,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64
 ○사이트 : seoulcitywall.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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