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좋아한다면, 남산 밑 이 골목으로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11.26. 13:16

수정일 2015.12.29. 12:00

조회 1,631

남산 아래 골목부터 이어지는 `재미로` 골목

남산 아래 골목부터 이어지는 `재미로` 골목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몸이 자꾸만 움츠러드는 스산한 11월, 활력이 넘치는 거리 산책에 나섰다. 발길이 향한 곳은 동요에도 등장해 더욱 친숙한 남산 아래 동네 명동이다. 1970년대에 유행의 첨단을 달리던 명동거리는 여전히 많은 인파로 북적였고 외국 관광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명동 길 산책로를 걷다보면 재미난 길 하나가 나타난다. 만화 캐릭터로 가득한 ‘재미로’다. 이곳은 한국 만화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서울시와 서울산업통산진흥원 주도로 지난 2013년에 조성한 만화 골목길이다.

명동역 앞 상상공원, 재미로 시작점이다

명동역 앞 상상공원, 재미로 시작점이다

명동역 3번 출구 앞에 있는 상상공원이 ‘재미로’의 출발점이다. 알록달록 만화캐릭터로 단장한 상상공원은 여느 공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시선을 끈다. 특히 한류 콘텐츠의 원조만화 ‘궁’의 주요 장면을 소재로 꾸민 조형물의 천장은 예사롭지가 않다. 상상공원에 설치된 ‘재미로 Map’을 살펴보니, 이 만화로 가득한 골목길 ‘재미로’는 남산자락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명동역 앞 상상공원에서 남산 중턱의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이르는 총 450여 미터의 구간이다.

명동역  상상공원에 설치된 만화캐릭터 `로보카 폴리`

명동역 상상공원에 설치된 만화캐릭터 `로보카 폴리`

주황색으로 표시된 ‘재미로’를 걷다보면 ‘로보카 폴리’, ‘안녕 자두야’, ‘달려라 하니’, ‘마법 천자문’등 다양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마주하게 된다. 아동용 만화뿐만 아니라 ‘천방지축 무대리’, ‘고바우 영감’, ‘풀 하우스’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반갑게 마중 나온다. 삼국지의 영웅호걸이 중화요리점 벽면에 등장함은 물론 상점 간판과 유리창에도 만화 캐릭터가 가득하다.

‘재미로’ 중간 지점에 다다르면 진노랑색의 우뚝 선 건물을 보게 된다. 만화의 초성인 ‘ㅁ’과 ‘ㅎ’을 형상화한 복합만화 문화 공간인 ‘재미랑’이다. 지하 1층~4층의 건물인 ‘재미랑’은 일 년 내내 만화와 관련된 전시를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 만화 해외교류전 ‘서울X돗토리 만화왕국 in 재미로’가 열리고 있다.

올 가을부터 열린 이 특별 전시에서는 ‘명탐정 코난’의 작가 아오야마 고쇼, 요괴만화 작가인 미즈키 시게루, ‘열네살’의 작가 다니구치 지로 등 돗토리현 출신 작가 3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일본 만화계를 대표하는 이들 3인의 작품세계를 복제 원화를 통해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유명 만화가를 길러낸 일본 돗토리현의 자연 풍광도 미니 시어터를 통해 영상으로 함께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만화로 촘촘한 재미랑 계단과 벽

만화로 촘촘한 재미랑 계단과 벽

이곳은 만화공간답게 실내 빈 공간마다 웹툰만화가 줄을 잇는다. 2층의 전시갤러리에서는 ‘도깨비 시선 전’이 올 연말까지 진행된다. 호기심 많고 인간을 좋아하는 한국 도깨비 캐릭터 ‘사쿤’을 통해 현대인을 통찰하고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도 던져보는 전시이다. 3층 신진작가 양성을 위한 작업공간을 지나 ‘재미랑’ 4층에 오르면 만화를 실컷 볼 수 있는 만화다락방이다. 취향 따라 두 다리 쭉 뻗고 볼 수 있는 마루방과 책걸상에 앉아 보는 방이 있다. 인기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비롯해 ‘미생’과 ‘식객’ 등 흥미를 끌 재미난 만화책들에 푹 파묻혀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릴 적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친구들과 함께 만화에 정신이 팔렸던 시절을 추억하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야외 테라스로 나서면 남산과 뾰족이 솟은 남산 타워가 한 눈에 다가와 눈의 피로를 한층 덜어준다.

재미로 끝 지점에 이르러 잿빛옹벽이 나타나는데 이곳 역시 만화를 피해가지 못한 모양이다. 신문과 잡지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캐릭터가 무채색 판화처럼 새겨져 있는데 고바우영감도 보인다. ‘재미로’를 형성한 것 중 가장 몸체가 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에는 ‘아리공룡 둘리’, ‘로봇태권 V’ 등 인기 만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전시실에 마련된 좀비기획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전시실에 마련된 좀비기획전

으스스한 실내분위기 속 빠른 비트의 음악에 아우성치는 좀비들의 목소리로 가득한 곳은 1층의 전시실이다. 12월 13일까지 좀비 기획전(무료관람)이 열리며 다양한 좀비 캐릭터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보고 만지는 체험거리들로 가득한 이곳에선 애니시네마와 캐리커쳐 등의 몇몇 유료시설을 제외하고 무료 체험거리가 많고 만화 관련 팬시구입도 가능하다. 두 곳 모두 이용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6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과 국경일에 휴관한다. 이용 문의는 재미랑 (02-779-6107~8), 서울애니메이션센터(02-3455-8341~2)로 하면 된다.

서울의 아름다운 휴식처인 남산과 추억과 낭만이 깃든 거리 명동이 만나 낳은 ‘재미로’는 이 둘의 특성을 잘 버무려낸 독특한 거리이다. 재미로는 걸으며 만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활력을 찾아 행복해 하는 소시민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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