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명료하게, 그림같이, 노래처럼 써라”

강원국

발행일 2015.12.28. 13:40

수정일 2015.12.28. 13:43

조회 1,195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12) 독자가 만족하는 글이란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란 시의 일부다.

풍경(風磬)은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면서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나지 않는 풍경,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의 풍경은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글도 그렇다.
글은 풍경이다.
독자의 반응이 바람이다.

글은 보여주기 위해 쓴다.
반응을 기대하며 쓰는 게 글이다.
글 쓰는 사람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것이 글의 본질이다.
반응이 없는 글, 읽혀지지 않는 글은 무의미하다.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독자가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출판사에 3년 가까이 몸담고 있다.
그사이 가장 큰 소득은 독자의 심리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는 점이다.
독자는 어떤 글을 원하며, 어느 대목에서 흥미를 느끼고, 어느 지점에서 지루해 하는지를 깨닫게 됐다.

독자는 글에서 다섯 가지를 기대한다.
첫째, 새로운 사실 혹은 유용한 정보
둘째, 참신한 시각이나 관점, 해석
셋째, 재미있는 이야기
넷째, 인상적인 인용구 (명언, 통계, 사례 등)
다섯째, 멋있는 표현이다.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이 다섯 가지를 선사해야 한다.
이 가운데 한 가지도 찾지 못하면 독자는 화를 낸다.
만약 이 모두를 충족하면 독자는 포만감과 뭉클한 감동을 느낀다.

새로운 사실과 정보는 넘쳐난다.
열심히 찾기만 하면 된다.

참신한 시각이나 관점 역시 어렵지 않다.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 읽다 보면, 여러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듣거나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긴다.
결국 이것도 열심히 읽고 취재하면 해결될 문제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다.

전래동화, 전설, 민담, 이솝우화, 그리스신화, 고사성어 이야기, 영화 줄거리 등 모두가 이야기다.
물론 내 이야기가 가장 좋다.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자기 이야기가 없어도 상관없다.
남의 이야기, 즉 사례를 들면 된다.
사례도 이야기다.

인용구는 명언, 격언과 같이 기억해서 써먹기 좋은 짧은 구절을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널려 있다.
대신 누구나 아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끝으로, 멋있는 표현은 남의 글을 읽을 때 틈틈이 메모해 둬야 한다.
급하게 찾는 방법도 있다.
쓰고자 하는 글의 주제어를 검색해서 관련 칼럼을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 서점에 가서 관련 서적의 목차를 보는 것이다.
눈에 띄는 표현이 있으면, 갖고 와서 내 것으로 변형만 하면 된다.

이제 쓰는 일만 남았다.

나는 글 쓸 때, 독자가 내 글에서 얻게 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것 중에 하나라도 충족시키려고 한다.
또한 독자가 흥미로워 할 지점, 지루해 할 대목을 찾아본다.
그리고 독자가 기억하고 싶은 한 줄은 무엇일까, 독자가 내 글에 설득되고 공감해야 할 이유와 근거는 있는지 살펴본다.
아울러, 독자가 예상하는 글의 시작과 끝을 생각해보고, 가능한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조언한 말이 많다.
그중에 나는 퓰리처상을 만든 조지프 퓰리처의 이 말이 마음에 든다.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해서 진부해졌지만, 이 말처럼 글쓰기의 정수를 지적한 말은 없는 것 같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
‘노래처럼 써라’가 추가됐으면 좋겠다.
글은 눈으로 읽지만 소리 내어 읽는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눈으로 소리 내어 읽는다.
그러므로 리듬을 타는 글이 잘 읽힌다.
잘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나는 이 글에서 적어도 인용구 하나는 선물했다.
그러면 됐다.

#글쓰기 #강원국 #글쓰기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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