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교통카드가 빅데이터입니다

시민기자 한우진

Visit1,084 Date2015.12.22 16:40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51) 서울시 교통카드 자료분석도구 확보로 대중교통 정책수립

지난 15일 이경순 서울시 교통정보과장이 자료기반 대중교통운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15일 이경순 서울시 교통정보과장이 자료기반 대중교통운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빅데이터(Big data)는 요즘 IT, 마케팅 등 많은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종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가치 있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렇듯 숨겨져 있지만 대단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빅데이터는 금광(金鑛)이라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시민의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빅데이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통카드 자료이다. 2004년 서울시에 도입된 서울시의 新교통카드는 승객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린 장소와 시간, 탑승노선, 환승여부, 운임 등을 정확히 알려준다. 서울시 교통카드 정보의 놀라운 점은, 별도로 돈을 들여 승객의 행태를 조사하지 않고도 저절로 정보가 축적된다는 점이다. 이는 분석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함을 의미한다.

이렇게 많은 가치를 가진 서울시 교통카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충분하게 활용되지 못했던 이유는 분석도구의 미비에 있었다. 서울시에서는 하루에만 1200만 건의 승객 통행이 발생하는데 지금까지는 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철도와 교통물류 전문 국책연구소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손잡고 ‘통행실적기반 복합대중교통 운영계획수립 지원시스템(Travel Record based Integrated Public transport operation planning System)’인 트립스(TRIPS)를 만들고 이것에 서울시 교통카드 자료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올해 하반기에 수행하였다.

트립스란 한마디로, 교통카드 자료라는 금광에서 금을 캐내기 위한 ‘채굴기’와 같다. 트립스는 교통카드 자료를 입력 받아 동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프로그램은 비싼 전용 컴퓨터와 전용 소프트웨어가 필요했고 속도가 느렸지만, 트립스는 일반 PC에서도 돌아가며 보조프로그램이 필요없으며 속도가 훨씬 빠르다.

서울시 교통카드 자료를 트립스에 넣고 돌려보면, 기존에는 알 수 없거나 막연하게만 알았던 다양한 정보들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서울시가 행정을 수행하는데 금(金)과 같이 가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

재차 인원 확인

재차 인원 확인

예를 들어 트립스를 통해서 특정 버스 노선의 재차(在車)인원을 시공간 상에서 정확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버스노선을 계획하는 공무원이 이를 확인하면 어느 시간에 어느 곳에서 버스가 부족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고, 버스를 추가투입하는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서울시 시간대별 통행량

서울시 시간대별 통행량

이와 마찬가지로 정류장별 승하차를 분석하여 정류장의 혼잡도를 파악할 수 있고, 시간대별 버스의 속도도 알 수 있으며, 지도상에 자료를 올려서 보기 쉽게 시각화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버스노선의 종류, 노선현황, 굴곡도, 중복도, 분담률, 환승비율 등 기초자료를 추출하는 것은 기본이며, 버스노선을 변경하였을 때 승객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측하는 기능까지 있다.

서울시 간선축 통행량

서울시 간선축 통행량

이같이 서울시 교통카드자료를 기반으로 시범사업이 수행된 분석도구인 트립스는 서울시의 교통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서울시는 국내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최고수준의 교통카드 자료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트립스를 이용하여 이것을 성공적으로 분석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어낸다는 것은, 트립스가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안 그래도 현재 서울시는 대중교통운영체계, 교통카드 체계 등을 외국 도시에 적극 수출하고 있다. 이때 이같은 ‘트립스’도 함께 수출된다면 외화획득은 물론 서울시의 국제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트립스의 특징은 표본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에 기반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의 100%, 버스의 거의 대부분이 교통카드를 쓰는 상황에서, 트립스는 교통카드 자료 전체를 직접 분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트립스를 이용한다면 서울시의 교통행정이 더욱 정교하고 세밀해질 수 있다. 교통에서 정확한 예측은 세금낭비를 최소화하고 교통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교통정책 결정에 트립스를 적극 활용한다면 무리한 민원과 정치적인 압력에 의해 교통정책이 혼선을 빚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카드 정보야말로 모든 시민들의 행동을 바닥부터 모두 담고 있는 자료이다. 이런 자료를 기반으로 마련된 튼튼한 교통정책은 일부의 비합리적인 요구에 흔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교통정책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해주는 수단이 바로 트립스인 것이다.

한편, 국회에서는 이번 달 초에 교통카드자료 수집과 제공에 대한 법규정인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국토교통부에서는 ‘교통카드데이터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등 현재 교통카드 자료를 이용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나라 전체가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최대규모의 대중교통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가 ‘트립스’와 같은 교통카드자료 분석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이는 서울시 자신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 전체의 대중교통 발전에 기여하는 뜻깊은 일이 될 것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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