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위해 몸 던진 영등포 역무원 이야기

시민기자 박장식

Visit1,073 Date2015.12.16 16:22

많은 승객이 오고가는 영등포역

많은 승객이 오고가는 영등포역

한 해 약 1천만 명의 승객이 철도 승하차를 위해, 매일 5만 명의 승객이 1호선 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이용하는 영등포역. 서울 서남부권과 경기 광역권의 중심이었던 기차역이 주변 상권의 지속적인 개발로 타임스퀘어 등 문화복합시설까지 생겨나 서울에서 가장 바쁜 곳 중 하나가 됐다.

매일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정차역이기 때문인지, 영등포역에서는 안타까운 사고가 잦았다. 최근에도 영등포역 기차 승강장의 철로 한 가운데를 무리하게 건너려던 시민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가 가끔씩 뉴스의 한 면을 채웠다.

영등포역에는 김행균 역장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다

영등포역에는 김행균 역장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있다

영등포역 플랫폼의 뒤편을 걷다보니 하나의 기념비가 있다. ‘사고’와 ‘선행’을 같이 기억하기 위한 비석이다. 현재는 서울과 부천 경계에 있는 역곡역 역장으로 재직 중인 김행균 역장의 선행이 기록되었다고 한다. 이 기념비에는 어떤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을까.

2003년의 어느 더운 여름날, 영등포역에는 여느 때와 같이 새마을호 통과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부산으로 가는 열차는 영등포역으로 빠른 속도로 들어왔다. 김행균 영등포역 열차운용팀장은 한 아이가 선로 안에 들어온 것을 목격했다. 그는 지체할 새 없이 빠르게 선로로 몸을 던졌다. 아이는 무사히 그의 손에 안겼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

하지만 애석하게도 김행균 팀장의 왼쪽 발목과 오른쪽 발등은 달려온 열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곱 번의 대수술을 거쳤다. 하지만 그의 발목은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아이 부모는 그대로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채 누구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상심하지 않고 그대로 묵묵히 원래의 길로 돌아갔다. 2004년 복직하여 서울 인근의 여러 역에서 역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는데, 현재는 역곡역의 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4년과 2008년 열린 올림픽 성화봉송때 주자로 같이 뛰었던 것은 물론이다.

김행균 역장은 천안 주택가에서 구조된 길고양이인 다행이를 역곡역의 명예역장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역곡역을 자주 찾는 사람 중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유명한 고양이 역장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1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가 있고, 그와 그 고양이의 이야기에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동화도 있다. 역곡역 남부광장을 새로 단장하면서 고양이의 이름을 따 ‘역곡다행광장’으로 이름을 붙였을 정도이다.

지금은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희망열차’도 운행하고 있고, 역곡역 안에는 희망의 쌀독도 놓여있다고 한다. 큰 부상도 꺾을 수 없는 그의 봉사의지가 엿보이는 면이다.

영등포역 승강장 뒤편에 있는 기념비는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다. 2003년 당시에는 큰 토픽으로 여겨졌지만, 12년이 지난 지금은 잊혀진 기념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무원의 희생정신과 재활의지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희망’이기도 하다. 이 기념비가 더 좋은 곳으로 옮겨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다른 이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 ‘그대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가슴깊이 새기리라’라는 기념비의 기념문에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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