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日대사관 앞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기자 김경민

발행일 2016.01.13. 16:30

수정일 2016.01.13. 16:59

조회 1,734

대현문화공원에 위치한 소녀상

대현문화공원에 위치한 소녀상

지난 12월 28일, 한일 정부간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타결과 관련해 시민단체 등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정부와 언론은 일본 대사관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위안부 소녀상이 세워지고 있는데, 기자는 이번 위안부 소녀상 이전 논란을 계기로 서울에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들을 찾아보았다.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일본 정부가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정식명칭은 ‘평화의 소녀상’(김서경·김운성 作)이다. 1992년부터 시작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첫 수요집회가 1,000번째를 맞이한 2011년 12월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시민단체가 주도해 건립했다.

일본 대사관을 외롭고도 슬프게 응시하며 의자에 앉아 있는 한복 차림의 소녀상 옆에는 빈 의자가 놓여있다. 누구나 자리에 앉아 소녀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의 슬픔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뒷길을 따라 평화의 소녀상을 찾아갔다. 소녀는 시민들이 씌워준 털모자와 목도리를 두르고 오늘도 입술을 앙 다문채로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엄마와 함께 온 두 자매가 소녀상의 두 손을 꼭 잡으며 털장갑을 놓아주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 두 자매가 털장갑을 놓아주고 있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치한 소녀상. 두 자매가 털장갑을 놓아주고 있다

굳세게 서 있는 정동길 ‘평화의 소녀상’

정동길을 따라 이화여고를 지나 경향신문 사옥방향으로 가다보면 붉은 색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작은형제회, 프란치스꼬회) 앞 광장 한 켠에는 한 손에 평화와 희망의 나비를 얹고 서있는 또 하나의 ‘평화의 소녀상’(김서경 作)을 만날 수 있다. 이 소녀상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뜻에서 일본 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달리 두 다리로 굳세게 서 있는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정동길 소녀상은 지난 2015년 11월 3일, 광복 70주년이자 86번째 학생의 날을 맞아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이 주도해 서울 53개 고등학교 1만 6,000명 학생들이 뜻을 모아 건립했다. 지난 9일 오후에 찾은 정동길 소녀 역시 시민들이 씌어준 귀마개와 목도리 그리고 털장갑을 끼고 있다. 그러나 추운 날씨 탓인지 새장처럼 둘러싼 철망 안에 홀로 서 있는 소녀상이 바로 옆 빈 의자처럼 쓸쓸하게 느껴져 한 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평화의 소녀상

정동길에 위치한 소녀상

파란 날개를 단 이대 앞 ‘평화의 소녀상’

지하철 이대역에서 이화여대 정문으로 걷다보면 인도 한 켠에 파란 나비의 날개를 달고 막 날아오를 것 같은 또 하나의 ‘평화의 소녀상’(김서경·김운성 作)을 만날 수 있다. 다소 앳된 모습의 이 소녀상은 지난 2014년 12월 24일, 이화여대 등 서울소재 14개 대학 연합 역사 미션 동아리 평화나비네트워크(평화나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순수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

원래 이화여대 교정에 세우려 하였으나 학교 측의 반대로 이곳 대현문화공원에 세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등 뒤의 파란 나비 날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대학생들이 나비가 되어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일 저녁에 찾은 평화의 소녀상은 회색 목도리를 두른 채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 속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의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서있는 것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대 역 근처 대현문화공원에 위치한 소녀상

이대 역 근처 대현문화공원에 위치한 소녀상

지난해 12월 10일 서울시는 세계인권의 날을 맞이해 인권선언조형물 설치를 비롯한 서울 인권지도 만들기 시민공모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올 6월부터 서울의 근현대 역사속 인권현장을 스토리텔링과 함께하는 탐방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불과 수십 년 전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유린된 우리 할머니들의 한을 잊지 않고 풀어드리기 위해 시민들의 염원을 모아 이들 평화의 소녀상들을 꼭 지켜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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