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웠던 ‘1950 흥남 그 해 겨울’

시민기자 권영임

발행일 2016.01.14. 16:36

수정일 2016.01.14. 17:29

조회 1,633

한국전쟁ⓒ뉴시스

지난 2014년 12월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은 전 연령대의 고른 사랑을 받은 영화였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황정민 역)네 다섯 식구의 힘든 피난 생활을 다룬 이야기로, 영화의 시작은 전쟁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유엔군과 남한군이 흥남에서 철수할 때 북한 주민들도 자유를 찾아 같이 탈출하는 장면이다. ‘메러디스 빅토리아’라는 배에 군인과 무기를 싣기로 되어 있었지만 남으로 탈출하려는 주민들을 태우기 위해서 무기를 비롯한 모든 짐을 버리고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을 싣고 12월 23일 흥남항을 출발하여 2박3일 여정으로 거제도에 도착한다.

흥남 철수 작전은 문학이나 영화, 가요의 단골로 등장하는 사건으로, 한국전쟁의 가장 극적이고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이다. 전쟁의 비극에서 비롯한 흥남 철수 작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열리는 ‘1950 흥남 그 해 겨울’ 전시회는 흥남 철수 65주년을 맞아 기획되었다.

전시회 포스터

전시회 포스터

특별 전시회는 1950년 눈보라가 매서운 추운 겨울, 유엔군과 남한군이 중공군 참전으로 포위되자 함경남도 흥남항에서 군인 10만 5,000여명과 주민9만천여명이 철수한 군사작전에서 출발한다. 그해 흥남은 전쟁의 참혹함, 분단의 비극, 고향을 등지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분단의 아픈 시간을 상징하고 있다.

피난민으로 가득 찬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좌)ⓒ뉴시스, 필사적으로 배에 오르는 피난민(우)ⓒ뉴시스

피난민으로 가득 찬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좌), 필사적으로 배에 오르는 피난민(우)

흥남 특별전은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길 위의 전쟁’으로 흥남 철수의 배경을 담고 있다. 2부는 ‘그 겨울의 항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는 군인들의 탈출하는 모습을 증언과 유품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3부는 ‘우리 안의 흥남’으로 피난민의 정착생활, 실향민의 문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배경인 부산 국제시장 주변으로 모인 피난민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일군 삶을 느낄 수 있다.

미군들이 사용했던 군수용품

미군들이 사용했던 군수용품

피난민들의 보따리를 재현한 모습

피난민들의 보따리를 재현한 모습

흥남 철수 작전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상설전시 제2관을 찾으면 된다. 1950년 흥남항 철수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빽빽하게 서 있는 피난민들,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 등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빅토리아호는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화물선이지만,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을 탈출시켜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한 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고 한다. 또 이 배가 크리스마스 즈음 출발해 피난민들을 수송한데서 유래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기적 같은 수송선 덕분에 피난민들은 한겨울의 추위와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모두 안전하게 도착했다고 한다.

메러디스 빅토리아 호의 풍경-출산이 임박한 임산부

메러디스 빅토리아 호의 풍경-출산이 임박한 임산부

이번 특별 전시회는 단순히 적군을 피해 탈출하는 군인과 주민 수송 작전을 회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슬픔과 희망, 아픔을 그려내고, 탈출 후에 힘들게 삶을 이어갔던 앞선 세대의 인생을 회고해보는 뜻 깊은 기회이다. 그 때 고향을 떠난 많은 피난민들은 다시 고향을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이산가족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흥남이라는 지역에만 한정 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전쟁의 아픔을 담아내는 전시회인 것 같다.

○ 전시 장소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
○ 전시 기간 : 2016년 2월 28일까지
○ 관람 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수요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 관람료 : 무료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