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 인기 높은 경로당 코디네이터

시민기자 최용수

Visit981 Date2015.11.27 13:26

공원경로당 게이트볼대회 기념 촬영

공원경로당 게이트볼대회 기념 촬영

경로당코디네이터(☞경로당 코디네이터를 아시나요?)인 윤미선, 노미영 씨. 오늘은 ‘공원경로당’에 가는 날이다. ‘제2회 게이트볼 대회’를 주관하기 위해서이다. 작년에 시작했으니 올해가 두 번째 대회다. 세수하고 화장하며 꽃단장하려니 아침이 바쁘다. 8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들은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일평생 처음 해본다는 게이트볼 게임. 좁은 거실은 운동장이 되었고,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모두 국가대표선수이다. ‘경로당코디네이터’들은 엄격한 국제심판으로 변한다. 볼치고 또 치고, 때로는 굴리며, 아이들 마냥 웃고 즐거워하신다. “선생님, 내년에 제 3회 대회 잊으면 안 돼!”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들은 ‘으름장’부터 놓는다. “네”하고 약속을 했다.

‘경로당코디네이터(이하 경코),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5060세대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경로당을 변화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서울시가 창안한 사회공헌형 사업의 첫 작품 이름이다. 2013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3년이 다되어 간다. 지역의 자원을 발굴하여 경로당과 연계하고, 평생학습과 마을공동체의 공간으로 경로당을 변화시켜간다. 지난 1월 3:1대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후 충분한 직무교육을 받고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시 9개 자치구에서 90여명이 다양한 방법으로 열심히 코디네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

전단지를 잘라서 밥상을 차리기에 바쁜 어르신들 모습(봉제경로당)

전단지를 잘라서 밥상을 차리기에 바쁜 어르신들 모습(봉제경로당)

6·25와 보릿고개를 넘으며 살아오신 질곡의 삶, 가슴속에 응어리진 어르신들의 ‘恨(한)’을 풀어주는 ‘경코’들의 활동은 특히 인기가 높다. 동화책과 좋은 글을 읽어드리며 어르신 인생을 되돌아보고 함께 이야기 나눔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과 책 동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날  ‘경코’가 준비한 전단지에서 음식재료를 오려붙여 멋진 상차림을 하던 유경숙 할머니(86세, 봉제경로당)는 “가난 때문에 어린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밥상 한번 제대로 차려주지 못해 가슴이 아팠는데, 오늘 아들 밥상을 차렸더니 그동안의 한이 풀어졌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이 나이에 컴퓨터를 배우면 뭐하나?” 비아냥거렸던 일심경로당 회장(이기웅, 강서구 거주)은 조금씩 실력이 늘어나자 “앞으로는 경로당에 장부도 필요 없겠다”며 욕심을 낸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배운 초록동경로당 총무(박나열, 강서구 거주)는 “요 째그만한 게 요술방망이여!”라며 “손주에게 카톡도 하고 사진도 보냈더니 ‘할아버지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요?’라며 다시 보더라”고 우쭐해 한다.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IT활용 교육을 시키는 것은 1세대와 3세대를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를 놓는 기분이다.” 정봉수 코디네이터의 소감이다.

색종이 오려 작품 만들기에 열중하는 어르신들 모습(공원경로당)

색종이를 오리며 작품 만들기에 열중하는 어르신들 모습(공원경로당)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활동이 펼쳐진다. 건강체조와 웃음치료, 한방진료와 마사지, 뜸 같은 것은 물론이다. 노약해진 어르신들을 위한 ‘체력 향상 프로그램’, 노래교실이나 영화감상 등 ‘오락프로그램’, 숨은그림찾기 등 ‘치매예방 프로그램’, 예방접종을 위해 ‘어르신 모시고 병원 가기’ 활동 등이다. 또, 경로당 소독과 위생교육 실시, 각종 시설과 비품의 안전점검 및 행정업무 지원, 주민 센터 등 유관기관의 가교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처럼 경로당코디네이터가 경로당을 위해 코디네이팅(coordinating)하는 일에는 제한이 없어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음이 아쉽다. “자식들이 바빠서 병원에 못 갔는데 이렇게 데려다주니…”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으로 모셔간 경로당코디네이터(최경희)에게 박명례(88세, 원당경로당) 할머니는 고맙다면 연신 고개를 숙인다.

치아불소도포를 위해 직접 경로당을 방문한 지역 보건소 직원

치아불소도포를 위해 직접 경로당을 방문한 지역 보건소 직원

서울시의 첫 사회공헌형 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한 ‘경로당코디네이터 사업’,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서울 도심 속의 ‘고립된 섬’ 같이 인식되었던 경로당이 이제 바깥세상과 연결되고 있다. 경로당은 보고픈 친구가 있고 재미가 나며 건강까지 챙겨볼 수 있는 어르신 종합대학이다. 또 옛날 우물가나 빨래터와 같은 ‘만남과 소식’을 얻는 장소가 된다.

월 1회 강서구청과 함께 경로당발전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교육받는 경로당코디네이터

서울이모작지원센터에서 교육받고 있는 경로당코디네이터들 모습

“경로당이 없으면 우리 같이 늙은이가 어딜 가겠어? 여기가 바로 늙은이들 天國(천국)이야” 찾아와주어 고맙다며 내민 서계분 할머니(92세, 공원경로당)의 손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전해왔다. “벌써 경로당에 갈 할머니가 된 거야?, 친구들의 놀림성 질문도 받지만 경로당 가는 날은 친정집 가는 날 같은 설렘이다” 경로당코디네이터 서광숙(까치산경로당)의 말이다. 취재를 마치면서, 앞으로도 서울시가 경로당코디네이터와 같은 ‘50+낀세대’를 위한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더욱 늘려갔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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