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주민이 추천하는 ‘봉제산둘레길’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12.09. 14:56

수정일 2015.12.29. 13:19

조회 6,462

강서구 봉제산 둘레길을 오르는 주민들

강서구 봉제산 둘레길을 오르는 주민들

하얀 눈꽃과 설경은 겨울산행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요소다. 그러나 아름다운 만큼 겨울산행에선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나기도 한다. 눈 때문에 방향을 잃거나 땀 흘리며 걷다 체온이 떨어지는 등 위급상황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산행에선 안전이 최우선이다.

최근 강서구가 개방한 봉제산 둘레길은 등산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장치를 곳곳에 마련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안심번호 표지판’, ‘급속 충전기’ 등 안전산행에 득템이 되는 장비를 갖추고 지난 10월에 개방한 따끈따끈한 봉제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아봤다.

봉제산 둘레길은 화곡동 주택가(진주빌라)를 시점으로 그리스도대학교, 오리나무쉼터, 장수동산, 봉수비, 법성사, 북카페, 숲속놀이터를 지나 다시 화곡동 주택가로 이어지는 순환형 코스다.

마치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봉제산(鳳啼山)으로 들어서니 어느덧 발밑에서 바스락대며 낙엽들이 밟힌다. 이른 봄, 가지 끝에 새순이 나기도 전에 꽃망울을 터뜨려 맨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생강나무도 잎을 떨군 채 늠름히 겨울을 맞고 있다. 산기슭을 빙 두른 싸리나무는 스치는 바람에 노랗게 말라 사각대고, 등산로에도 낙엽이 수북이 쌓였다. 봉제산은 117m 높이의 키 작은 산이다. 하지만, 야트막한 반면 화곡6동과 화곡본동, 화곡8동, 화곡4동, 등촌2동 등 여러 마을들과 인접한 길고도 넓은 산이다. 그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개화산이나 궁산 등 강서구에 있는 다른 산들에 비해 느지막히 올해 10월에 둘레길이 완성된 이면에는 이처럼 여러 마을들과 닿아 있는 봉제산의 지형적 특성 때문도 있다.

둘레길 중턱에는 주민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둘레길 중턱에는 주민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그리스도신학대학교 뒤편,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산마루 공원 방향으로 산을 오르면 오리나무 군락지이자 쉼터에 다다른다. 단풍져 곱게 물든 오리나무가 숲을 이룬 쉼터에는 정자와 벤치 뿐 아니라 운동기구가 즐비한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은 아침마다 맨손체조를 하는 이들로 붐빈다. 매일 아침 7시에 오면 강사가 지도하는 맨손체조교실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휴대폰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편리하다

휴대폰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편리하다

이곳 정자 옆에는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휴대폰 급속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누구나 24시간 무료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폰 분실 방지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 충전하는 보안형 급속충전기이다.

오리나무 쉼터를 지나 널찍한 장수동산으로 향한다. 비닐을 씌워 단단히 겨울채비를 마친 한 채의 집이 보인다. 많은 어르신들이 군집해 있는 이곳의 이름은 ‘봉제산 경로당’이다. 정확히 말하면 나무판자를 잇댄 쉼터로서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노인들이 모여 장기판을 벌이던 곳으로 5~6년 전 ‘봉제산 장기 동우회’가 결성되면서 이제는 여러 마을에서 모여든 어르신들의 커뮤니티 공간이 됐다.

`봉제산 장기 동우회` 회원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봉제산 장기 동우회` 회원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50여 명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봉제산 장기 동우회’ 회원들은 혹한기인 1,2월만 빼고 거의 매일 이곳 경로당에 나와 장기를 두며 친목 도모와 함께 주변 청소와 수목 보호 등 봉제산 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다. 바람 센 산등성이에서 비켜나 양지바른 이곳엔 꽃밭도 있어 등산객이 가장 많이 쉬어가는 길목이기도 해 잘 다져진 황토길이 반들반들해 보일 정도다. 적막한 숲속 공기조차 이곳에선 사람들의 왁자한 소리로 산산조각이 난다.

봉제산 정상, 산마루 공원에 올라서면 억새밭이 펼쳐진다

봉제산 정상, 산마루 공원에 올라서면 억새밭이 펼쳐진다

봉제산 정상은 산마루 공원이다. 겨울바람에도 꿋꿋한 낙락장송 가지 끝에 바람이 윙윙댄다. 산등성이 억새밭의 억새풀 역시 세찬 바람에도 절대 꺾이지 않을 태세다. 발아래 확 트인 너른 들판과 마을들이 아련하고 봉제산과는 이웃사촌 격인 우장산과 궁산, 증미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봉제산의 여러 산봉우리 중 가장 높은 봉우리인 이곳에 지금은 봉수비만 덩그러니 남아 그 옛날의 흔적을 더듬게 함이 쓸쓸하다. 이곳은 봉화터로 백제 상고시대부터 활활 타오르는 봉화를 올리던 유서 깊은 곳이었다. 산 아래 마을인 지금의 화곡동 한광고등학교 근방에는 봉화대를 지키던 백제군사 주둔지였던 군골이 있었다고 전해질 뿐이다.

봉제산 안심번호를 알면, 위급 시 본인의 위치를 전할 수 있다

봉제산 안심번호를 알면, 위급 시 본인의 위치를 전할 수 있다

산길을 걷다보면 이 골짜기가 저 골짜기 같아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특히 해질녘이나 날씨가 궂은 날의 산행에서 방심은 금물! 안전 산행이 절실하다. 이럴 때를 대비한 것이 안심번호 ‘112 신고위치 표지판’이다. 봉제산 등산로 곳곳에서 보게 되는 이 ‘안심번호’라고 쓰인 표지판은 산행 길 안전을 책임지는 안심번호이다.

산행 중 혹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112로 전화를 걸어 근방에 있는 표지판 숫자를 알리면 빠른 시간 내에 경찰 출동이 가능하다. 가령 안심번호가 ‘300-3-9’라고 할 때 300은 강서, 3은 봉제산, 9는 등촌2동 파출소를 각각 뜻한다. 주소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산 속에서 이 안심번호 하나로 위치 파악이 가능해 신속한 출동을 할 수 있어 골든타임 확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전에 범죄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도 가지고 있어 등산객의 체감안전도를 높이고 있다.

매너있는 산행을 위한 표지판도 눈에 띈다

매너있는 산행을 위한 표지판도 눈에 띈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도토리 채취 금지 현수막과 샛길 폐쇄 표지판이 잊을만하면 나타나곤 한다. 바르지 않은 우리의 산행 예절에 대한 남부끄러운 질책이다. 산마루공원에서 내려서면 봉제산 둘레길은 끝 구간인 법성사로 이어진다. 미륵불이 있는 법성사에 들러 경내를 거닐며 마음을 밝히는 풍경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좋다.

봉제산 둘레길은 끝 구간인 법성사와 연결된다

봉제산 둘레길은 끝 구간인 법성사와 연결된다

봉제산 주변 산비탈은 봄이면 진달래 동산으로도 손꼽히는 곳이며 오르막 내리막 코스가 많은 산길은 마라토너들의 훈련 장소로도 잘 알려졌다. 마을과 인접한 둘레길이라 걷다보면 도심의 자동차 소리도 적당히 들리는 포근한 숲길이다. 5.3㎞ 거리로 천천히 걸어 약 3시간 정도가 걸리는 봉제산 둘레길이 청량감 넘치는 겨울 숲길을 열고 있다. 물론 안심 산행으로 단단히 무장한 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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